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 시대···대부업체 뺨치는 '대출장사'
◆대학생 7만여명, 고금리 학자금 대출
한 학기에 400만∼500만원에 이르는 학자금을 고금리 대출로 충당하는 대학생은 현재 수만명에 이른다. 21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이상직 의원(새정치민주연합)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지난 6월 말 기준 27개 저축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받은 대학생은 7만1682명이었다. 가중평균 신용대출 금리는 연 28.3%로 대출액은 2515억원에 이른다. 많은 대학생이 현행법상 저축은행 최고금리인 34.9%보다 조금 낮은 수준의 고금리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과거에 현행 제한금리보다 높은 금리로 신용대출을 받은 학생들이 아직 돈을 갚지 못해 평균대출 금리가 높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저축은행에서 대학생 상담을 진행할 때 학생들에게 장학재단이나 공익재단의 대출을 권고하도록 했지만 여전히 많은 대학생이 높은 금리를 부담하고 있다”며 “앞으로 저축은행들이 학자금 대출금리를 내리도록 행정지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저축은행, 저금리시대 대출금리 여전히 높아
대학생뿐 아니라 저축은행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서민들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초저금리 시대 예금금리는 바닥권으로 추락했지만 대출금리는 요지부동이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중앙회 공시자료를 보면, 현재 1년 만기 정기예금은 2.70%, 1년 만기 정기적금은 3.43%로 지난 7월 이후 각각 0.09%포인트 낮아졌다. 8월 이후 두 차례에 걸친 한국은행의 금리인하로 예금금리가 약 1%포인트 깎인 것이다.
그러나 저축은행의 대출금리는 여전히 높다. 26개 저축은행의 지난 3개월간 가계신용대출 금리대별 취급비중을 보면 연평균 25% 이상의 고금리 대출이 전체 대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현대(88.2%), 스타(84.0%), 모아(83.3%), 스마트(83.2%), 아주(74.8%), 예가람(67.0%), HK(65.0%), 고려(61.6%) 등 저축은행은 연평균 30∼35% 금리 대출이 대부분을 이룬다. 지난 4월 최고금리가 기존 연 39.0%에서 34.9%로 낮아진 대부업체와 사실상 다르지 않다. 자산 규모가 업계 1위인 HK저축은행도 연 25% 이상의 고금리 신용대출 취급 비중이 86.2%에 달한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대부분의 저축은행이 고정금리를 채택해 한은 기준금리 변동을 반영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고 해명했다.
이로 인해 저축은행이 수신금리는 재빨리 낮추고 대출금리를 그대로 유지하며 서민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저축은행은 15% 안팎의 이자를 받으며 금리가 한 자릿수인 은행과 20∼30%에 이르는 대부업체 사이에서 가교역할을 해야 한다”며 “현재는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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