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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청와대 '김무성 사과' 나흘 만에 직격탄 "기자 앞서 개헌 발언 … 실수라 생각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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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 "누가 그런 말 했나" 되물어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청와대가 21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개헌 발언을 비판했다. 김 대표가 “개헌 봇물” 발언을 했다가 하루 만에 발언을 주워담은 게 지난 17일이었다. 여당 대표의 발언을, 그것도 사과까지 한 발언을 청와대가 나흘이나 지난 뒤 비판한 건 이례적이다. 더구나 19일 김 대표와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만찬을 곁들인 고위 당·정·청 회의를 한 뒤다. 여권 내에서 당·청 간에 뭔가 안 좋은 기류가 조성되고 있다는 수군거림이 나돌 정도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21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대표의 개헌 발언을 “당 대표 되시는 분이 실수로 언급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지난 16일 기자가 노트북을 펼쳐놓고 마구 받아치는 상황에서 (개헌론을)언급한 건 기사화가 될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두고 말씀하신 게 아니냐고 생각하는 게 정상”이라고도 했다. 김 대표의 개헌론이 ‘계산된 발언’이라는 의미다.

이 관계자는 “청와대가 항의하거나 압력을 가해 김 대표가 물러나신 것처럼 일부 언론과 야당이 주장하는데 저희들은 황당하다”며 “그때는 (대통령이)이탈리아 순방 중이었던 만큼 알 수가 없었고 일정상 그것을 챙길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금 국가가 장기적으로 보다 나은 상태로 가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느냐, 그게 과연 개헌 이야기냐, 저희들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도 못박았다. 이 관계자는 “공무원연금개혁안 등 시급한 국정과제들이 있다. 그 게 빨리 처리돼 국민들 삶이 나아지고 국가가 발전할 수 있는 토대가 차곡차곡 쌓이는 게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했지만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일부러 춘추관까지 나타나 김 대표의 개헌 발언을 비판한 데는 박근혜 대통령의 심기가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새누리당 관계자들은 분석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한 발언을 전해들은 김 대표는 대응하지 않았다. 김 대표는 오후 4시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가 지난 17일 개헌 발언에 대해 해명하면서 앞으로 개헌 얘기는 하지 않겠다고 하지 않았느냐”며 “어떤 경우에도 (발언)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말했다고 보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을 중간에 끊으며 “얘기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김 대표 역시 기자들에게 “청와대의 누가 그런 말을 했느냐”고 되물을 정도로 언짢아하는 모습이었다. 이후 거듭된 기자들의 질문에도 김 대표는 답을 피했다.

신용호·김경희 기자

신용호.김경희 기자 nov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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