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4 (수)

[다시 안전이다] [4] 세월호 이후 발의된 '安全 법안' 128건… 통과된 건 3건뿐

댓글 3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천덕꾸러기 신세가 된 '안전']

안행부 안전관리본부 간부, 14명 중 10명이 非전문가… 사람도 돈도 없는 기피 부서로

對국민 안전교육 의무화 등 시민 생명과 직결된 법안들, 與野 정쟁의 희생양으로 전락

안전행정부(이하 안행부) 안전관리본부는 우리 정부 내 '안전'의 위상을 대변하는 곳이다. 우리 정부 내 안전 컨트롤타워라는 안행부에서 안전 분야를 총괄하는 조직이다. 하지만 그 위상은 초라하다. 안전관리본부 직원은 130여명으로 안행부 본부 전체 직원(1200여명)의 10%밖에 되지 않는다. 그나마 간부들의 경력은 안전과는 거리가 멀다. 국장 3명과 과장 11명 가운데 전시(戰時) 등 업무를 담당하는 4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행정고시 출신 행정공무원이다. 안전 관련 경력이 2년이 채 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재난 등 상황이 발생하면 그때야 관련 부처에서 1~2명 정도 인력 파견을 받는 데 그친다. 안전관리본부의 한 해 예산은 안행부 전체 예산 중 채 4%가 안 된다. 사람도 돈도 없는 조직인 것이다.

2013년 박근혜 정부가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명칭을 바꾸면서 내세운 논리는 '안전을 강조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서'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전 정권의 행안부 시절 재난안전실을 살짝 격상해 안전관리본부장을 다른 1급 실장보다 선임자로 임명했을 뿐 정부 안에서 천덕꾸러기 신세인 안전의 위상은 전혀 달라진 게 없다.

조선일보

정부는 세월호 사건 이전까지만 해도 안전 관련 예산조차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안전 주무 부처인 안전행정부, 예산 당국인 기획재정부, 안전 예산을 직접 집행하는 해양수산부·국토교통부 등 일선 부처들이 안전 예산을 각각 파악해 정확한 전체 규모를 집계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안전 예산 규모도 시기와 발표 주체마다 제각각이다. 안행부가 만든 국가 안전 기본 계획을 보면 올해 재해·재난 예산은 9조4535억원이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가 올해 재난 안전 예산이라고 밝힌 액수는 9840억원이었다. 무려 10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중요 예산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이렇게 중구난방일 수는 없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정치권에서도 안전은 천덕꾸러기다. 세월호 참사 이후 시행이 하루가 급한 안전 법안들이 거의 통과되지 않고 잠자고 있는 것이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둘러싼 여야의 정쟁 때문에 지난 4월부터 9월 말까지 국회가 마비됐고, 10월 들어서는 국정감사가 시작되면서 안전 관련 법안에 대한 심사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안전은 정쟁의 희생양으로 전락한 처지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23일까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 중 법안명에 '안전'을 명시한 법안은 총 128건이다. 안전이란 이름이 직접 명시되지 않더라도 각종 건설 현장의 안전장치를 강화한 건축법 개정안 등까지 포함하면 실제 안전 관련 법안의 숫자는 훨씬 늘어난다.

그러나 128개 법안 중 본회의를 통과한 것은 원자력안전법 개정안 등 3건에 그쳤다. 그나마 3건 모두 상임위에서 세월호 참사 이전에 논의해오던 것을 하나로 묶어 본회의 통과 직전에 다시 발의한 '대안(代案)'이었다. 결국 세월호 참사 이후 새롭게 발의된 법안은 사실상 하나도 통과되지 않은 것이다.

예를 들어 국회에는 '재난 및 안전 관리 기본법 일부 개정안'만 30건이 발의돼 있지만, 대부분 상임위 접수만 마친 상태다. 발의된 개정안 중에는 대국민 안전 교육을 의무화하는 내용과, 긴급 전화 체계 일원화 등 민생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내용이 많다.

또 지난 5월 20여명이 숨진 전남 장성 요양병원 화재 사고 등과 관련해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5건이나 발의됐지만, 상임위 심사조차 끝내지 못했다. 병원·리조트 등의 소방 대피 훈련을 강화하고, 화재와 재난 예방에 국가와 지자체의 책임을 좀 더 무겁게 하는 내용 등이 담겨있지만 법안 통과는 요원한 상태다.

이 밖에도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선박의 무리한 리모델링을 못 하도록 하는 등의 '선박 안전법 개정안', 모든 여객선에 안전 관리 책임자를 두도록 하는 등의 '해사안전법 개정안'도 발의돼 있지만 모두 상임위 문턱도 넘지 못했다.

그렇다고 이 법안들이 앞으로 빨리 통과될 가능성도 크지 않다. 최근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서 발생한 환풍구 붕괴 사고를 놓고도 여야는 기싸움을 벌이는 등 서로 네 탓만 하는 구태를 버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환풍구 사고와 관련해 새누리당은 새정치연합 소속인 이재명 성남시장에게 주로 책임을 물었고, 새정치연합은 새누리당 소속인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정부를 주로 공격했다.



[조의준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