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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취업 훈련비' 받아 취미생활…내일배움카드 악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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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실업자가 직장 구하는 것을 돕기 위해서 정부가 여러 가지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 중에서 직업 훈련비를 지원하는 내일배움카드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정부가 가상계좌에다 한해 최대 200만 원을 입금해주면 구직자들은 이 돈을 가지고 학원이나 기관 같은 데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겁니다. 그런데 취업에는 전혀 뜻이 없는 사람들이 이 돈을 단순한 자기 개발 비용으로 낭비하고 있었습니다.

조 정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커피 만드는 법을 가르치는 바리스타 학원입니다.

정부가 취업을 위해 지원하는 내일배움카드로 학원비를 내는 수강생들이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취업 목적이 아닌 사람들도 있습니다.

[학원 수강생 : 아직 배우는 단계고요, 배웠던 사람도 취업을 안 했어요. 취업 목적보다는 자격증을 따야겠다는 목적이 우선인 게 훨씬 더 많고요.]

학원도 이런 수강생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학원 강사 : 들으시고 취업을 하셔야 되는데 나이 드신 분들이 많고 창업이라고 하시고 그냥 창업도 안 하시고 약간 그런 분들이 많아서.]

요리 학원들도 사정은 마찬가집니다.

이러다 보니 지난해 나랏돈으로 직업 훈련을 받은 수강생의 취업률이 34%에 그쳤습니다.

취업자의 직종도 70%는 훈련받은 분야와 달랐습니다.

내일배움카드 신청 자격에 사실상 제한이 없는 게 문제입니다.

현재 돈벌이가 없고, 국비 지원 교육을 세 차례 이상 받지 않았다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습니다.

[고용센터 상담사 : 앞으로 취업을 하려는 분이 (내일배움카드를) 신청하면 안 될 이유는 없어요.]

주부나 야간 대학생도 가능합니다.

[고용센터 상담사 : 상담 끝난 다음에 카드 발급이 되고요, 6개월에 두 과목까지만 신청하실 수 있고요.]

비슷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독일이 취업 가능성에 대한 사전 심사를 먼저 한 뒤 훈련비를 지원하는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윤희숙/KDI 연구위원 : 훈련생에게도 취업에 대한 분명한 책임을 부여하고 수혜자 수로만 성과를 재는 실적주의도 개선되어야 합니다.]

정부가 지난해 이렇게 직업 훈련비로 지원한 돈만 3천 100억 원이 넘습니다.

취업이 절실한 구직자에게 혜택이 더 돌아갈 수 있도록 사전에 걸러내고 교육 후에도 취업 관리를 하는 쪽으로 제도 설계를 다시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영상편집 : 최은진, VJ : 정민구·유경하)

[조정 기자 parischo@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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