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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벽치기’에 일본 여성들 마음 와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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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겨레] 아사히 “카베돈, 일본 여성들에게 큰 인기” 보도



[지구촌 화제]

일본 여성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것은 결국 ‘육식남’?

큰 키에 호리호리한 몸매, 늦가을 오후처럼 쓸쓸함을 간직한 눈빛을 가진 남자가 용맹하게 다가선다. 놀란 마음에 두세발짝 뒤로 물러선 여성은 곧 복도의 벽에 부딪히고, 남자는 여성을 금방이라고 끌어안을 듯이 다가와 한쪽 팔을 벽에 기대고 조용히 속삭인다. “넌 오늘부터 내 여자야.”

일본 순정만화에 자주 등장하는 ‘느끼남’의 이 같은 엽기행각이 최근 일본 여성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일본 <아사히신문>이 23일 보도했다. 일본에선 이처럼 남성이 자신의 사랑을 고백하기 위해 여성을 벽에다 내몰고 한손을 기댄 채 속삭이는 행동을 ‘카베돈’(壁ドン)이라고 부른다. 카베돈의 카베는 벽(壁)의 일본식 훈독이고 돈(ドン)이란 물건이 벽에 부딪힐 때 나는 둔탁한 소리를 뜻하는 의성어다.

일본 지바현에서 지난달 개최된 ‘도쿄 게임쇼 2014’ 행사장. 연애 게임을 개발하는 ‘볼티지’라는 회사가 준비한 체험 부스 앞에서 젊은 여성들의 환호성이 연신 흘러나온다. 이 현장을 취재한 <아사히신문> 보도를 보면, 행사장에선 여성들이 키 180㎝를 넘는 장신의 미남 모델로부터 실제 카베돈을 받는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여성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도쿄도 오타구에 사는 한 여성 회사원(23)은 “어쩜 좋아. 생각보다 흥분했다”고 말했고, 시즈오카현에서 온 다른 여성(27)도 “가슴이 두근거려 멈추지 않는다”는 감상을 쏟아냈다. 이 행사를 준비한 회사 관계자는 “카베돈은 일본 특유의 문화일지도 모른다. 회사의 미국인 여성 사원은 이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카베돈은 일본 순정만화에서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에게 프로포즈를 할 때 자주 등장하는 일종의 ‘클리셰’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자면 1970년대 큰 인기를 끈 <베르사이유의 장미> 등에서부터 이런 장면을 발견할 수 있다. 최근 카베돈의 인기에 불을 붙인 것은 와타나베 아유의 〈L DK〉라는 순정만화가 큰 인기를 얻으면서부터다. 특히 이 만화의 14권에서 남자 주인공이 “구형은 무기징역. 일생 나에게 봉사해”라고 말하며 카베돈을 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후 최근 여성을 상대로 한 일본의 제품 광고들에 카베돈 장면이 등장하는 등 카베돈의 인기가 날로 확산되는 중이다. 여기에 “요즘은 일본엔 초식남(여성보다 자신의 취미 등에 더 많은 관심을 쏟는 남성)들이 많아져, 여성들이 강한 남자의 모습에 끌리는 경향이 있다”는 전문가들의 해석이 붙는다.

그렇다면 실제 현실에서 카베돈은 어떨까. 체험 현장에서 카베돈을 즐겼던 한 여성들은 “가공의 사실이니까 즐길 수 있다” “역시 잘생긴 사람에게 한정된 얘기”라는 반응을 보였다. 괜히 순정만화 장면만 믿고 허튼 짓 하다간 성추행 혐의로 가까운 경찰서로 끌려가 개망신 당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럼 애인에게는? 본인과 배우 원빈의 얼굴을 30분 정도 비교해 보고, 속내를 나눌 수 있는 2명 이상의 친구와 상담한 뒤 ‘그린 라이트’ 사인을 받으면 결단을 내려보길 바란다. 어설프게 시도하다간 조인트를 까인 뒤 따귀를 맞을 수도 있으니, 플라스틱으로 된 무릎 보호대 착용을 권장한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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