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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삼성·현대가 3세 ‘프로필 사진’ 잇단 교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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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 4년 만에 바꿔… 정기선 상무, 작업복 사진으로

위상 변화·기업 이미지와 직결… 3세 경영 시동 본격화 해석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6)이 최근 프로필 사진을 교체했다. 삼성전자 사장으로 승진한 2010년 이후 4년 만의 교체였다. 삼성그룹은 너무 젊었을 때 찍은 사진이어서 바꿨을 뿐 특별한 이유는 없다는 설명을 내놨다. 사진도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2010년 사진보다 이 부회장이 좀 더 ‘노숙’해 보인다는 점 정도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사진 교체를 두고 말들이 많다. 총수 일가의 프로필 사진이 단순한 개인 사진이 아니라 기업의 이미지이며, 사진 주인공의 역할이나 위상 변화를 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의 이번 사진 교체도 그룹을 총괄하는 부회장으로서 보다 중후한 경영자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경향신문

현대중공업 정기선 상무(32)도 최근 프로필 사진을 교체했다. 현대중공업 오너인 정몽준 전 의원 아들인 정 상무는 2009년 현대중공업 재무팀 대리로 근무하다 미국 유학길에 오른 뒤, 지난 6월 현대중공업으로 복귀했다. 재계에서는 그의 복귀를 현대중공업의 3세 경영이 본격화되는 신호탄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많았다. 이 때문에 정 상무의 이번 사진 교체를 두고도 이런저런 해석이 나온다.

회사 측은 “울산 본사에서 근무하는 정 상무의 평소 모습을 그대로 사진을 찍은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작업복’ 이미지가 책상이 아닌, 현장의 냄새를 풍기게 만들었다는 점은 분명하다.

조막만 한 사진 한 장일 뿐이지만 대중과 접점이 거의 없는 재벌가 자녀들의 경우 사진은 곧 그 사람 이미지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 부회장의 경우 사진 교체를 앞두고 십여장의 사진을 그룹 홍보팀에 보내 적절한 사진을 선별해달라고 요청했다는 게 삼성 측의 설명이다.

오래되거나 부정확한 사진이 게재됐을 경우, 사진 교체를 직접 요청할 정도로 홍보팀도 오너 일가의 이미지 노출에 신경을 곤두세운다. 비리 문제로 세간의 주목을 받은 총수의 사진을 “웃지 않고 굳은 표정의 사진으로 바꿔달라”는 주문이 언론사에 쇄도한다. 총수 일가 거동이 불편한 그룹은 아예 동영상 촬영 자제를 요청하거나 동선을 최소화해 걷는 모습을 공개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이처럼 극도로 제한되고 계산된 이미지를 노출시키는 게 홍보팀 숙제지만, 과감한 ‘일탈’로 홍보팀을 아연실색시키는 경우도 있다. CF 속 ‘뉴질랜드 번지녀’로 더 잘 알려진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31)는 최근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큰 키 때문에 모델 제의를 받았다”거나 “낙하산은 맞다”는 등 거침없는 발언을 했다. 홍보팀은 소위 ‘멘붕’(멘털 붕괴)에 빠졌다는 후문이다.

올 초 시무식 대신 소외계층 연탄 배달에 나선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42)은 사진 속 함께 연탄 리어카를 끄는 초등학생이 정 회장 아들인 것으로 후일 밝혀지면서 화제를 모았다.

<이호준·이성희 기자 hj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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