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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Saturday] ‘오큘러스’ 쓰자 스키장 한복판 … 스노보드 탄 듯 아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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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올림픽 ITU 부산 전권회의 가보니

LTE보다 10배 빠른 ‘기가’ 통신 … 안경 필요 없는 3D TV 선보여

싸이가 춤추는 듯한 3D 홀로그램 해파리 추적·포획하는 로봇 눈길

맘에 드는 옷 입은 모습 보여주는 가상 의류 착용 시뮬레이터 호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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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서 나눠주는 편광안경을 쓰고 원형극장 안으로 들어서니 둥근 벽 360도가 온통 스크린이다. 잠시 뒤 불이 꺼지고 스크린에 외계인을 소재로 한 입체(3D) 애니메이션 영화가 나타났다. 이름 모를 어느 별 하늘에 빨강·초록의 보석이 떠다니고, 팔이 긴 외계인이 보석을 줍기 위해 팔을 뻗는다. 보석이 관객의 눈앞을 떠다니고 외계인의 손은 머리를 스치는 것 같다. 3D로 구현된 360도 스크린 전체가 하나로 이어져 있어 마치 외계의 별 한가운데 실제로 떨어진 느낌이다.

원형극장을 나와 오른쪽으로 돌아가니 한 남성이 조그만 단상에 올라 머리에 가상현실(VR) 헤드셋 오큘러스를 쓰고 스노보드 위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차례를 기다려 오큘러스를 썼다. 만년설이 뒤덮인 가파른 스키장이 나타났다. 전후좌우는 물론 위·아래 어디든 고개를 돌려봐도 스키장 한가운데 내가 서있다. “삐, 삐, 삐~” 출발 신호가 울렸다. 앞의 남자가 허우적거린 이유를 알았다. 눈 덮인 스키장 경사면을 따라 스노보드가 대책 없이 미끄러지기 시작한다. 코스가 급하게 오른쪽으로 돌더니 갑자기 절벽이 나타난다. 순간, 발 아래가 허공이다. 몸의 균형을 잡느라 나도 모르게 온몸을 앞뒤로 움직였다.

미래는 가까이 있었다. 지난 23일 찾은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2전시장. 2014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전권회의 특별행사로 열린 ‘월드IT쇼’(20~23일)는 미래 기술의 향연장이었다. 전시장 내 1203개 부스에선 삼성과 LG·KT와 같은 대기업뿐 아니라 벤처·중소기업까지 기술을 뽐냈다. 짧게는 향후 2~3년, 길어도 5~6년 안에 인류가 누릴 수 있는 가까운 미래 모습을 구현해 놓았다. 미래를 관통하는 주제는 네 가지. 속도·연결·입체·가상현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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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ITU 전권회의의 특별행사답게 통신의 속도를 가장 큰 주제로 삼았다. KT와 SK텔레콤·LG유플러스 등 국내 이동통신 3사는 전시장 1층에 각각 대형 전시관을 꾸미고 기가(Giga) 속도의 통신기술을 자랑했다. 기가는 Gbps를 의미한다. 1Gbps는 현재 각 가정에서 쓰는 초고속 인터넷(100Mbps)이나 4세대 롱텀에볼루션(LTE) 이동통신망보다 10배 빠른 속도로 인터넷이나 이동통신을 이용할 수 있다. 4기가바이트(GB) 용량의 풀HD 영화 또는 음악 1000곡을 33초 만에 내려받을 수 있는 속도다. 기가급 속도의 이동통신에서는 공상과학(SF) 영화 ‘스타워즈’에서 봤던 홀로그램 통신도 가능하다. SK텔레콤이 운영하는 ‘5G mmWave’ 부스에서는 실제 거리를 360도 촬영기법으로 녹화한 영상을 400Mbps에 가까운 속도로 가상현실 헤드셋에 무선 전송했다. 헤드셋을 머리에 쓰니 실제 거리 한가운데 서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켰다.

연결=21세기 사회에서 ‘연결’은 사물인터넷(IoT:Internet of Things)의 또 다른 말이다. IoT를 활용한 초연결 사회에서는 스마트폰과 시계·TV 등 가전이나 휴대 제품을 넘어 생활 주변 대부분의 것을 인터넷으로 연결한다. SK텔레콤 부스에는 정보통신기술(ICT)로 운영되는 스마트팜이 전시돼 있었다. 센서를 통해 농장 안의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고 작물별 생육 알고리즘에 따라 생장에 필요한 인공 햇빛, 물 등도 자동으로 공급된다. KAIST 부스에선 해파리 퇴치 로봇이 눈에 띄었다. 수상 관측 장치인 ‘스마트 부이(buoy)’가 알려오는 정보를 이용해 해파리를 추적·포획한 뒤 수중에서 분쇄할 수 있다.

입체=‘디지털콘텐츠 미래비전관’에선 50인치 크기의 디스플레이 2대가 눈에 확 들어왔다. 3D TV용 안경을 쓰지도 않았는데 스크린 속 물체가 뚜렷이 입체로 보였다. 순간 눈을 의심하며 비벼도 봤지만 화면 가운데 떠 회전하는 신라시대 기와는 분명 입체였다. 무안경 3D TV를 만든 업체는 경기도 일산에 본사를 둔 ‘쓰리디팩토리’라는 중소기업이었다. 이 회사 오현옥 대표는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는 네덜란드의 필립스와 필름 소재 기술이 있는 SK화학과 함께 만든 제품”이라며 “현재는 골프장이나 박물관·대형마트 등에 광고·전시콘텐트용으로 활용하고 있지만 향후 2~3년 내에 지금의 3D TV처럼 상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1층 KT 전시장 한쪽에는 홀로그램 극장 ‘K-라이브(Live)’가 마련돼 있었다. 검은 커튼이 드리운 극장 안으로 들어서니 마침 공연이 한창이었다. 무대 위에는 분명 인기가수 싸이가 특유의 말 춤을 추며 ‘강남스타일’을 부르고 있었다. 실제보다 크기가 작지 않았다면 진짜인양 속을 정도로 정교한 3D 홀로그램이었다. KT 관계자는 “5G 이동통신시대에는 홀로그램과 같은 입체 동영상을 이용한 애플리케이션이 스마트폰의 핵심 콘텐트가 될 것”이라며 “지금의 화상회의에서 더 진화한 홀로그램을 이용한 원격회의도 얼마든지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입체’는 최근 산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3D프린터였다. 85만원짜리 가정용 3D프린터를 만드는 IC밴큐, 전문가 또는 기업용 3D프린터 업체 헵시바 등 전시장 곳곳에 3D프린터 업체들이 전시부스를 열고 저마다 다양한 3D 조형물들을 만들고 있었다.

가상현실=전시장 곳곳에서 눈에 띄는 단골 디바이스가 있었다. 미국의 가상현실 헤드셋 제조사 오큘러스VR의 헤드셋이었다. 스노보드를 타고 가상현실 스키장을 경험하는 시스템을 만든 플라잉피시, 가상현실의 가정에 들어가 직접 케이크를 만들고 친구를 초대해 보는 4D 입체영상 체험관 등은 모두 오큘러스를 쓰고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머잖아 오큘러스가 가상현실 생태계를 장악할 것이란 예감이 들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개발한 ‘가상 의류 착용 시뮬레이터’는 남녀노소와 국적을 가리지 않고 호평을 받았다. 시뮬레이터 거울 앞에 서니 거울이 자동으로 체형을 측정했다. 거울 위에 나타난 옷 중 마음에 드는 옷을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거울에 비친 나는 어느새 그 옷을 입고 있었다. 번거롭게 갈아입지 않아도 마음에 드는 옷을 손쉽게 고를 수 있는 미래 쇼핑몰 필수품이다.

월드IT쇼 행사장엔 눈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 숨겨진 진주가 하나 더 있었다. SK텔레콤의 스마트 가이드 서비스 ‘위즈턴’이다. 블루투스 통신 기반의 비콘(Beacon)을 활용한 전시회 안내 서비스다. 스마트폰 앱과 연동해 관객이 전시장 부스를 옮겨 다닐 때마다 해당 부스의 전시 정보를 알려준다.

부산=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사진=송봉근 기자

사진 설명

ITU전권회의가 열리고 있는 부산 해운대 벡스코는 미래 세상이다. 특별행사로 열린 월드IT쇼에서는 다양한 미래기술이 소개됐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내놓은 대화형 영어학습 시스템 ‘지니튜터’ 가상현실 헤드셋 오큘러스를 이용한 SK텔레콤의 4D 입체영상 체험관 ETRI가 개발한 ‘가상 의류착용 시뮬레이터’ 미디어 아티스트 백남준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전시장. [부산=송봉근 기자]

[S BOX] 불꽃축제·콘서트·아시아송 페스티벌 등 볼거리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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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ITU전권회의의 중요한 특별행사는 대부분 첫주에 마무리됐다. 하지만 남은 2주간도 미래 기술을 만나고 흥겹게 즐길 수 있는 행사가 적지 않다.

27일부터 3일 동안은 ‘헬스-IT 융합전시회’와 ‘클라우드 엑스포 코리아’가 있다. 벡스코 제2전시장에서 열리는 헬스-IT 융합전시회는 산학연 관련 기관이 함께하는 콘퍼런스 겸 신제품·신기술 전시회다. 클라우드 엑스포 코리아도 같은 장소에서 국내외 클라우드 솔루션 기업 60개 사가 참여해 전시회를 한다. 또 국내 최대 규모의 과학축전인 ‘대한민국 과학 창의 축전’도 28일부터 ITU전권회의 마지막 날인 8일까지 벡스코 제2전시장에서 진행된다.

다양한 볼거리도 있다. 25일은 이틀간 열리는 불꽃축제(사진)의 둘째 날이다. 오후 8시부터 광안리 일대에서 불꽃축제를 감상할 수 있다. 거리공연과 다양한 콘서트도 함께 열린다. 이날은 벡스코 오디토리움에서 미래창조과학부 장관과 청소년 등 일반인 2000여 명이 함께하는 ‘U클린콘서트’가 열린다. ‘건전한 정보문화와 디지털 윤리의식 고취’라는 주제 아래 토크콘서트뿐 아니라 난타와 걸그룹 공연도 함께한다.

벡스코 야외광장에서는 다음 달 6일까지 주중 매일 ‘벡스코 광장콘서트’가 진행 중이다. 비보이 공연과 색소폰 재즈 밴드, 부산시립예술단의 국악관현악, 메소드필하모닉의 체임버오케스트라 등 다양한 해사가 폐막식 전날까지 이어진다. 이 외에도 전통음악에 비보잉을 도입한 ‘노름마치 소통 콘서트’(29일·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 K팝스타를 비롯해 일본·홍콩 등 아시아 지역 유명가수들이 참여하는 ‘아시아송 페스티벌’(11월 2일·아시아드주경기장) 등도 열린다.

최준호.송봉근 기자 joonho@joongang.co.kr

▶최준호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com/juno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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