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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시사 할(喝)] 명퇴·매각설까지 위기의 '외국계은행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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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시티호, 4년 연속 명퇴만 약 1500명 이상

인원.지점 감축이 부축이는 '은행 매각설'
노조, 씨티은행장과의 대화 '뒤통수였다'

【서울=뉴시스】시사할 취재팀 = 국내에 상륙한 지 약 20년, ‘한류’에 적응 못한 일부 외국계 은행들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90년대 중반 선진금융 브랜드를 앞세워 나타난 ‘SC제일은행’과 ‘시티은행’.

이들은 지난해 기준 민원발생평가에서 4~5등급으로 최하위 평가를 받았다. 여기에 최근 마이너스 성장과 조직 축소 등 위기설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SC제일은행의 한 고위 관계자는 “도저히 (외국계 은행들이 국내에서) 버틸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펀드 등 새로운 상품들이 (국내 금융시장의 강한 규제 때문에) 국내로 들어오지를 못하는 상황”이라며 “외국계 은행들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런 과도한 제도적 차별이 결국 글로벌한 금융의 성장에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근 씨티은행의 논란도 심상치 않다.

외국계 은행의 대표적인 '성공신화'이자 최장수 은행장인 하영구 시티은행장은 최근 KB금융지주 경선에 나섰다가 떨어졌다.

이 사건을 두고 인원감축, 지점 축소, 매각설 등 ‘시티호’는 깊은 내홍에 불씨만 더 키운 샘이라는 지적이다.

하 은행장은 지난 2001년 시티은행의 전신인 한미은행 부임 후 14년간 외국계 은행에 한국인 은행장 시대를 열며 최장수 금융 CEO의 명성을 이어갔다. 그러나 최근 KB금융지주의 유력한 차기 회장 자리에 거론됐지만 저력만 과시하는 정도에서 그쳤다.

게다가 하 은행장을 지켜보는 시티은행의 상황도 좋지 않다.

지난 14일 미국 시티그룹의 최고재무책임자 존 거스파치는 한국과 일본 등 11개국의 소비자 금융 부분 매각 의사를 외신에 전달한데 이어 올해 상반기 51억원의 영업손실 등 경영악화로 이어지면서 ‘하영구 호’의 난항이 결국 시티캐피탈의 매각 방침으로 자존심에 상처를 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개인정보 유출 파문’은 시티호로서는 더 큰 위기였다.

이 뿐만이 아니다. 하 은행장의 ‘정치권 연루설’과 ‘시티은행 매각설’ 등이 불거졌고, 하 은행장의 KB 출사표는 시티은행 내부에서는 ‘배신설’까지 낳았다.

시티은행의 한 관계자는 뉴시스와 인터뷰에서 “이미 시티은행의 매각을 위한 전초전에 들어갔고 구조조정에 이미 피바람이 불고 있다”며 “올해 700명에 가까운 직원들이 명예퇴직을 권고 받는 등 지난해 지지난해 이미 3년 연속 매년 300명의 명예퇴직 등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명예 퇴직금으로 주어지는 금액만 수억 원에 달해 지난해까지 3년치의 퇴직금의 명퇴조건에서 올해에는 5년치 연봉과 비례한 명예 퇴직금을 주고 있는 상황이어서 내부 직원들끼리는 (은행이) 매각을 염두한 처사가 아니냐는 추측이 강하게 일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시티은행은 최근 과도한 지점 축소와 인원 감축으로 빈축을 사고 있다.

시티은행은 매년 지점을 감축해 총 230개였던 지점에서 약 100개의 지점이 문을 닫거나 타 지점으로 합병이 되는 등 지난 5월과 6월 두달 새 무려 56개의 지점으로 축소됐다.

은행 관계자는 “현재로서 시티은행은 전국의 130개 지점만 운영되고 있는데다, 턱없이 부족한 지점에 인력난까지 이중고를 겪고 있는 실정”이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그러나 씨티은행 경영진은 은행장과의 대화까지 주선하며 ‘사실무근’으로 일축했다.

이달 15일 은행장과의 대화가 있던 시티은행의 하 은행장은 이에 대해 “업무의 전산화에 의한 인원 감축과 경영개선차원의 지점 축소일 뿐 매각과는 무관하다”며 매각설에 대해서도 “모두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어 “더 이상의 명예퇴직으로 인한 감축이나 점포 구조조정은 있을 수 없다"며 "특히 대구은행 인수 관련해서는 터무니없는 소리일 뿐 전면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특히 이 자리에서 임직원들이 운운한 하 은행장의 높은 임금과 관련, 하 은행장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타 은행과 견줘 그리 많은 편도 아니다”라고 말해 경영진과 그간 깊은 갈등을 대화로서 소통하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90년대 말 대거 밀려왔던 외국계 금융사의 ‘청신호’가 불과 20년도 채 되지 않아 ‘적신호’로 바뀌고 있다. 경험 많은 외국계 은행들 특유의 위기대처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두고봐야 할 대목이다.

■ '시사 할(喝)'은 = 사회 전 분야에 걸쳐 잘못된 제도나 문화 등을 비판하고 우리 사회가 공공성을 회복하는 데 이바지하기 위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려고 신설한 기획이다. 할(喝)이란 주로 선승(禪僧)들 사이에서 행해지는 말로, 사람들의 어리석음을 꾸짖는 소리다.

sisahal@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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