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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기자수첩]"러버덕도 비오면 바람 빼는데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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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석촌호수 위 30인승 유람선, 구명조끼 안 입히고 버젓이 운행…롯데월드 "바다 아닌 호수라 괜찮다"]

머니투데이

지난 주말 ‘러버덕’을 보러 서울 송파구에 있는 석촌호수에 갔다. 석촌호수 서호를 지나다 유람선 한 대가 다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롯데월드가 운영하는 제네바유람선이었다.

그런데 30인승 유람선을 탄 승객들은 아무도 구명조끼를 입고 있지 않았다. 그럼에도 셀카를 찍는 등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승객 중 어린 아이도 다수였다. 석촌호수 깊이는 4~5m라 사고가 나면 손 쓸 도리 없이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구명조끼를 안 입고도 운행할 수 있는 게 의아해 롯데월드에 전화를 걸었다. 롯데월드 측은 “바다가 아닌 호수라서 구명조끼를 꼭 착용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위험할 경우 선장 지시사항에 따라 착용케 한다고 덧붙였다. 파도가 없으니 안전하다는, 안일한 답변이었다.

반면 석촌호수 동호에 떠 있는 화제의 오리 ‘러버덕’은 지난 20일 바람을 뺐다. 비바람이 몰아쳐 안전상 위험하다는 이유였다.

똑같이 석촌호수에 떠 있는 러버덕과 유람선, 둘의 안전에 대한 대처가 자연스레 비교가 됐다. 하물며 인공오리도 안전을 이유로 바람을 빼는데, 유람선은 무슨 자신감으로 30명에게 구명조끼도 입히지 않고 깊은 호수 위를 다니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답은 알고 있다. 괜찮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그런 안일함이 사고를 부른다. 1993년 12월 21일, ‘한강다리 11곳이 불안하다’는 신문 보도가 나왔다. 교각 보강부분이 심하게 훼손됐단 대한토목학회 지적이었다. 그 중엔 성수대교도 포함돼 있었다. 당시 서울시는 “교각본체는 아무 이상이 없고 다리 본체 구조상 안전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정확히 10개월 후 성수대교는 거짓말처럼 가운데가 무너졌다. 등교하던 여중·여고생을 포함해 32명의 시민들이 사망했다. 예견된 참사였다.

누구의 ‘안전불감증’이 문제인 지 규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고가 날 때마다 국민의 안전의식을 문제 삼아도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 매년 물놀이·화재·교통사고 등이 반복된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고 “난 괜찮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결국 안전을 관리하고 더 잘 아는 주체가 해결할 수밖에 없다. 일어날 법한 사고들을 헤아려 미리 막아야 한다. 하지만 이들도 사람인지라 안전불감증에 빠지기 쉽다. 그래서 이를 법·제도를 통해 의무화하고 제재를 가해야 한다.

지난 국감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하철 환풍구에 대해 “보행용이라 걸어도 안전하다”고 했다. 괜찮다는 말은 적어도 안전에 있어선 무서운 말이다. 서울시 곳곳의 안전을 보다 꼼꼼하게 점검했으면 한다.

남형도기자 hum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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