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실적 발표한 날… 애플 ‘환호’ IBM ‘탄식’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80년대 맞수’ IT 거물들 엇갈린 운명

애플 85억달러 순이익, IBM은 1억8000만달러… 침체기 대처법에 희비

세계 정보기술(IT) 업계의 양대 산맥인 애플사와 IBM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애플사가 예상을 웃도는 깜짝 실적을 발표하며 승승장구 하는 동안 IBM은 10분기 연속 매출 감소라는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30여년 전 개인용 컴퓨터(PC) 분야의 선두에서 어깨를 나란히 한 두 경쟁 업체는 한때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환경 속에 똑같이 슬럼프에 빠진 경험이 있다. 그러나 얼마나 빠르게 시장의 변화에 대응하느냐의 차이는 오늘날 두 기업의 운명을 정반대로 바꿔놓았다.

경향신문

애플사는 20일 4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85억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2.4% 증가한 421억2300만달러였다. 애플의 ‘깜짝 실적’은 예상을 뛰어넘는 아이폰 판매 실적 덕분이었다. 이번 분기에 아이폰은 전년보다 16.2% 늘어난 3927만2000대가 팔렸다. 월스트리트 분석가들의 평균 예상치보다 100만대 이상 많다. 게다가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에서의 판매량은 아직 포함시키지 않은 수치다. 애플사의 다음 분기 실적 역시 장밋빛이다.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넘어서 ‘애플 페이(Apple Pay)’라는 새로운 사업이 출범했기 때문이다. 신용카드나 현금을 대신해 아이폰을 갖다 대면 결제가 가능한 시스템이다. 애플은 애플페이 시스템을 통해 아이폰 신제품 판매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면 IBM의 상황은 심각하다. IBM은 이날 실적 발표를 통해 올해 3분기 매출이 4% 줄었으며 순익도 지난해 같은 기간의 40억달러에서 1억8000만달러로 급락했다고 밝혔다. IBM의 매출은 이미 9분기 연속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한 상태다. 이 같은 악재 탓에 20일 IBM의 주가는 장중 8% 가까이 추락하면서 3년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2011년 IBM에 거액을 베팅한 투자 귀재 워런 버핏은 순식간에 10억달러가량 손실을 봤다.

애플과 IBM의 엇갈린 운명은 사실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IBM 컴퓨터와 애플의 매킨토시는 세계 PC 시장을 양분한 최고의 라이벌이었다. 그러나 애플의 매킨토시는 마이크로소프트사가 내놓은 저가의 운영 체계에 시장을 잠식당하기 시작했고, 1990년대부터 급격한 침체를 겪기 시작했다. 이때 애플은 기민하게 변화를 꾀했다. 재빨리 신기종을 개발해 주력 사업을 바꾼 것이다. 애플은 2001년 아이팟을 처음 출시하자마자 시장에 센세이셔널한 반응을 얻으며 1억대를 팔아치웠다.

반면 IBM이 PC 시장에서 손을 뗀 것은 그보다 한참 늦은 2005년이었다. 게다가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더 이상 IBM으로부터 고가의 하드웨어를 구매해 컴퓨터를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없어졌다. 시장 분석가인 대니얼 아이브스는 “IBM은 험비 지프를 위한 서비스를 판매하고 있지만 고객들은 이미 전기차 테슬라를 구입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지니 로메티 IBM 최고경영자는 이날 3분기 실적부진의 원인 중 하나인 반도체 생산부문을 글로벌파운드리스에 매각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차갑다. 투자은행 UBS의 분석가인 스티브 밀루노비치는 “IBM은 회사를 개조해야 한다. 아직도 많은 고통을 거쳐야 한다”고 단언했다.

<정유진 기자 sogun77@kyunghyang.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