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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법원 "前여자친구 낙태 후 방치한 대통령경호실 직원 해임은 부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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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홍세희 기자 = 헤어진 여자친구가 낙태수술 후 수차례 연락했으나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대통령경호실 직원에 대한 해임 처분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판사 최주영)는 대통령경호실 소속 황모 경호주사보(7급)가 "해임 처분은 지나치게 가혹하다"며 대통령경호실장을 상대로 낸 해임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5일 밝혔다.

황씨는 2012년 7월 대통령경호실 소속 경호주사보로 임용돼 일하던 중 같은 해 10월 A씨를 만나 연인관계로 발전했다.

이들은 성격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지난해 4월 결국 결별했지만 A씨는 얼마 지나지 않아 황씨에게 임신사실을 알렸다.

혼자 아이를 낳아 키우겠다는 A씨와 만난 황씨는 A씨의 아버지를 만나 상의하겠다고 제안했으나 결국 만나지 못했고 A씨는 황씨와 별도의 상의 없이 낙태수술을 했다.

수술 후 A씨는 황씨에게 수차례 전화나 문자메시지를 보내 만나자고 했으나 황씨는 그를 만나서 위로하는 등의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에 화가 난 A씨는 지난해 6월 대통령경호실 홈페이지에 '황씨가 나와 교제를 하며 다른 여성을 만나고, 임신사실을 알리자 회유해 낙태를 하게 했다'는 취지의 글을 게시했다.

그러자 대통령경호실 고등징계위원회는 '경호원으로서의 품위를 손상시키고 경호원으로서의 품성과 자질을 상실했다'는 이유로 황씨에 대해 해임을 의결했다.

황씨는 이에 불복해 안전행정부에 소청심사를 청구했으나 이마저도 기각되자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황씨에 대한 해임처분은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여러 사정에 비춰 황씨가 A씨에게 낙태를 회유하거나 종용했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도 "A씨가 낙태 후 매우 힘든 상황에 처해 있는 만큼 여러 모로 배려해주고 위로해줬어야 함에도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점은 사회통념상 비난받을 만한 행위로 관련법상 품위손상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황씨의 품위손상행위는 그 비위 정도가 심하지 않고 이 사건 이전에는 징계를 받은 전력이 없는 점, A씨가 황씨에 대한 선처를 바라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해임은 지나치게 가혹해 재량권을 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밝혔다.

hong198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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