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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한은 통화판단 적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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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일관성 없는 금리판단 논란…잇단 말실수도 도마에

[CBS노컷뉴스 이동직 기자]

노컷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자료사진)


취임 6개월을 맞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잇단 구설에 오르고 있다.

정부 정책에 순응하는 듯 한 통화판단과 잦은 말실수로 중앙은행 수장으로서 신뢰감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15일 한은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2.0%로 0.25%P 인하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 취임 6개월만의 두 번째 금리 인하로 건국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 총재는 10월 금통위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경제모멘텀을 살리려면 지금이 인하시기"라며 "경기가 나빠져서 금리인하가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한은이 통화판단을 독자적으로 하지 않고 정부정책에 순응하며 물가관리 등을 통한 금융안정 확보라는 본연의 역할을 포기한 것 아니냐고 비판한다.

◈ 오락가락 이주열…9, 10월 금리 추가인하에 부정적 견해

이 같은 반응은 금리인하와 관련한 이주열 총재의 일관성 없는 입장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

이 총재는 9월 12일 금리 동결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제로금리는 기축통화국 이야기"라며 금리 추가 인하에 부정적인 메시지를 줬다.

이어 10월 7일 국정감사에서는 "엔저를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지만 금리로 대응하는 것은 신중해야한다"며 금리 인하에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10월 9일 열린 워싱턴특파원과의 간담회에서도 이 총재는 "통화정책만으로는 경제활성화가 어렵다. 가계부채는 소비를 제약하는 수준"이라며 금리인하에 부정적이었다.

◈ 최경환 금리인하 당위성 강조 후 전격 단행…한은·정부정책 순응 논란

하지만 이 총재의 이 같은 입장은 같은 날 최경환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 이후 달라지기 시작했다.

최 부총리는 이날 뉴욕에서 열린 한국경제 설명회에서 "미국의 조기 금리인상에도 한국에서 급격한 자본유출은 없을 것"이라며 금리인하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그러자 이튿날인 10월 10일 이 총재는 "(한국경제에 대한) 기본적인 시각 차이는 없다”며 한 발 후퇴했다.

10월 11일 최 부총리는 워싱턴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은과) 큰 틀에서 차이가 없다고 본다"며 한은을 다시 압박했다.

한은 금통위는 나흘 뒤인 10월 15일 추가 금리인하를 전격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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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비트 제공)


◈ 학계·시민단체…"한은, 시장보다 정부와의 소통에 적극적" 비판

기준금리에 대한 한은의 판단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중앙은행이 정부정책에 부응하는 듯 한 모습을 보이며 독자적 판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성명을 통해 "(이주열 총재가) 기재부의 경제성장 지원 압력을 벗어나지 못해 '기재부의 남대문출장소'라는 오명을 뒤집어 쓴 김중수 전 총재의 전철을 밟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실련 이기웅 경제정책부장은 "(10월 금리 추가인하가) 여러 가지 문제점을 담고 있다"며 "정부의 경제활성화를 위해 한은이 하나의 도구로 전락한 한은 독립성 훼손문제, 금리 추가인하가 가계부채 폭증을 더욱 가속화할 수 있는 점, 시장에 경제활성화를 위해 금리를 추가 인하한다는 시그널을 줌으로써 기업들의 불안심리를 불러와 투자를 오히려 더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 "중앙은행이 정부정책 순응하면 금리정책 효과 떨어질 수 있어"

학계 일각에서는 중앙은행이 정부정책에 순응하는 듯 한 인상을 주면 금리를 인하하더라도 정책의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며 우려를 제기했다.

중앙은행이 독자적 판단을 하지 않고 마지못한 듯 금리를 인하하면 시장은 신뢰를 하지 못해 투자 위축 등 각종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경희대 권영준 교수는 "한은 총재가 정부의 압력을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금리인하를 결정했다면 3개월 경기예측도 못했다는 것이고, 정부의 압력을 받았다면 한은의 독립성을 지켜내지 못한 것으로 어떤 경우라도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앙은행은 시장과 소통하는 게 제일 큰 책무"라며 "시장에 메시지를 준 뒤 반응을 보고 선제적인 대응을 해 시장을 안정화시키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우리 중앙은행은 시장과 소통하지 않고 정부를 더 많이 인식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중앙은행이 경기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내리고 독자적으로 결정을 했다고 시장이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렇지 못할 경우 금리인하 효과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 번복·해명 말실수 이달만 3번…"중앙은행 총재, 판단·언행 신중해야"

이주열 총재의 잇따른 말실수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이 총재는 지난 21일 경제동향간담회에서 "1, 2차 산업혁명은 무수한 경제적 기회와 일자리를 창출했는데, 3차산업혁명격인 디지털혁명은 그러게 될지 모르겠다"고 했다.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의 최신호 기사를 인용한 것이었으나 해석하기에 따라 IT기술 기반의 신경제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보일만 했다.

논란이 예상되자 한국은행은 이날 오후 해명자료를 내고 "기사 내용을 단순히 소개한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지난 15일 기준금리 추가 인하를 발표하고 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는 "두 차례에 걸린 금리 인하 조정이 성장세 회복에 상당한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가 "'상당한'이라는 표현을 취소하겠다"고 기자단에 알려오기도 했다.

또 지난 7일 국정감사에서 이 총재는 "10만 원권 발행 준비는 다 됐다"고 했다가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는 얘긴 아니다"라며 해명자료를 냈다.

이처럼 이주열 한은 총재가 공식발언을 해명하거나 번복한 것은 이달 들어서만 세 번이다.

중앙은행 총재로서 판단과 언행을 신중히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djle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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