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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호국 영웅들을 이제야 제대로 모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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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및 베트남전 무공훈장 8명, 일반묘에서 대전현충원으로 이장

24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 현충관. 대한민국무공수훈자회 회원 1000여명이 제복을 입고 8위(位)의 영현 아래 서서 일제히 거수경례를 했다. 빛바랜 고(故) 황상호 중위의 영정을 바라보던 부인 유차남(76)씨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돌아가시기 전부터 현충원에 가고 싶다고 그렇게 말씀하셨는데, 이제 한(恨)을 푸네요."

황 중위는 1952년 6·25 당시 강원 양구 전투에서 간첩을 잡고, 전투에 기여한 공로로 화랑무공훈장을 받았다. 6·25가 터지자 고향 황해도를 등지고 피란 다니다가 국군에 자원한 그였다. 하지만 1992년 숨진 그는 현충원에 안장될 수 없었다. 당시엔 수훈자 중 일부만 현충원에 안장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날 서울 현충원에서는 황 중위를 비롯해 6·25와 월남전 유공자 8위의 영현 봉안식이 열렸다〈사진〉. 안중현 서울지방보훈청장은 "백척간두 위기에 처했을 때 목숨 걸고 전선으로 달려가 싸웠던 호국 영웅들의 희생이 있었음을 영원히 기억하겠다"고 했고, 신상범 육군 56사단장은 "대한민국의 영웅인 선배님들의 이름은 역사와 함께 영원불멸할 것"이라고 했다.

1953년 강원 화천지구 전투로 화랑무공훈장을 받은 우칠록 병장의 아들 우병만(58)씨는 "산야에 묻혀 있던 아버지가 국립묘지에 간다는 게 한없는 영광"이라고 했다. 8명 유공자의 시신은 그동안 야산, 개인 묘, 초야에 제각각 묻혀 있었다. 유족들이 영정을 들고 안장을 위해 대전 국립현충원행 버스로 향하자 무공수훈자회 회원 1000여명이 양 갈래로 서서 배웅했다.

6·25와 월남전에 참가해 훈장을 받은 '무공수훈 유공자'들은 1997년 법이 개정돼 모두 국립현충원에 안장할 수 있게 됐다. 그 이전에 숨진 유공자들은 사설 묘지에 묻혔고, 돌보는 이 없이 방치된 경우도 적잖았다. 무공수훈자회는 올 들어 이들을 찾아내 국립대전현충원으로 안장 중이다. "국가를 위해 희생한 무명의 병사들이 국가 백년대계의 초석임을 알리고자 했다"는 설명이다.

[양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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