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4 (수)

후쿠시마 3년반…아직 13만 타지 떠돌고 그나마 귀향은 늙은이뿐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뉴스1

후쿠시마현 가와우치촌의 한 마을에서 토양 오염물질 제거 작업이 진행 중인 모습. ©로이터=News1


(서울=뉴스1) 국종환 기자 = 2011년 3월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방사능 누출 사고가 발생한지 3년 7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주민들은 아직도 귀향을 꺼리고 있다.

정부의 대피명령 해제로 일부 지역에서는 귀향이 허용됐지만 정작 돌아온 고향은 돌아온 자와 귀향을 꺼리는 자들로 분열돼 있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후쿠시마현 중에서 가장 먼저 귀향이 허용된 가와우치촌의 주민들과 직접 만나 23일(현지시간) 보도한 기사에는 이러한 주민들의 안타까운 상황이 그대로 전달됐다.

가정주부인 아미모토 이치코(57)는 지난 3년 반 동안 도쿄에 위치한 자녀의 집과 임시 거처를 떠돌다 최근 가와우치촌의 마을에 위치한 집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지난 대피 생활을 회상하며 "나는 나의 채소밭과 화원 그리고 산들이 늘 그리웠다. 나는 도시에서 폐쇄공포증을 느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당분간 도시에 사는 사랑스러운 손자가 자신의 집에 찾아오는 것을 기대하지 못할 것 같다. 보다 이성적인 젊은 며느리는 가와우치 지역이 방사능으로부터 얼마나 안전해졌는지 아직 믿음이 없기 때문이다.

아미모토씨는 "할머니로서 며느리가 손자를 데려와도 충분히 괜찮다는 믿음을 갖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 밖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는 것 같다"며 작은 욕심마저 포기했다.

실제로 아미모토씨는 마을에서 소수의 귀향자 중 한명이다. 현재 마을은 139가구 중 20% 만이 귀향이 허용돼 돌아왔다.

후쿠시마현 전체로 보면 이재민 수는 절정에 달했던 16만4000명 보다는 줄었으나 아직도 13만명이 고향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일본정부는 방사능 영향이 비교적 작은 지역에 거주했던 5만5000명에 대해 대피명령을 해제할 예정이지만 귀향까지 이어지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가와구치촌을 포함해 후쿠시마현 다수의 지역들은 귀향을 염원하는 자들이 있는 반면 고향을 등지고 새 삶을 살기 원하는 이들로 갈라져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귀향을 기피하는 경향은 장년층보다 젊은이들에게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가와우치촌의 경우 사고 발생 이전 3000명에 이르렀던 인구 중 절반 가량이 귀향했지만 이들 대부분은 장년층이다. 이로 인해 현재 가와우치촌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34%에서 46%로 급등했다.

하지만 젊은층 대다수의 경우 귀향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들은 사고 발생 이전 학군과 쇼핑 등을 이유로 인구 밀도가 높은 해안 지역에 거주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들 지역이 방사능 피해를 가장 크게 입었다는 것이다.

가와우치촌은 젊은이들의 귀향을 장려하기 위해 일자리 창출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현재 가와우치촌에서 실내 농장을 운영하는 한 주민은 직원을 구하려해도 쉽지 않아 농장의 50%만 가동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사업을 나중에 마을 젊은이들에게 넘겨주는 것이 목표지만 젊은이들은 더이상 이곳에서 일하기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런 와중에 대피 주민 보상금 문제에 대한 격론은 마을 주민들을 더욱 분열시키고 있다.

가와우치촌은 방사능 오염 정도에 따라 지역이 나뉘어져 있으며 도쿄전력은 이를 기준으로 강제 대피한 모든 주민들에게 매월 10만엔(약 98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지원금은 대피명령 해제 후에도 1년 동안 지급되는 조건이다.

이는 대피명령이 내려진 지역 4인 가족의 경우 연간 480만엔(약 4700만원)을 받게 됨을 의미한다. 가구당 연 평균 소득이 190만엔에 이르는 마을에서는 엄청난 액수다.

이로 인해 주민들의 귀향 허용을 논의하는 지역 공청회는 가능한 오랜 기간 보상금을 받고 싶어하는 주민들에 의해 반대에 부딪혔다.

이와 함께 보다 근본적인 안전성에 대한 문제 역시 해결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의 안전 보장에도 불구하고 방사능에 대한 우려는 가시지 않고 있다.

현재 대피령이 해제되지 않은 11개 지역 중 4곳의 경우 오염 물질 제거 작업이 완료됐지만 주민들의 신뢰를 얻기에는 한참 부족한 상황이다.

정부가 주도하는 오염 물질 제거는 거주지와 기반 시설들을 씻어내고 농지의 위에 깔린 흙들을 제거하는 작업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지역 면적에서 산림이 차지하는 비율이 85%에 달하는 가와우치촌 같은 지역은 이같은 해결책으로는 불안감을 씻어낼 수 없다.

오는 26일 후쿠시마현은 원전 사고 이후 처음으로 지사 선거를 실시한다. 6명의 후보들은 한 목소리로 기존 원자로의 즉각적인 해체를 주장하고 있지만 어느 누구도 주민들의 귀향에 대해서는 명쾌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오염의 정도가 심한 지역의 주민들은 이미 다른 지역에서 삶을 다시 시작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일본정부가 새롭게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나미에촌의 경우 마을을 떠나기로 결정한 주민은 48.4%로 지난해의 37.5% 보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jhkuk@

[© 뉴스1코리아(news1.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