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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인터뷰] "이란도 택시에선 男女 함께 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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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이런, 이란' 최승아

모스크(이슬람 사원) 모양에 페르시아 문자를 더한 제목 글자체부터 눈길을 붙잡는 책이다. '오! 이런, 이란'(휴머니스트)을 쓴 최승아(29)씨는 주한 이란 대사관 직원이다.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근무 중에는 이란에 있는 것과 같다. 머리에 히잡을 쓰고 헐렁한 옷을 입으며 상의로 엉덩이를 가린다. 22일 만난 최씨는 "한국과 이란의 '경계'에 사는 셈"이라 했다.

조선일보

히잡을 쓰고 책에 대해 설명하는 최승아씨. /김연정 객원기자


'오! 이런, 이란'은 인문 여행기이자 실용서. 그 땅에서 보낸 1년8개월을 '천일야화'의 이야기꾼 세헤라자드처럼 들려준다. 어느 기업의 이란 지사에서 일하던 최씨는 1년 만에 사표를 던지고 테헤란 남쪽 낡은 여성 전용 기숙사로 이사했다. 출발부터 덜컹거렸다. 한국 선교사들이 선교 활동을 하다 추방당했는데 같은 국적이라는 이유로 그도 한 달 만에 어학원에서 쫓겨났다. 최씨는 "신화학자 조지프 캠벨의 '여러분이 비틀거리며 넘어지는 곳, 거기에 보물이 묻혀 있다'는 말을 되새겼다"며 "회사로부터의 '도피', 학원으로부터의 '추방' 뒤에야 이란을 제대로 마주할 수 있었다"고 했다.

테헤란은 피스타치오 같은 도시란다. 껍데기는 두껍고 단단하다. 향기가 느껴지지 않는 콘크리트 건물, 험악한 선전 벽화, 검은 차도르의 물결…. "하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껍데기를 조금씩 벗겨 내면 툭! 하는 소리와 함께 다채로운 속살이 드러납니다."

이란에서는 삶을 카펫에 빗댄다. 나이 든 여인을 칭송할 때 "마치 케르만 카펫 같아요"라는 말을 한다. 많이 밟힐수록 색깔이 선명해지는 그 카펫처럼 사람도 세월이 흐르고 삶의 고비를 겪을수록 아름다워진다는 뜻이다. 이란 카펫 시장에서는 갓 짠 카펫을 거리에 깔아놓고 사람들이 밟고 지나가게 한다. 버스에는 남녀의 신체 접촉을 막는 분리대가 있지만 택시에선 남녀가 보란 듯이 어깨를 맞닿고 앉는다.

최씨는 "'느린 시간'이 가장 그립다"고 했다. 서울로 돌아와 테헤란로를 걷는데 다들 바빠 보여 호흡이 가빠졌단다. "이란 또는 이란 사람과 문화 장벽 때문에 갑갑해질 때 돌파구로 삼을 책이길 바란다"고 그는 말했다. 다음엔 소수 언어 분투기를 쓰고 싶다는 최씨에게 이란은 어떤 국가인지 물었다. "이렇게 책을 쓰게 하고 정규직 일자리까지 준 은혜의 나라지요."

[박돈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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