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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7천억 다루는 적십자 총재, 공모 절차도 없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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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도마 오른 대한적십자사]]

머니투데이

대한적십자사(한적)가 2014년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16일 취임식을 갖고 한적 총재에 오른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이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 캠프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던 이력과 이후 행동이 논란을 일으키면서다.

야당은 국민 성금과 정부 보조금을 포함해 '헌혈 및 혈액 관리', '대북민간사업'에 지난해 7460억원의 예산을 사용하는 한적 총재 선임 과정이 불투명하다며 관련 법 개정에 나설 계획이다.

◇야당 "총재 임명 시 공모 절차 등 명시"

21일 국회에 따르면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용익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국감 직후 한적 총재 선출 절차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내용의 '대한적십자사 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한다. 김의원은 법 개정을 통해 공모 절차 등을 명시해 보다 공정한 총재 선임 방식을 명시한다는 복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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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대한적십자사 조직법' 상 한적 총재 선임은 '중앙위원회가 선출해 대통령의 인준을 받아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중앙위원회에는 기획재정·통일·외교·국방·보건복지부 등 8명의 국무위원이 참여한다. 이들이 선출한 총재는 명예총재인 대통령의 인준을 거쳐 임명된다.

대한적십자사의 의결기관 중 하나인 전국대의원총회는 대통령이 위촉하는 8명, 국회에서 위촉하는 12명, 지자체장이 위촉하는 각 2명 등으로 구성된다. 이처럼 대한적십자사가 총재를 선출하는 과정이나 의결기관 구성 역시 정치권의 입김이 셀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보은인사' 논란에 이어, 5년간 적십자비를 납부하지 않은 사실이 도마에 오른 김회장의 경우 국감을 앞두고 약식으로 공개된 중앙위원회 회의록을 통해 10여 분만에 선임이 결정된 사실이 확인됐다.

선임 결정 당시 중앙위원회에는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의 추천으로 김성주 회장 단독으로 총재 후보에 올랐으며,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문 복지부 장관, 류길재 통일부 장관, 한민구 국방부 장관,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 등 주요 국무위원이 참석했다.

김용익 의원은 "관례대로 해 온 적십자사 선출 방식은 소위 '낙하산'에 용이한 제도로 법 개정을 통해 총재 선출의 공정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논란 부추기는 김 총재…21일 오전 베이징 출국

김성주 총재의 취임 이후 활동도 적십자사를 둘러싼 논란을 확대시켰다.

김 총재는 한적에 대한 국회 국감을 이틀 앞둔 21일 오전 국제적십자사연맹이 주관하는 '제9차 아태지역회의' 참석을 위해 중국 베이징으로 출국했다.

지난 17일 김 총재는 김춘진 국회 복지위원장을 만나 국감 불출석 의사를 전달했으며 사유서도 제출했다. 야당에서는 국감을 피하기 위한 해외출장으로 보고 필요한 조치를 강구 중이다.

김성주 새정치연합 의원은 2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의 성금과 정부의 지원으로 운영되는 한적 총재는 매년 복지위 국감에 출석해 성실히 감사를 받아왔다"며 "일시 귀국했다가 출국하거나 귀국 후 별도의 국감 일정을 잡자는 국회의 제안에도 묵묵부답"이라고 비판했다.

대한적십자사, 성금·보조금·혈액원 주수입 '공적 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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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적십자사는 국제기구인 국제적십자연맹의 일원으로 비영리 특수법인이다.

국민 성금과 정부 보조금이 투입되고 '혈액사업'과 '대북민간사업', '재난 구호' 등 공적인 업무를 수행하고 있어 정부 부처 및 기관과 함께 매년 국정감사를 받고 있다. 직원 복무관리도 국가공무원 규정 등을 준용한다.

◇임시정부 수립 '대한적십자회' 모체

대한적십자사는 19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설립한 대한적십자회를 모체로 한다. 1955년 국제적십자위원회(ICRC)의 인가를 받고, 국제적십자·적신월연맹의 회원국이 됐다.

대한적십자사는 1950년 6.25 전쟁 당시 피난민에 대한 구호활동도 실시했다. 이후 1971년 남북회담 사무국을 설치, 북한 조선적십자회에 이산가족 찾기를 위한 회담개최를 제의한 이래 현재까지 이산가족 상봉사업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1990년대 들어서는 성수대교 붕괴현장,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현장 등에 수천명의 구호요원을 파견해 인명구조 활동 및 봉사활동을 전개하기도 했다.

흔히 '국제적십자'라고 표현하지만 실제 이 이름을 가진 공식기관은 없다. 같은 원칙과 목적, 상징을 공유하는 여러 독립단체로 이뤄져 있다.

대한적십자사와 같은 각국 적십자사(아랍권의 경우 적신월사)가 존재하며, 이들의 연합체인 '국제적십자사적신월사 연맹'(IFRC)이 있다. 또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는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두고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스위스 민간기구다. 각국 적십자사와 IFRC, ICRC가 모여 '국제적십자·적신월운동'이라는 거대한 인도주의 단체를 구성한다. 이상 3종의 적십자기구를 통칭해 국제적십자라고 칭한다.

◇올해 예산 7668억 중 국고 보조금은 4.1%…적십자 회비 500억원

2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따르면 한적의 지난해 예산 규모는 7460억원이었다. 올해는 7668억원을 책정해 놓은 상황이다.

한적이 예산을 전부 국가에서 받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지급하는 국고보조금은 5%도 되지 않는다. 보건 사업 관련해 보건복지부, 대북사업 관련해 통일부, 공공의료 사업과 관련해서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총 304억원(4.1%)을 받는다.

주무부처인 복지부로부터 △병원 시설과 장기 기능 보강 80억원 △혈액사업관련 노후 장비 교체부분 22억원 △헌혈의 집 시설 개선 58억원 △조혈모세포 골수기증검사 지원 16억원 등 총 176억원을 지원받고 있다.

한적도 자신들의 홈페이지를 통해 "많은 분들이 정부로부터 막대한 예산을 지원 받는 것으로 오해를 하고 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일부 정부 위탁사업의 경우 예산을 지원받는 경우가 있으나 이는 매년 전체 예산액의 5% 미만에 불과하다"고 알리고 있다.

지로를 통해 걷히는 적십자 회비 규모는 약 500억원대다. 올해 52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도 517억원이 회비를 통해 모집됐다.

한 복지위 야당 관계자는 "총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만 자발적인 국민 모금인 적십자비와 혈세인 정부 보조금이 한적에 투입되고 있고, 사업 내용도 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공적 업무인 만큼 정부의 감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고 보조금, 적십자비는 일반회계…혈액원 예산 약 4000억

올해 한적이 편성한 7668억원의 예산을 회계 분류별로 살펴보면, 국고 보조금(304억원)과 적십자회비(520억원) 등을 합해 본사와 지사 등의 사업을 일반회계로 구분해 올해 1476억원을 편성하고 있다.

이와 함께 병원 특별회계에 1058억원, 혈액원 특별회계에 3915억의 예산을 집행할 방침이다. 병원 특별회계 예산은 전국의 적십자 병원 수익으로, 혈액원 특별회계 예산은 정부가 정한 혈액 가격만큼 병원에 공급하고 받는 수익금으로 충당된다.

이 외에도 한적은 올해 혈장분획센터 특별회계 명목의 예산 984억원, 회관 특별회계 22억원, 수품센터 특별회계 18억원, 퇴직금 특별회계 195억원을 집행할 계획이다.

적십자회비, 세금인가 기부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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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주 제28대 대한적십자사 총재가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한적 본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성주그룹 회장인 김 신임 총재는 최초의 기업인 총재로서 3년간 총재 직무를 수행하게 된다. 2014.10.16/뉴스1


적십자회비 미납은 김성주 신임 대한적십자사 총재 보은 인사 논란의 또 다른 축이었다.

보건복지 분야 고위공직자의 적십자회비 미납이 문제가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도 지난해 인사 청문회 당시 8년 치 적십자회비를 일시로 납부하며 미납 논란을 겪은 바 있다.

적십자회비는 세금이 아니기에 내지 않아도 법적 책임은 없다. 하지만 적십자회비 자체가 국민 모두에게 고지되는 '국민 기부금' 성격을 지니고 있는데다, 보건복지 분야 고위 공직라는 점에서 도의적 비판이 쏟아졌다.

적십자회비 모금은 1949년 당시 명예 총재였던 이승만 대통령이 전쟁고아·전쟁 사상자들의 구호를 위한 포고문을 발표하며 시작됐다. 이에 적십자사는 대한적십자사조직법에 따라 20세 이상 70세 미만의 세대주를 회원으로 모집했다. 국민기초생활수급자·장애인세대주·적십자후원회원·국군회비 납부자는 제외됐다.

적십자회비는 1996년까지 통·반장들이 가가호호 다니며 수납해 사실상 모든 국민이 내는 세금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적십자사는 현금 징수로 인한 분실 등 민원 발생으로 인해 1996년 납부 방식을 오늘날의 지로 형태로 바꿨다. 이때부터 돈 내는 건 자유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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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로용지는 세대주 뿐 아니라 개인사업자와 법인에게도 발송된다. 회비를 납부할 시 적십자 회원으로 인정받고 회비 관련 소득 공제 혜택을 받는다. 세대주의 경우 전년도 납부 금액이 고려되지만 대개 8000원~1만원을 회비로 낸다. 개인사업자는 최소 3만원, 법인은 소규모 기업 최소 5만원·대기업 최소 70만원을 납부한다.

적십자사 관계자는 "회비 모금은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제도"라며 "적은 금액이지만 많은 국민들이 참여하는 데 의의를 두고 있고 이는 기부문화를 확산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모금된 적십자회비는 약 517억원이다. 500만 세대가 참여한 규모다. 적십자사는 모금액을 최약계층 지원 등 사회봉사사업에 349억원, 재난·재해 등 구호사업에 181억원 사용했고 이 밖에 의료복지사업·국제활동·운영비 등에 회비가 쓰였다고 밝혔다.

정기후원금을 내는 이들은 23만 명 정도로 지난해 약 146억원이 모금됐다. 이들은 매달 일정 금액을 내기 때문에 지로용지를 받지 않는다. 일시후원금은 재난 발생 시 일시로 기부 받기에 매년 모금액이 다르다. 지난해에는 '필리핀 태풍 피해 모금' 등으로 인해 약 340억원 가량 모였다.

한편 적십자사는 11월 말 지로용지를 발송하고 시군구 협조를 받아 2개월 가량 집중모금기간을 갖을 계획이다.

'남북대화' 창구 적십자사, 역대 총재들 보니…

지난 8일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이 '보은인사 끝판왕'이라는 거센 비난을 받으며 대한적십자사 총재직에 취임했다. 김 총재는 앞으로 3년간 혈액관리 사업을 비롯해 사회봉사, 재난구호활동, 국제협력 활동 등을 대한적십자사의 활동을 지휘하게 된다.

무엇보다 남북분단이라는 현실에서 대한적십자사는 이산가족 상봉부터 인도적 북한주민 지원 등 민간교류를 통해 남북대화의 물꼬를 트는 대화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산하 기타공공기관 중 하나일 뿐이지만 대통령이 명예총재, 국무총리가 명예부총재를 맡는 만큼 대한적십자사는 정부의 대북 지원정책을 주도적으로 맡기도 한다.

정치적 중립성, 독립성을 가진다는 적십자사지만 국내에서만큼은 정치권과 거리가 가까울 수 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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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역대 총재 대부분은 정계 거물이나 총리나 장관을 역임한 원로들이 맡아왔다. 윤보선(전 대통령)·김용우(국회 사무총장)·김상협(국무총리)·유창순(국무총리)강영훈(국무총리)·정원식(국무총리)·서영훈(새천년민주당 대표)·한완상(부총리) 등이 그 예다.

26대 유종하 총재의 경우에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선캠프 공동 선대위원장을 지낸 측근이기 이전 외무부 장관 및 대통령비서실 외교안보 수석비서관 출신이다. 첫 여성총재였던 전임 유중근 총재의 경우, 정치나 관(官) 경력이 없다는 이례적인 이력 때문에 되려 '영부인과 친분이 있는 것 아니냐'는 구설을 만들 정도였다. 사실상 대대로 정치권 인사가 '낙하산'으로 내려왔던 셈이다.

김세관 박경담 배소진 , 그래픽=이승현디자이너기자 shyun88@mt.co.k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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