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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쇠락한 도시, 예술이 문 두들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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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겨레] 2014 창원조각비엔날레 가보니

남녘의 물좋은 항구도시 마산은 이제 기억 저편으로 사라져간다. 2010년 창원, 진해와의 통폐합으로 마산은 구로 전락했다. 가장 쓸쓸해진 지역이 상권 쇠퇴로 공동화한 옛 번화가 창동 일대다.

최근 여기에 ‘아폴로기업’ 상호를 내걸고 부산의 두 여성작가가 진열대를 차렸다. 부도난 상인들이 수년전 야반도주하며 남긴 옛 상가 물건들을 쓸어 담았다. 신발, 부츠, 핸드백 등이 말끔하게 닦여 시장 커피숍 한켠 진열장에 놓였다. 작가들이 방호복 입은 채 먼지를 털고 도료를 입히며 새 물건으로 재활시키는 과정이 영상에 담겼다. 수거한 작품들은 경매로 내놓는다. 도시 환경을 재해석하는 아카이브 작업이다.

수출자유지역으로 70~80년대 번창했다가 쇠락해온 마산의 창동 서성동 원도심 곳곳에 요즘 공공미술 작품들이 들어섰다. 한국, 인도, 베트남 등 국내외 소장작가 20여명이 뛰어들었다. 창원조각비엔날레의 핵심 프로젝트다. 올해 두번째인 비엔날레는 장소가 마산인데 이름은 창원이 붙었고, 조각보다 도심재생과 공공미술을 더 강조하는 미술제다.

공동화한 마산 원도심 창동에
‘시장불’ 등 공공미술 작품 전시
작가와 주민 연대 쌓기 쉽잖아


부림시장 지하 행복시장은 2000년대 이후 한국 공공미술의 ‘화석’을 엿볼 수 있다. 2006년 지역 작가들이 벽화 등을 그리며 주민과 연계를 시도했으나, 결국 실패하고 그림 흔적만 남긴 채 떠난 곳이다. 박경주 작가는 이곳에 상인들과의 인터뷰 기록과 관련 영상을 틀어주는 공간을 꾸렸다. 김월식씨와 무늬만커뮤니티 팀은 골판지로 불상을 만들어 부근 빈 상가 안에 ‘시장불’을 만들었다. 불상 뱃속에 상인들 기원을 담은 쪽지를 집어넣어 그들의 꿈을 보여주려 했다. 옥정호씨는 시내 오동동천 물을 퍼내는 퍼포먼스 영상을 시장 전광판에 틀어주며 하천복원의 맹점을 꼬집었다.

4~5개월전부터 주민들과 만나고 시장에 스며들기를 시도한 작가들 노력은 치열했다. 하지만, 반응은 차가운 편이다. 건물주들은 작품 공간 내주기를 거절하거나 고액 임대료를 불렀고, 결국 공간을 얻지못한 인도 작가는 미완성 구상만을 별도전시하기도 했다.

비엔날레 주제는 ‘달 그림자(月影)’다. 신라 대학자 최치원이 시문을 읊었다는 유적 ‘월영대’에서 따온 것이다. 예술이 마산 구석구석 스며들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최태만 예술감독은“6달여에 불과한 짧은 준비기간 탓에 현장 연구와 주민과의 연대는 한계를 안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추산동 문신미술관과 흉물스런 제방과 마주보는 중앙부두, 유원지 돝섬에도 국내외 작가들의 조각, 설치작품들이 흩어져있다. 연계교통편이 없어 모두 발품들여 봐야한다. 11월9일까지.

마산/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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