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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현장+] 마지막 악수도 뿌리치게 한, 법제처 '태도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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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종합)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제처 국정감사]

머니투데이

제정부 법제처장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의 법제처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들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례적이었다. 약 6시간에 걸친 국정감사가 끝난 뒤 이상민 법사위원장은 제정부 법제처장의 악수를 뿌리쳤다. "됐어요, 그냥 가세요." 짜증섞인 목소리였다. 제 법제처장은 멋쩍게 돌아서야 했다.

보통 국감이 끝나면 피감기관장들은 의원들에게 악수를 건네며 인사를 한다. 카메라 앞에선 호통을 쳤어도 떠나는 마당에 얼굴을 찌푸리는 일은 자주 없다.

2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제처 국감장. 짜증은 특히 야당 의원들에게서 터져 나왔다. 오후 내내 대통령기록물법에 대한 적용과 해석에 똑같은 질문과 똑같은 답이 무한반복되면서다.

"세월호 감사에서 청와대가 대통령기록물법을 근거로 (청와대 비서실이 대통령에게 14차례에 걸쳐 서면보고를 했다는)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 아직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된 것도 아닌데 단지 가능성만으로 거부하는 게 규정에 맞는거냐."-이춘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다 공개라고 하면 지정기록물로 지정하는 실익이 전혀 없기 때문에 (대통령 퇴임 이후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될) 가능성이 있으면 본질적으로 보호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다."-제 법제처장

"법령에서 기본 원칙은 '문언해석'이다. 글자 그대로 해석하는 것이다. 대통령기록물은 글자 그대로 공개가 원칙이고 예외적으로 비공개하는 것이다. 법제처가 청와대의 눈치를 보면서 해석하니까 그런 이상한 해석이 나오는 것 아니냐."-서기호 정의당 의원

"문언해석이 대원칙이긴 하지만 해당 조항을 해석하면서 다른 조항과의 상충이라든지 (문제점을 감안해), 관련조항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제 법제처장

야당 의원들은 청와대의 서면보고 자료는 대통령이 퇴임하기 직전 지정하는 대통령'지정'기록물이 아닌 일반 대통령기록물이므로 대통령기록물을 규정한 16조에 따라 공개가 원칙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제 법제처장은 대통령기록물이 훗날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될 수 있기 때문에 대통령'지정'기록물을 규정한 17조를 적용했다. 17조엔 국가보안 등을 이유로 대통령기록물에 대해 보호기간을 설정(비공개)할 수 있는 요건이 규정돼 있다.

야당 의원들은 법령을 공정하게 심사·해석·정비해야 할 법제처가 청와대의 의견을 그대로 따랐다고 비판했다.

법제처가 안전행정부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의 운영규정(매뉴얼)을 제때 심사하지 않고 반려해 결국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2주가 지난 4월29일에서야 만들어진 점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제 법제처장은 "해경과 협의된 것을 확인했고 (국토해양부가) 긴박한 부분을 요청했기 때문에 지금도 동일한 상황이 온다고 하더라도 동일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말해 여야 법사위원들 모두에게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렇게 무능한 처장은 처음봤다", "사퇴해야 한다"는 인신공격성 발언도 있었다.

홍일표 새누리당 의원은 "처장의 해석 자체가 잘못됐다고만 볼 수는 없다"면서도 "'우리는 관행대로 했는데 결과가 이렇게 되니 우리한테 화살이 돌아온다'는 식의 태도는 옳지 않다. 그래도 더 신중했으면 했다는 생각을 하는 게 맞지 않냐"고 말했다.

이에 제 법제처장은 "제가 그렇게 말씀드린 취지는 실질적 협의가 돼 있어서…. 오해가 있었다면 신중하게 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법제처가 국감 준비를 부실하게 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동료의원에게 제출했던 국감자료를 전체 의원에게 배포해달라는 요청에 법제처는 의원들에게 자료를 나눠주고는 다시 거둬들이기도 했다. "당시 의원에게 제공했던 자료가 부실했다"는 이유에서다.

법제처의 소극적 대응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은 "'카카오톡 국감', KB사태 등은 법령 때문에 생긴 것"이라며 "많은 혼란이 있는데 법제처에서 법령을 심사하고 해석하고 정비하는 게 주된 임무 아니냐. 이런 일이 생길 때 (법령을) 선제적으로 검토해본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박 의원은 '실시간 감청 논란'이 벌어진 카톡 사태를 언급하며 "통신비밀보호법을 보고 깜짝 놀랐다. 2조7호 감청의 정의에 '실시간'이라는 표현이 없다"며 "감청의 정의에 대해 견해가 달라 이번 혼란이 벌어진 것이다. 법제처가 손놓고 있지 말고 사회적으로 큰 현안이 있으면 좀 선제적으로 나가야 하는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제 법제처장은 "유권해석에 대한 신청이 있어야지만 가능하다", "소관부처의 의견을 존중해준다"고 답변했다.

박 의원은 "1차적으로 주무 부서에서 (검토를) 하고 법제처가 2차적이고 부수적인 기능을 하는 것은 맞는데 언제까지 수수방관할 거냐"며 법제처에 '긴급의견진술권'을 제안하기도 했다. 보다 적극적인 법제처의 역할을 요구한 것이다.

제 법제처장은 "국가적으로 중요한 문제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줄 수 있다는 제도의 해석에 관한 법률을 준비중"이라고 말했다. "만드세요." 박 의원의 답에 내년도 국감에서는 이에 대한 법제처의 업무현안보고를 들었으면 한다.

하세린 기자 iwrit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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