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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이어령 "문자의 죽음인가, 새로운 문자 혁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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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자심포지아 2014 개막식 기조강연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은 24일 개막한 '세계문자심포지아 2014'에서 "문자의 죽음과 해체인가. 새로운 문자의 혁명인가. 이 기로에 지금 우리가 서 있다"고 진단했다.

이 전 장관은 이날 세계문자심포지아 개막식 기조강연을 통해 "인쇄술 이후 또 한 번 디지털 기술에 의한 문자혁명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회화문자 '픽토그램'에서 표의문자 '이디오그램'을 거쳐 표음문자 '포노그램'의 단계로 진화가 최근에는 역전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최근 인터넷과 스마트폰 메신저 등에서 쓰이는 'ㅋㅋㅋㅋ' 'ㅎㅎㅎㅎ' '추카추카' 등 표기에 대해 "한글이 소리로 읽을 수 없는 순수한 시각문자로 변하거나 반대로 원래 표기를 무시하는 등 표음문자가 표의문자로, 표의문자가 아이콘의 회화문자로 유턴하는 상황이 액정 위 문자들에서 발견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수많은 이모티콘과 자판 부호로 얼굴 표정을 만들어 감정을 전하면서도 글로벌 문자 구실을 하는 도시 건축물과 도로 표지 같은 픽토그램이 기존 문자를 압도한다"며 "그러나 그 속에 각기 고유한 자신의 문화를 담는다"고 말했다.

이 전 장관은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가 '문화유전자'를 뜻하는 개념으로 내세운 '밈'(meme)을 거론하면서 "어떤 문자보다도 세계의 다양한 밈을 포함시켜 융합하는 데 한글만한 문자가 없다"고 강조했다.

사단법인 세계문자연구소와 서울 종로구 공동 주최로 올해 처음 열리는 세계문자심포지아는 '문자생태계, 그 100년 후를 읽는다'를 주제 아래 국제학술대회와 다양한 예술가들이 참여해 만든 전시, 시민 참여 행사로 구성된다.

이 전 장관은 이번 행사가 ▲ 문자학 분야 개척 ▲ 문자에서 신체성 회복 ▲ 문자의 장식화와 생활화 ▲ 디지털 환경과 기술 변화에 맞는 문자의 개혁 ▲ 시서화(詩書畵) 일치의 전통 회복 ▲ 군사력과 경제력에 이은 문자력의 '제3 문화파워' 선언 등을 위한 자리가 되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pul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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