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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시선]동부제철 좌초... 재계 "'골든타임' 놓친 산업은행 실축 한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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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용갑 기자 = '국내 최대 전기로 제철회사, 동부제철'.

동부제철 홈페이지 회사 소개란에 적혀 있는 문구다. 전기로에 대한 동부제철의 자부심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전날 채권단과 경영 정상화 계획 이행 약정(MOU)을 체결하고, 임직원에게 보낸 메시지에서도 가감없이 드러난다.

김준기 회장은 "원료 자립의 숙원을 실현하고 철강산업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전기로 제철 사업을 성공시키고자 했던 동부제철의 꿈은 잠시 좌절됐다"고 말했다. 전기로 제철 사업이 김 회장의 자부심이자 숙원이었던 것이다.

재계는 바로 이 자부심이 동부제철의 발목을 잡았다는 아이러니한 분석을 하고 있다.

전기로 투자가 동부제철 유동성 위기를 불러왔기 때문이다. 동부제철은 2007년 고철을 원료로 쇳물을 만드는 전기로를 짓고, 열연강판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 전까지 동부제철은 당진 냉연공장에서 연산 170만t의 냉연 강판을 생산하고 있었다.

2009년 7월1일 가동에 들어간 동부제철의 전기로 제철 공장은 연산 300만t의 열연강판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하지만 전기로 제철 공장 건립으로 동부제철은 약 1조3000억원 차입 부담을 안았다. 이후 추가 운영비용 등으로 차입금은 약 1조8000억원으로 증가했다는 게 동부제철의 설명이다. 동부제철 관계자는 "차입금에 따른 금융비용이 매년 1000억원에서 1500억원 정도였다"고 말했다.

여기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몰아쳤다. 전기로 제철 공장 운영 경험이 부족했던 동부제철은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철강 업황 침체를 겪었다. 철강 시장이 공급과잉의 늪에 빠진 것도 악재였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운영 노하우를 쌓으려면 다소간의 시간이 필요했지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그런 여유가 없었다"며 "투자 시기가 금융위기와 겹쳐 수익이 제대로 나지 않은 것이 화근"이라고 말했다.

'동양 사태'도 동부제철을 사지로 내몬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동양그룹 계열사 중 자금난에 시달리던 계열사 5곳(동양,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 동양시멘트, 동양네트웍스)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에 따라 이들 회사의 회사채와 기업어음(CP)에 1조7000억원을 투자한 4만여명의 피해자가 발생했다.

이 불똥은 동부제철에도 튄다.

당시 동양 사태 이후 회사채 시장이 급격하게 얼어붙으면서 자금 경색이 심해졌다. 동부제철 관계자는 "당시 동부제철의 회사채 등급이 BBB+였다"면서 "동양 사태가 불거지면서 회사채 시장에서는 AA, AAA 등급만 거래됐다"고 말했다. 이어 "철강 업황 침체로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저조한 상황에서 금융비용과 운영비용 등을 감당하기 더 어려워진 것이 바로 이 시기"라고 덧붙였다.

자본잠식 상태가 아닌 동부제철이 결국 경영 정상화 계획 이행 약정을 체결하게 된 데는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잘못된 구조조정 방식도 한몫 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11월 동부그룹은 2조7000억원 규모 자구안을 발표했다. 당시 시장에선 선제적 대응이라는 긍정적 평가가 나왔다.

지난 2월, 산업은행은 동부 패키지(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 매각안을 들고 나왔다. 분리 매각으로 제값을 받기 원했던 동부그룹은 산업은행과 갈등을 빚었다. 하지만 지난 3월 산업은행은 포스코에 동부 패키지 인수를 공식으로 제안했다.

동부제철 인천공장 등에 대한 실사를 진행한 포스코는 지난 6월 동부 패키지 인수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인수 후 시너지보다 재무적 부담 더 크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동부그룹 위기가 다시 불거졌다.

그제야 산업은행은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을 분리 매각하겠다는 안을 발표했다.

업계에서는 산업은행의 뒤늦은 대처로 인해 동부제철을 살릴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pine194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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