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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취업난에 … 고졸로 학력 세탁 하는 대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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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채용 12% 줄자 고연봉 대기업 생산직 지원

군산대 로봇공학과 취업률 85%, 서울대 영문과 44%

“기업은 출신 대학 안 봐 … 이젠 전공 위주로 진학을”

중앙일보

올 2월 지방대 인문계를 졸업한 A씨(27)는 지난달 보안 관련 대기업에 취업했다. 하지만 그는 지원서 학력란에 ‘고졸’이라고 적었다. A씨는 “같은 회사에 대졸자로 지원했었지만 서류전형에서 떨어졌다”며 “해당 업무를 하는데 고졸이든 대졸이든 차이가 없어 고졸을 선호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고졸로 입사해도 연봉이 높아 만족한다”고 덧붙였다. 지방대 경영학과를 나온 김모(28)씨는 올 상반기 고졸만 뽑는 자동차 제조업체 생산직에 학력을 속이고 지원했다. 서류전형 통과 후 낙방한 그는 “고졸로 이 업체 생산직에 원서를 낸 대학 인문계 학과 출신이 주변에 꽤 된다”고 귀띔했다.

취업지형이 급격히 바뀌고 있다. 취업난이 극심해지면서 대졸자가 고졸 자리를 넘보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본지가 10대 그룹과 공기업을 포함한 20개 기업의 올 하반기 채용 인원을 조사했더니 총 1만7621명으로, 지난해 하반기(2만50명)보다 12%가량 줄었다. 특히 인문계 출신을 뽑지 않는 곳이 늘었다. 현대자동차는 대졸 정기 공채에서 이공계만 뽑는다. 삼성계열 6곳과 LG화학·포스코ICT 등도 인문계 채용을 없앴다.

학벌이 ‘취업 보증수표’였던 시대도 갔다. 연세대 경제학과에 다니는 B씨(25)는 졸업 학점을 채웠지만 한 학기를 더 다니고 있다. 30여 개 기업에 원서를 냈지만 서류전형 통과율은 30%에 그쳤고 여전히 구직 중이다. 고려대 보건 관련 학과 졸업반인 C씨(28)도 최근 5개 기업에 지원했다 모두 떨어졌다. 그는 “동아리와 공모전 수상 경력도 다수 있지만 소용이 없더라”고 하소연했다.

대학 간판의 위력이 사라지면서 전공별로 취업률 차이가 크다. 교육부가 2013년 8월, 2014년 2월 대졸자의 전공별 취업률을 분석한 결과 평균 취업률이 60% 이상인 전공 37개 중 89%가 의료·보건·공학계열이었다.

서울 상위권대 인문계보다 지방대 공대의 취업률이 현저히 높았다. 기전공학(메커트로닉스) 전공은 부산대(92%)·군산대(제어로봇공학과·84.6%) 등 지방대 취업률도 고공행진이다. 기계공학·자동차공학은 전국 평균이 70%를 웃돈다. 반면 영미 어·문학은 아주대(27.3%)·광운대(36.8%)·서울대(43.5%) 등 수도권 대학도 50%를 밑돌았다. 수학과는 ‘SKY대(서울·고려·연세대)’ 취업률도 40%대에 그쳤다. 대한상공회의소 박재근 고용노동정책팀장은 “출신 대학을 보지 않는 블라인드 채용이 일반화되고 실무에 적합한 공대 출신을 선호하지만 구직자들은 토익 같은 스펙만 쌓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종우(양재고 교사) 진로교사협의회장은 “대학 이름만 보고 아무 학과나 갔다간 취업난을 겪게 된다는 점을 학부모와 학생이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탁·김기환·김영민 기자

김성탁.김기환.김영민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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