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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월드리포트] '성당도 입장료?' 돈 찾아 헤매는 프랑스 문화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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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은 지난해 1,400만명이 찾았다. 파리의 수많은 문화 명소 가운데 방문객이 가장 많았다. 12세기 고딕 건축의 최고 걸작을 보기 위해서다. 성당 내부로 들어가면 아름다운 장미 스테인드글라스를 볼 수 있다. 지금까지 무료 관람이었다. 하지만, 앞으로 입장료를 받을지 모르겠다. 가설이 아니라 실제 논의에 들어갔다. 프랑스 문화부와 국가 기념물 센터, 유적을 관리하는 고위 관리들이 대성당의 입장료 징수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프랑스 언론이 보도했다.

성당이면 가톨릭 교회 소유이니 교회가 해결할 문제이지, 정부가 나설 게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프랑스는 1905년 정치와 종교를 분리하는 법을 만들었다. 프랑스어로 ‘라이시테’ 라는 비종교성 원칙을 수립했다. 공화국은 어떤 종교도 공식 종교로 인정하지 않고, 어떤 종교에도 경제적 지원을 하지 않는 원칙이다. 프랑스에서 국교나 다름없는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가톨릭도 예외가 아니었다. 법 통과 이후 국가는 지원을 중단했고 1905년 이전에 지은 종교 건물은 모두 국가 재산이 됐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도 국가 소유다. 유지 보수 책임도 정부 몫이다. 프랑스 정부는 파리 노트르담 뿐 아니라 전국에 있는 대성당 77개를 관리해야 한다. 가톨릭 교회는 종교적 영향력만 행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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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정부가 돈이 부족하다. 프랑스 경제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돈이 나올 만한 곳은 다 찾아 헤매고 있다. 정부의 지원금이 줄어든 프랑스 문화 예술계 전체가 그렇다. 세월호의 실소유주였던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무명 사진작가임에도 ‘아해’라는 이름으로 루브르 박물관에서 사진전을 열 수 있었던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기부가 충분하면 루브르의 문턱도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을 보여줬다.

프랑스 정부는 주변 나라들도 성당 입장료를 받고 있다며 유료화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이 입장료를 받는다. 영국도 웨스트민스터 사원은 18파운드(3만원), 세인트 폴 성당은 15파운드(2만5천원)를 받고 있다. 관광객들에게 입장료를 받아서 교회 보수를 위해 사용한다면 큰 불만이 없을 것이라는 논리다.

가톨릭계는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정치와 종교를 분리한 라이시테 원칙에 반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관광객을 포함해 모든 이들의 자유로운 입장과 경배를 보장하는 것이 법 제정 취지에 맞다는 주장이다. 입장료를 받으면 기도도 돈을 내고 해야 하고, 가난한 자들은 쉴 곳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프랑스 문화부는 또 내년부터 루르브 박물관, 베르사유 궁전, 오르세 미술관을 휴관일 없이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루브르의 경우 지금은 화요일에 문을 닫는다. 문화부는 더 많은 사람이 와서 예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휴관일을 없앤다고 설명했다. 경제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낸다는 점도 숨기지 않았다. 루브르는 연간 관람객이 920만명이나 된다. 연중 무휴 박물관이 되면 입장료 수입도 동시에 늘어날 것이다. 루브르의 하루 입장료는 성인이 12유로(1만6천원)다. 박물관 근무자들은 "관람 여건에 대한 고려 없이 최대한 돈을 많이 벌자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곳간이 비어가는 프랑스 문화계의 현 주소다.

[서경채 기자 seokc@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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