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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류현진의 ‘ML스타일’, “잘했던 경기만 돌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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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 이승민 기자] 원조 ‘코리안특급’ 박찬호가 LA다저스에서 한국인 첫 메이저리거로 성공했을 때, 한국 야구에 던졌던 화두는 ‘우리는 과연 박찬호를 키울 수 있었을까’라는 솔직한 물음이었다.

당시 첫손에 꼽히는 ‘야구엘리트’ 그룹이었던 73년생 동기 대형 투수들 가운데 아마시절 한양대 투수 박찬호는 임선동(당시 연세대), 故조성민(당시 고려대) 보다 더 높이 평가받던 재능은 아니었다.

그러나 태평양을 건너간 그는 모두의 기대를 뛰어넘는 ‘빅리거’로 성장했고, 한국 야구사를 바꾸는 투수가 됐다. 당시 한국에 남았다면, ‘볼만 빠르지 컨트롤이 안된다’며 이곳저곳 지적당하면서 “여기 저기 손보느라 고생께나 했을 것”이라는 말이 많았다.

단점을 뜯어 고치기보다, 장점을 키우는 ‘메이저리그식 육성’에 대한 집중 조명과 이해를 불러왔던 성공담. 20년 전 박찬호의 도전이 한국 야구계에 전했던 자극 중 하나다.

매일경제

성공적인 메이저리그 2년차를 마치고 귀국한 류현진은 적극적인 자신감으로 내년 시즌의 각오를 밝혔다. 사진=김영구 기자


이후 달라진 한국 야구가 키워낸 류현진(27·LA다저스)은 대담한 배포의 ‘긍정맨’이다.

성공적인 메이저리그 2년차를 마치고 21일 공식 귀국 기자회견장에 나선 그는 복기에 관한 질문을 받고 “잘했던 경기만 돌려 본다”고 말했다.

“모든 잘했던 등판이 두고두고 참고해야 할 경기”라는 류현진은 ‘이긴 승부에서 좋았던 기억’을 꼼꼼하게 체크 한다고 밝혔다. 성공한 승부에 집중하면서 우선 스스로의 장점을 유지하는데 힘쓰는 자기관리법이었다. 일종의 자기암시이면서 마인드컨트롤인 셈이다.

반면 일찍 마운드를 내려오게 했던 엉덩이 통증 등 이번 시즌 불의의 부상 케이스에 대해서는 “경기 중 발생하는 상황은 예측이 힘든 변수”라며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매순간 폭발력 있는 집중이 필요한 투구의 특성상 “경기 중에는 돌발 부상이 있을 수 있다”고 이해하는 류현진은 “준비과정 등 (나의) 루틴에 특별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담담한 모습이었다. 작은 실패에 조바심을 내지 않는 자신감과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드러냈다. 갑작스러웠던 부상 경험 때문에 투구가 위축되거나, 잘 던지던 습관을 바꾸는 일은 없다는 선언.

새 무기 고속 슬라이더와 기존의 장점이었던 체인지업의 상충에 대한 논의에서도 “원래 나의 장점인 체인지업을 되살려서 계속 훈련하겠다. 슬라이더는 예전처럼만 던져도 큰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었다. 신무기 보완 보다는 본래의 장점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적 의지가 뚜렷했다.

기자회견 내내 여유 넘쳤던 류현진이 제대로 대답하지 못한 순간은 ‘약했던 타자’에 대한 질문을 받고서였다. 열심히 떠올리려 했으나 막상 거론할 정도의 임팩트를 가진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는 표정. “누가 있었을까요?”라고 반문하며 허탈한 웃음을 보였다.

잘했던 등판만 복기하는 류현진의 기억에 실패한 승부는 오래 남지 않는 모양. 성공과 장점에 집중하는 ‘메이저리그 스타일’, 건너가자마자 최고의 적응력을 보여주고 있는 류현진의 또 하나의 경쟁력이었다.

[chicleo@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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