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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한수진의 SBS 전망대] 부산 약국 감동 사연…"조건없이 준 100만 원, 매일 감동으로 돌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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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담 : 부산 우리들 약국 이현경 약사

▷ 한수진/사회자:
어느 날 한 60대 남성이 약국을 찾았다가 젊은 여성 약사에게 고단한 인생사를 털어놓았다고 합니다. 그 분의 안타까운 사연을 곰곰이 듣고 있던 약사는 아무런 조건 없이 선뜻 100만 원을 건넸답니다. 60대 남성은 그 돈으로 새로 일을 시작할 힘을 얻었고요. 갚지 않아도 좋다는 돈 100만 원을 조금씩 조금씩 갚아나갔습니다. 2년 전에 부산에서 있었던 일인데요. 새삼 이 사연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시민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하고 있습니다. 따뜻한 마음의 주인공 직접 만나보도록 하겠습니다. 부산 우리들 약국 이현경 약사와 말씀 나눠보죠, 이현경 약사님 나와 계시죠?

▶ 이현경 약사 / 부산 우리들 약국: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목소리도 참 예쁘세요, 마음도 고우시고. 그런데 약국을 여신지는 얼마나 되셨어요?

▶ 이현경 약사 / 부산 우리들 약국:
저는 한 7년 정도 됐어요.

▷ 한수진/사회자:
부산 지역에서 약국을 하고 계신 건데요. 요즘에 큰 약국 같은 경우는 약사님들 여러 분 계셔서 함께하시기도 하던데 혼자세요, 아니면 다른 분들과 같이 하세요?

▶ 이현경 약사 / 부산 우리들 약국:
저희는 일요일도 해가지고, 약사님 다른 분 두 분이랑 같이 3명이서 같이 하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렇게 약국에 많은 시간 계시다 보면 참 많은 분들 찾아오시구요. 그러다보면 꼭 약만 사고 파는 것이 아니라 이런저런 이야기,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고 그러시는 것 같더라고요.

▶ 이현경 약사 / 부산 우리들 약국:
환자분들이랑 대화를 하다보면 그 분의 건강상태에 대해 알게 되고 생활습관도 많이 알 수 있게 되더라고요.

▷ 한수진/사회자:
이런저런 질문도 좀 던지게 되고,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여러 이야기로 이어지기도 하고요. 그런데 한 2년 전에 있었던 훈훈한 일이 화제가 되고 있는데요, 그 이야기 좀 나눠보겠습니다. 60대 남성분이 약국을 찾아오셨다고요. 정확하게 몇 년 전이었고 계절로는 언제였어요?

▶ 이현경 약사 / 부산 우리들 약국:
딱 2년 전에 11월 달 정도에 오셨어요.

▷ 한수진/사회자:
아마 그 전에도 종종 약국을 찾아오곤 하셨던 모양이죠?

▶ 이현경 약사 / 부산 우리들 약국:
그 전에는 그냥 한 번씩 얼굴만 보고 그렇게 단골은 아니셨는데 그 일 이후로 단골이 되셨어요.

▷ 한수진/사회자:
그러면 그 날은 어떻게 하다가 이야기가 길어지게 되셨어요. 어떤 이야기를 하셨는데요.

▶ 이현경 약사 / 부산 우리들 약국:
그 날 아버님이 귀가 안 들리신다고 보청기가 있으면 소원이 없겠다고 하시면서 우시면서 말씀 하시더라구요. 너무 마음이 아파가지고, 보청기 하나 사드리려고 했던 거예요.

▷ 한수진/사회자:
보청기만 있으면 참 좋겠는데, 귀가 잘 들리지 않아서 생활이 힘들다, 이런 말씀하셨어요.

▶ 이현경 약사 / 부산 우리들 약국:
네, 일 하는데 귀가 잘 안 들리면 아무래도 하는 일에 제한이 있게 되니까, 그래서 보수도 되게 적게 받으셨던 거 같아요. 한 달에 20만 원인가 그렇게밖에 못 받는다고 하시더라구요.

▷ 한수진/사회자:
한 달에요? 한 달에 20만 원 받는 일을 하고 계셨어요, 당시에.

▶ 이현경 약사 / 부산 우리들 약국:
네, 20만 원 밖에 못 받는다고, 그거를 모아서 보청기를 사야 되는데 그 보청기 사시는 게 꿈이라고, 또 우시면서 귀가 안 들리시니까 목소리를 크게 해서 말씀 하시더라구요.
정말 그런데 이게 특별한 사연이 아니고 제가 봤을 때는 누구나, 저 아니라도 그 상황이었으면 저랑 똑같이 그런 생각했을 것 같아요.

▷ 한수진/사회자:
마음으로는 참, 아 정말 안 됐다, 이 분, 도와드리고 싶다, 이런 생각이 들 수 있죠. 그런데 또 선뜻 돈을 건네기는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은데요.
이 분이 당시 한 달에 20만원을 받으시면서 일을 하고 계셨고, 적은 월급을 받다보니까 귀가 안 들려도 보청기를 살 수 없다, 이런 말씀을 하신 거군요.

▶ 이현경 약사 / 부산 우리들 약국:
네.

▷ 한수진/사회자:
아니, 어디서 일을 하시는데 월급이 이렇게 적어요?

▶ 이현경 약사 / 부산 우리들 약국:
그냥 자세한 거는 그 때 못 들었고요. 일을 하신다는 건지 할 수 있다는 건지 그거를 정확하게 듣지를 못하는데 제가 들었던 거는 한 달에 20만 원을 모아서 그거로 생활을 하고 그 돈을 모아서 보청기를 사야 한다고 그렇게 말씀 들었거든요.
그런데 보청기가 있으면 그래도 40만 원 정도 받을 수 있다고 그렇게 제가 말을 들었던 거예요.

▷ 한수진/사회자:
그렇군요. 어르신의 가족들은 같이 안 계시던가요, 가족들 이야기는 안 하셨어요?

▶ 이현경 약사 / 부산 우리들 약국:
그 때가 2년 전이라서 잘 기억이 안 나는데, 떨어져있고 연락할 수 없다, 이런 식으로 제가 이해를 했었거든요.

▷ 한수진/사회자:
가족들도 좀 뿔뿔이 흩어져있고 참 여러 가지로 어려운 상황이어서, 그 이야기를 듣고 우리 이현경 약사께서 마음이 너무 아프셔서, 그래서 선뜻 100만 원을 내놓으신 거예요.

▶ 이현경 약사 / 부산 우리들 약국:
그런 거보다는 그냥 너무 절실해 보였어요. 사실 저도 좀 힘들게 일하니까 100만 원이 저한테 어떻게 보면 큰돈이기도 한데, 근데 저는 그거 없다고 당장 죽을 것 같지 않은데 저 분은 보청기가 없으면 당장 너무 힘들 것 같은 거예요. 그래가지고 저보다 그 분이 우선인 것 같아서 그래서 그냥 드렸어요.

▷ 한수진/사회자:
사실 약사님에게도 100만 원, 적은 돈 아니지요?

▶ 이현경 약사 / 부산 우리들 약국:
아휴, 적은 돈 아니죠.

▷ 한수진/사회자:
나는 이 100만원 없어도 죽진 않지만, 이분은 당장 너무 힘들어보이셔서 그래서 내놓기로 했다, 하는 말씀이시네요. 사실 돈을 돌려받으실 생각은 애초부터 안 하셨을 것 같아요, 이럴 경우에는요.

▶ 이현경 약사 / 부산 우리들 약국:
그 당시에는 100만 원으로 사람을 살릴 수 있으면 사람을 살리고 봐야지, 그 생각으로 드렸어요. 사실 아버님이 갚지 못할 거라고 생각 했거든요, 너무 힘드신 것 같아서. 그래서 아버님한테 드렸는데 사실은 뭐 저보다는 아버님이 대단하시죠.

▷ 한수진/사회자:
대단하시다는 게 무슨 말씀이세요.

▶ 이현경 약사 / 부산 우리들 약국:
아버님이 그거를 잊지 않으시고 며칠 뒤에 오셔서 차용증을 정말 멋있게 써 주셨어요.
약국에 오셔가지고 잠시 적으시더라고요. 그런데 글씨체가 정말 멋있어서 깜짝 놀랐어요.

▷ 한수진/사회자:
차용증의 필체가 그렇게 멋졌어요?

▶ 이현경 약사 / 부산 우리들 약국:
네, 한문으로 차용증을 다 쓰셔가지고 저한테 주신 거예요. 그 때 이후로 계속 틈틈이 돈이 생길 때마다 아버님이 좋아하시는 책이랑 먹을 거랑 같이 주시더라고요.

▷ 한수진/사회자:
책도 갖다 주시고 간식도 틈틈이 가져다주시고.

▶ 이현경 약사 / 부산 우리들 약국:
아버님 때문에 감동을 많이 받았어요.

▷ 한수진/사회자:
그러시구나. 그러면 갚겠다고 하신 100만 원도 다 갚으셨나요, 지금 한 2년쯤 됐는데요.

▶ 이현경 약사 / 부산 우리들 약국:
네, 다 갚으신 것 같고요. 저는 사실 돈을 돌려받는 걸 별로 기대를 안 했으니까. 하루하루 완전 정말 감사한 돈이었고, 용돈 받는 기분으로 받았어요, 정말.

▷ 한수진/사회자:
‘다 갚으신 것 같고’ 이런 말씀으로 봐서는 별로 자세히 챙기지도 않았네요. 주시면 주시는 가보다, 약사님도 그러셨던 것 같아요. 얼추 다 갚으신 것 같다, 이런 말씀이시고요. 그리고 그 분은 어떠세요, 보청기도 사시고 일도 더 잘 하시게 된 건가요?

▶ 이현경 약사 / 부산 우리들 약국:
네, 보청기도 사시고 그 전이랑 다르게 좋은 일도 많으신 것 같고, 그래서 보는 저도 참 기분이 좋아요.

▷ 한수진/사회자:
그렇군요, 정말 약사님도 지켜보시면서, ‘내가 참 잘했다.’, 이런 흐뭇한 생각하셨을 것 같은데요.

▶ 이현경 약사 / 부산 우리들 약국:
네, 그 때는 그냥 별 생각이 없었는데, 약국이라는 게 하다보면 사람들한테, 조금씩 조금씩 더 드리게 되더라구요. 아버님 같은 경우에는 제가 준 100을 200으로 갚으시니까 제가 오히려 힘들 때 조금 더 힘이 됐고요. 덕분에, ‘아, 약국 할 때 조금 더 열심히 해야겠다.’, 이런 생각도 많이 하게 되고 한 번씩 반성도 하게 되고 그랬어요.

▷ 한수진/사회자:
좋은 일 하시는 분들이 흔하게 그런 말씀 많이 하시더라고요. ‘드린 것 보다 받은 게 더 많다.’, 지금 약사님도 바로 또 그러신 것 같아요. ‘100만 원 드렸는데 거의 뭐 200만 원 받은 것처럼 많은 걸 받은 것 같다, 힘을 얻었다.’, 이렇게 말씀하셨네요.
저희도 또 오늘 약사님과 어르신과의 만남 이야기를 들으면서 많은 걸 깨닫고 정말 훈훈한 마음이 되는 것 같습니다. 저희 취재진이 동네 분들 이야기도 듣고 그랬더니, 약사님께서 평소에도 아주 친절하게 복약지도 잘해주시고 어른들께 아주 좋은 말벗 되어드리고 한다는데요. 아유, 이런 좋은 약사님들 정말 많았으면 좋겠네요.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부산 보수동에서 아주 따뜻한 마음을 가진 분이에요. 약국을 하고 계신, 약사 이현경 씨와 말씀 나눴습니다.

[SBS기자들의 생생한 취재현장 뒷이야기 '취재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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