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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취재파일] '서상기 논란' 웃지 못할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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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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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서상기 의원은 대구 출신으로 집권 여당의 3선 의원입니다. 서의원은 지난 14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한참 후배인 야당 의원들로부터 호된 질타를 받았습니다. 서의원이 교문위의 피감기관인 국민생활체육회장을 맡고 있는 것이 국회의원의 공공기관장 겸직 금지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는 지적이었습니다. 지난해 10월에 열린 교문위 국감장에서도 서의원은 피감 기관장 자격으로 출석해 똑같은 질문 공세에 시달렸습니다. 2년 연속 똑같은 자리에서 똑같은 장면이 재연된 것입니다. 야당 간사인 새정치민주연합 김태년 의원은 "우린 불편하다, 동료의원이 피감 기관장으로 있는데 편하겠냐? 작년에는 법 개정 전이라면서 물러나지 않겠다고 주장했는데, 올해는 법개정이 끝났다"면서 "국회의원은 공공기관장 겸할 수 없다고 법에 딱 나와있다"며 사퇴를 촉구했습니다. 법 위반 논란에 대해 서의원은 쓴 웃음을 지으며 "규정대로 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했습니다.

그럼 현재 규정은 어떻게 돼 있을까요? '국회의원 겸직 금지'는 여야가 '특권 내려놓기'의 하나로 스스로 국민들에게 약속한 것입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지난해 7월 국회 본회의에서 '국회의원의 겸직·영리업무 금지 법안'(국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공익 목적의 명예직이나 정당법에 따른 정당의 직 외에는 원칙적으로 겸직을 금지한다는 것이 골자입니다. 이 법에 따라 국회의원들은 국회의장에게 겸직 여부를 신고해야 하고, 의장은 겸직금지 예외에 해당하는지를 외부인사로 구성된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의 의견을 들어 결정하도록 했습니다. 최종적으로 겸직 금지 통보를 받은 의원은 3개월 이내에 휴직 또는 사직 같은 방식으로 통보 결과를 이행해야 합니다.

하지만 국회 운영위원회는 윤리심사자문위의 심사가 진행되고 있는 지난 4월 '국회의원 겸직 및 영리업무 종사 금지에 관한 규칙안'을 의결했습니다. 이 규칙안은 겸직에서 제외되는 명예직을 '학술과 종교, 자선, 기예, 문화, 체육, 장학, 안전, 복지 기타 사회 일반의 이익에 이바지하기 위한 공익활동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법인 또는 단체의 비상근·무보수 직'으로 규정했습니다. 만약 규칙안이 통과된다면, 국회의장은 겸직 심사 때 '국회법 개정안'과 '규칙안'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국회의장이 규칙안을 따르게 되면 겸직 허용 범위가 넓어져 서상기 의원은 계속 국민생활체육회장직을 수행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규칙안은 현재 본회의 전 최종 상임위인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는데 언제 결론이 내려질지는 아무도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2년 연속 되풀이되고 있는 이른바 '서상기 논란'은 한마디로 정치 코미디에 가깝습니다. '겸직 금지' 법안을 만든 것도 국회의원들이고 이 법안과 사실상 배치되는 규칙안을 만든 것도 국회의원들입니다. 그리고 이 가운데 어느 것을 선택할 지 결정해야 할 사람도, '부지하세월' 마냥 통과시키지 않는 '꼼수'를 부리고 있는 사람도 역시 국회의원입니다. 현재 한국 스포츠계에는 서상기 의원뿐만 아니라 각종 체육단체장을 맡고 있는 여야 국회의원이 많습니다. 저는 아직까지 야당 소속 교문위 의원들이 체육단체장을 맡고 있는 같은 당 소속 동료의원에게 사퇴하라고 요구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서상기 의원에 대한 야당의원들의 공세가 힘이 실리지 않는 요인도 이 때문입니다. 만약 현재 체육단체장을 맡고 있는 야당 의원들이 법사위의 규칙안 통과와 관계없이 먼저 사퇴하는 솔선수범을 보인다면 서상기 의원뿐만 아니라 체육단체장을 겸직하고 있는 다른 여당 의원들도 더 이상 버틸 재간이 없을 것입니다.

강금실 전 법무장관은 "(정치는)코미디야 코미디"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코미디 황제'로 국회의원을 지낸 고 이주일씨는 " 정치는 최고의 코미디, 잘 배우고 간다"고 했습니다. 두 사람의 말이 지금도 현재 진행형인게 씁쓸한 우리의 현실입니다.

[권종오 기자 kjo@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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