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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韓·中 따뜻, 韓·日은 냉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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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國과 日本에서 날아온 메신저들… 청와대서 APEC '외교 三國志']

탕자쉬안, 朴대통령 예방해 "中선 대통령님 모르는 이 없다"

김관진 만난 '아베 책사' 야치… 위안부 문제 진전된 입장 없어

중국과 일본의 중량감 있는 외교사절이 21일 청와대를 잇달아 방문했다. 중국의 탕자쉬안(唐家璇) 전 외교 담당 국무위원(부총리급)은 박근혜 대통령을 예방했고, 일본 외무성 차관 출신인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국가안전보장국장은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면담했다. 다음 달 베이징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중·일 3국 간 치열한 외교전의 막이 오르는 모습이다.

훈풍 부는 한·중

박 대통령과 탕 전 국무위원의 이날 만남은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이뤄졌다고 한다. 탕 전 국무위원은 한국어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한 뒤 "대통령께서는 중국에서 존경을 많이 받고 계신 귀한 손님"이라며 "중국에선 대통령님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널리 알려졌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탕 위원께서 이렇게 한·중 관계 발전을 위해 활발하게 활동하시는 게 인상적"이라고 화답했다. 박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다음 달 정상회담 얘기도 이런 분위기에서 나왔다. 경희대 주재우 교수는 "중국 입장에선 지금 동아시아에서 손을 내밀 만한 나라가 한국밖에 없다"며 "우리로선 이런 기회를 잘 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름 잔뜩 낀 한·일

일본은 지난달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총리를 통해 박 대통령에게 '가을 정상회담'을 제안한 이후 기회 날 때마다 정상회담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일본 측의 진전된 입장이 우선이란 입장을 견지해왔다. 이런 분위기는 이날 김 실장과 야치 국장의 면담에서도 이어졌다. 청와대에 따르면 김 실장은 "(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의 해결이 가장 중요한 핵심 현안"이라고 했다. 이에 야치 국장은 위안부 문제에 대한 입장 표명 없이 정상회담의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치 국장은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의 불구속 기소에 대해서도 "보도의 자유와 한·일 관계의 관점에서 매우 유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야치 국장은 김 실장 면담 후 윤병세 외교장관과도 따로 만났다. 윤 장관은 이 자리에서 "지금 한·일 관계는 구름이 잔뜩 껴 있다"며 위안부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주문했다. 이에 야치 국장은 이 문제에 대한 언급을 피하며 "한국 입장을 이해한다"고만 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날도 일본 국회에서 '책임'을 부정했다. 그는 1993년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당시 관방장관이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 연행을 인정한 발언에 대해 "대단히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스가 장관이 고노 전 장관의 발언을 명확하게 부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일 정상회담 성사?

일본이 과거사 문제에 대한 태도 변화 없이 한·일 정상회담을 밀어붙이는 배경은 중·일 정상회담 성사에 대한 자신감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일본은 작년 말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로 경색된 중·일 관계를 풀기 위해 올 상반기부터 'APEC 계기 중·일 정상회담' 추진에 공을 들여왔다. 지난 7월엔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전 총리가 베이징에서 시 주석과 중·일 정상회담을 논의했다. 당시 배석했던 인물이 야치 국장이다. 외교 소식통은 "일본은 시 주석이 APEC 주최국 입장에서 손님인 아베 총리를 안 만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며 "일단 중·일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한·일 정상회담은 시간문제라고 여기는 듯하다"고 했다.





[도쿄=차학봉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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