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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로펌&이슈]“싫어져 이혼한다는데…이유가 꼭 필요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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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지난 8일 가수 나훈아의 아내 정수경 씨가 남편 나훈아를 상대로 이혼 및 재산분할청구소송을 다시 제기했다. 나 씨를 상대로 지난 2011년 이혼소송을 제기했던 정 씨는 지난해 9월 대법원까지 가서 패소한 바 있다. 당시 패소의 사유는 “이혼 요구 사유가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재미있는 것은 정 씨가 지난 2010년 미국 법원에 낸 이혼소송에서는 승소했다는 점이다.

현재 우리나라 민법에서는 배우자의 부정한 행위나 악의적 유기 등 구체적인 이혼원인을 규정해 부부 가운데 어느 한쪽에 이혼의 책임이 있는 경우에만 다른 한쪽이 이혼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이를 ‘유책(有責)주의’라고 한다. 그에 반해 미국과 유럽 다수의 나라에서는 이혼소송에서 부부 양쪽 가운데 어느 한쪽의 책임 유무에 관계없이 이혼을 인정하고 있는데 이를 ‘파탄주의’라고 한다.

한국의 이혼소송은 상호비방으로 얼룩지는 경우가 많다. 상대방에게 책임이 있어야 이혼이 인정되므로 서로의 책임론을 펼 수 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상호비방이 일어나지 않을 수 없다. 그 결과 한번 이혼하고 나면 남만도 못한 원수사이가 되기 십상이다. 이혼하고도 친구처럼 지내는 미국과는 상황이 다르게 흘러간다.

이혼 초기 단계부터 상호 비방으로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상황을 막겠다며 서울가정법원은 올해 9월부터 종전 당사자가 소장에 자신의 감정과 파탄 사유를 자유롭게 기술하던 방식에서 미리 유형화된 문항에 체크를 하는 객관식을 도입한 새로운 가사소송 모델을 시범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파탄이 나 있는 가정에 파탄의 잘못을 밝히라고 하는 것이 이혼 당사자들의 불화의 원인이 된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만으로 충분한지 의문이다. 최근 법원도 하급심에서는 이혼을 하지 않겠다는 당사자들에게 이혼을 권유하는 경향이 강하다. 부부 중 한쪽이 강하게 이혼을 원하고 있어서 혼인관계의 회복가능성이 없다면 혼인생활에서 벗어나게 하고 각자 새로운 인생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법무법인 일현 김영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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