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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채플힐 노스캐롤라이나대 출석조작…18년간 3천10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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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미식축구·농구 특기생…수업받지 않고 학점 따내

(워싱턴=연합뉴스) 노효동 특파원 = 미국 공립대학 '아이비리그'의 하나로 꼽히는 미국 채플힐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이 지난 18년간 체육특기생들의 출석기록을 허위로 조작했던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이 대학은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을 배출한데다 미국 대학스포츠연맹(NCAA)배 농구대회에서 다섯 번이나 우승컵을 거머쥔 스포츠 명문이라는 점에서 대외적 이미지와 평판에 커다란 상처를 입게됐다.

이 대학의 캐럴 폴트 총장은 23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일부의 잘못된 행동과 주변의 묵인이 학생과 교수, 동문의 명예에 먹칠했고 교육기관으로서의 권위를 떨어뜨렸다"며 고개를 숙였다.

폴트 총장의 성명은 대학 측의 의뢰를 받은 워싱턴 소재 로펌이 독립적인 조사결과를 발표한 이후 나왔다.

이번 조사에서는 이른바 '종이교실'로 불리는 조직적 출석조작의 전모가 드러났다. 지난 18년간에 걸쳐 3천100여 명의 학생들이 전혀 수업을 받지 않은 채 학점을 딴 것이다.

이중 절반 가까이는 이 대학이 자랑하는 미식축구와 농구 선수들이었다. 특히 아프리카 연구학과와 아프리카-아메리카 연구학과는 이들 선수를 위해 수 백 개에 달하는 '그림자 과목'을 개설한 것으로 드러났다.

교수들은 이 과목을 수강한 선수들에게 출석이나 과제 부여 없이 학점을 제공하고 성적까지 바꿔줬던 것으로 밝혀졌다.

보고서는 "일부 강사들이 선수들을 위해 논문을 대신 써주고 체육담당 행정직원들은 아프리카와 아프리카-아메리카 연구학과에 성적을 조작하라고 압력을 넣었다"고 밝혔다.

이어 "출석 조작이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오래 지속됐고 학생들에게 많은 영향을 줬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사결과에 따라 대학 측은 기존에 내렸던 징계처분 이외에 9명의 직원을 추가로 징계했다. 이중 4명은 파면조치됐다.

이번 사건이 처음 불거진 것은 2011년 마리 윌링엄이라는 직원의 폭로에 따른 것이었다. 당시 상담교사인 윌링엄은 선수들의 학업능력이 고등학교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사실을 대외적으로 공개해 논란을 촉발시켰다.

이에 따라 대학 측은 즉각 조사를 벌여 비리에 연루된 미식축구 감독을 파면하고 체육위원회 위원장을 사퇴시켰다. 홀든 솝 총장은 지난해 사임했다.

이번 비리는 '형사사건'으로도 비화됐다. 이 대학이 소재한 오렌지 카운티의 지방검찰청은 2011년 사임한 학과장인 줄리우스 양고로에 대해 수업을 하지 않고 수당을 받은 혐의로 기소했다가 검찰수사에 협조한 대가로 소를 취하했다.

rh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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