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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Cover Story] 찬 바람 불 때는 ‘북(Book) 카니발’… 괜찮아, 바람 싸늘해도 책장 따스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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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분다. 쓸쓸해진다. 더운 여름에는 처박아둔 책을 먼지 쌓인 책장에서 꺼내 든다. 50만 인파를 8m 책의 숲에 감싸 안은 ‘파주북소리’와 홍대 앞을 마비시킨 ‘서울와우북페스티벌’에서 특별한 순간을 포착했다. 올해 예산이 대폭 줄어들었지만 나름대로 내실 있는 행사를 기획 중인 서울 북 페스티벌의 감상 포인트도 함께 소개한다. 찬 바람 부는 가을, 책 냄새 가득한 종이의 축제로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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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을 위한 축제, 서울 북 페스티벌

서울 북 페스티벌이 여타의 다른 북 페스티벌과는 다른 점은 ‘도서관’ 자체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우리 주변의 도서관이 어떤 역할을 발휘하는지를 시민들에게 알려, 축제 이후에도 지역 도서관을 통한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목표. 시민들의 여론조사를 통해 선정된 올해 축제 슬로건은 ‘책 읽는 광장! 책 읽는 시민’이다. 서울도서관 도서정책과 김지혜 주무관은 “많은 축제 가운데 서울 북 페스티벌만의 정체성과 바른 방향을 찾아보려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사서가 진행하는 북 콘서트, 사서·저자·시민이 함께 토론하는 ‘한 도서관 한 책 읽기’ 캠페인, 공공도서관 이용자들이 함께 하는 인형극 등의 프로그램이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다. 관객과 저자가 서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토론을 하는 ‘한 도서관 한 책 읽기’에서는 인문학 스타강사이자 고전평론가 고미숙, ‘거리의 철학자’로 불리는 고병권과 함께 하는 ‘저자와 함께 하는 헌책 토론’이 진행된다. 남산도서관과 함께 하는 노순자 작가의 글쓰기 교실 ‘나도 작가, 응암정보도서관과 함께 하는 ‘내 생애 첫 작가수업-변혜령 작가의 드라마 스토리텔링 교실’ 등 실용적 섹션도 눈에 띈다.

Info |‘책 읽는 광장! 책 읽는 시민! 도서관에서 책으로 시민의 삶을 꽃 피우다’

제7회 서울 북 페스티벌 2014년 11월 8일(토)~9일(일) 서울광장

서울 북 페스티벌에서 당신이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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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네1 육체화된 기형도의 시

故 기형도 시인의 시를 매개로 ‘시(김응교 시인)’와 ‘현대무용(송주원 무용가)’이 만난다. 과거와 현재가 축적된 서울도서관(옛 서울 시청사)에서 텍스트 위주의 정보 뿐 아니라 음악, 무용 등을 통한 메시지를 몸 언어로 보여준다.

무용 총감독 송주원(무용가) 사회 및 시낭송 김응교(시인)

시간 11월 8일(토) 17:00~17:30(1부), 20:10~20:40(2부)

장소 서울도서관 중앙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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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네2 사람을 읽다, 휴먼 라이브러리

‘당신 그리고 우리들, 나 그리고 당신들: 휴먼 라이브러리’ 섹션에서는 ‘시민이라면 누구나 지식, 생각, 문화, 정보에 무료로 아무 제한 없이 접근하여야 한다’는 공공도서관 정신에 입각해, 우리를 둘러싼 ‘편견’을 되돌아 본다.

사람책 메헤란(이주민여성), 정경선(선주민여성), 윤명희(도서관 사서)

시간 11월 9일(일) 11:00~12:00 대상| 청소년이상

장소 서울광장 저자와의 만남 부스 1, 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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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네3 책 파는 축제 대신 책 권하는 축제

출판사들은 단위 부스에서 판매 행위를 하지 않으며 출판 콘텐츠를 기반으로 시민과 소통한다. 신간은 일정 기준의 도서를 출판사별로 2종씩 출품, 종합 판매동에서 지역서점 활성화를 위해 한국서점조합연합회에서 판매한다. 헌책방 활성화를 위한 한 평 시민 책시장도 신간 판매와 나란히 이뤄지니 주머니가 가볍다면 이 코너를 놓치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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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m 책장에 파묻히다 파주북소리

수백 개의 우산이 하늘에 빨래처럼 걸려 있다. 높이 8m 지혜의 숲에서 오케스트라 공연이 펼쳐지고, 서가에 앉아 꼼짝하지 않던 연기자가 ‘스윽’ 몸을 일으키자 책을 고르던 사람들이 비명을 지른다. 올해 약 50만 명이 찾은 파주북소리 현장은 ‘차를 가지고 온 내가 바보’였음을 증명하는 자리였다. 올해로 겨우 4회를 맞았을 뿐인 파주북소리가 아시아 최대 규모 북 페스티벌이 된 것은 파주가 아시아 최대의 출판 클러스터이기 때문. 올해는 특히 국내외 대표 문인·저자들의 정신을 엿볼 수 있는 ‘인문학 강연’ 섹션을 새롭게 마련했다. 한글날인 9일에는 2013년 ‘영국에서 가장 촉망 받는 젊은 소설가 20명’ 중 1인으로 선정된 여류 소설가 헬렌 오이예미와 소설가 김영하의 ‘영국문화원과 함께 하는 북콘서트’도 진행됐다. 폐막 전날 열린 ‘홍명희 문학제’에선 만화가 박재동, 소설가 성석제가 직접 낭독하는 소설 ‘임꺽정’의 음악회가 열렸다. 백남준, 이우환, 이불 등 현대미술 작가들이 세계 유일 분단국가라는 현실을 그린 대규모 현대미술 프로젝트 ‘파주평화발전소’는 올해 말까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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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연 돋보인 섹션1 7인 7색의 고서들

활자 책이 천대받는 시대에 옛 책들을 수집하고 보존하는 7명의 장서가들이 직접 등짐을 졌다. 출판계 대표 컬렉터들이 고서부터 동서양의 귀중한 문헌을 기꺼이 쾌척한 것. 화봉문구 여승구 사장이 출품한 ‘채색 대동여지도’와 윤형두 범우사 대표의 ‘광개토대왕비문 탁본’이 특히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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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연 돋보인 섹션2 도서관에서 즐기는 피크닉 콘서트

김예림, 10센치 등 젊은 뮤지션들의 열정이 돋보인 ‘피크닉 콘서트’와 함께 한국의 춤, 민요 판소리, 사물놀이가 어우러진 ‘파주 아리랑’, 해외 뮤지션과 협연한 ‘노름마치 뮤직 콜라보레이션 SSBD’는 관람객의 인기를 독차지했다. 특히 8m 책의 숲에서 선보인 러시아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초청공연은 그 중 백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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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연 돋보인 섹션3 특별한 기부 ‘트윙클 북레인’

하늘 위로 나부끼는 우산에 삐뚤빼뚤 글씨가 적혀 있다. 관객들의 사전 참여로 진행되는 ‘야간 프리마켓’, 책+우산전시, 인문학 북 콘서트 등으로 구성된 문화예술 기부 프로젝트, ‘트윙클 북레인(Twinkle Bookrain)’은 파주북소리의 인기 코너였다. 특히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의 저자 박경철 원장,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거야>의 김동영 작가, 인디밴드 두 번째 달이 참여한 인문학 북 콘서트는 큰 인기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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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 파주북소리의 특별한 순간 <김남주 시전집> 파주북어워드 특별상 수상

한국 대표 현대 시인 김남주는 1979년 남민전 사건으로 투옥된 민주화 투쟁의 상징이다. 사망 후 20여 년이 되도록 그의 시전집이 출간되지 못했다는 것은 그간 한국 문학계의 큰 오점. 특히 감옥에서 못으로 눌러 쓴 많은 시들은 교정되지 못해 다수의 오탈자를 포함하고 있고, 잘못된 제목이 붙여지는 등 제대로 된 학술연구가 불가능했다. 이제야 전문가들의 고증을 거친 시전집이 출간됐다는 점이 파주북어워드의 특별상 선정 이유. ‘시가 읽히지 않는 시대’에 시전집을 발행한 창비 출판사에도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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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란 무엇일까’ 서울와우북페스티벌

매년 10월 홍대 앞에서는 도심 속 책 축제가 열린다. 올해 역시 100여 개 출판사의 책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거리도서전과 함께 북 콘서트, 술, 시, 연애, 차, 재즈 등을 소재로 한 행사가 풍성하게 열렸다. 서울와우북페스티벌은 10주년을 맞은 올해 ‘책이란 무엇인가’라는 원초적인 질문으로 돌아갔다. 빠르게 돌아가는 출판시장에서 묵묵히 작고 강한 책을 만드는 1인 출판사를 위한 ‘릴레이 강연’, 밀양송전탑투쟁을 둘러싼 기록을 볼 수 있는 사진전 ‘밀양을 살다’, 어린이책 작가들의 한뼘 그림책 ‘세월호 이야기’ 섹션은 많은 인파를 모았다. 한국사회의 지성인 홍세화는 ‘조건 없이 기본소득’ 코너를 통해 기본소득이라는 개념을 인간다운 삶을 위한 조건으로 설명했다. 자기표현에 목마른 젊은이들, 자기 삶을 글로 표현하고픈 사람들, 작가 지망생 등을 위한 ‘국어코스’에선 작가 정희진, 이강룡, 안미선 등의 글쓰기 강좌가 이루어졌다. 규모에 비해 화장실이 부족했던 점, 한 출판사에서 5만원 이상 책을 사야 택배 배송이 이뤄지는 점은 아쉬웠던 부분. 그러나 ‘책이란 무엇인가’라는 무거운 질문 대신, ‘책이 무엇이어야 하는가’를 각자의 삶에서 살펴볼 수 있었던 자리였다.

다시 보는 와우북1 SF 판타지 소설의 인기

올해 서울와우북페스티벌에서 인기 코너는 일반 서점에서 구하기 어려웠던 SF 판타지. 반지의 제왕에서 높은 엘프들이 쓰는 언어인 퀘냐 교재인 <가운데땅을 여행하는 한국인을 위한 높은 요정어 안내서>(금숲 저, 알빗말 두레), 국내 SF 작가들의 단편집인 <신기한 과학도구>(에픽로그) 같은 소설이 큰 인기를 모았다.

다시 보는 와우북2 책의 가치 읽기 ‘책 읽기는 혁명이다’

올해는 책 읽기의 의미를 묻는 국제출판문화포럼 ‘책이 혁명이다’가 열렸다. ‘재난시대, 삶의 근거가 무너진 곳에 문학이 있다’는 부제로 열린 포럼에는 한국보다 앞서 지진, 원전사고 등을 겪은 일본의 철학자 사사키 아타루가 국외 발제자로, 지난 5월 서울의 재난 이후를 다룬 소설 <서울>을 발표한 소설가 손홍규가 국내 발제자로 나섰다. 재난이 닥쳤을 때와 그 이후, 문학이 할 수 있는 사회적 역할을 고민하는 자리였다.

다시 보는 와우북3 사랑과 술에 취하라

젊음의 거리 홍대에서 열리는 만큼, 발랄한 코너도 많이 준비됐다. 허지웅의 북콘서트 ‘버티는 삶에 관하여’와 정호승 시인의 육성으로 시를 들을 수 있는 낭독의 밤 콘서트 ‘외로우니까 사람이다’는 빈 자리를 찾기 어려웠을 정도. <술꾼의 품격> 저자 임범과 소설가 백가흠 등을 통해 프랑스의 랭보, 중국의 두보, 우리나라의 김수영, 조지훈 등 술을 사랑한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본 ‘술이란 무엇인가’, 박권일, 한윤형, 김완 등 감각적이고 날카로운 필력으로 한국사회를 분석하는 젊은 칼럼니스트들의 만담토크 ‘20대는 왜 연애상담에 열광하는가’도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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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 서울 와우북 페스티벌의 특별한 순간

얼마 전 세월호를 바라보는 작가들의 심경을 담은 계간지 <문학동네> 가을호의 초판 매진과 베스트셀러 1위 기록은 하반기 문학계의 이변이었다. 와우북 페스티벌 포럼의 결론 역시 ‘재난의 시대에 문학, 즉 읽고 쓰기의 지속은 삶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기능을 한다’는 것이었다. 발제자 사사키 아타루는 “재난 이후 일본에서는 오컬트나 음모론 등 과학적이지 않은 태도가 허용되고 있다”며, ‘고물이 된 이성을 재고하는 일은 어떻게 가능한가’라는 주제를 발표했다. 소설가 손홍규는 “세월호 참사에 대해 연민과 동정의 감정을 가지며 스스로를 가해자가 아니라고 확증하는 태도는 위험하다”며 ‘우리 모두가 함께 겪은 재난이 개인적인 재난으로 갈무리 될 때 재난은 잊히고 만다’는 내용의 발제문을 발표했다. 서로의 민낯을 마주하게 하는 재난의 현장에서 문학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는 현장이었다.

[글 박찬은 기자 사진 및 자료제공 파주북소리 조직위원회, (사)와우책문화예술센터, 서울도서관 도서정책과, 국립중앙도서관]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450호 (14.10.2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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