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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2014 한화를 벗긴다=상]돈잔치로 시작된 한화의 불안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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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2014년 프로야구 정규시즌이 지난 17일 서건창(넥센)의 최다안타(201개) 수립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9개 구단은 각자의 목표를 향해 올시즌을 질주했고 ‘가을야구’로 이어지는 팀과 일찌감치 시즌을 마감한 팀의 희비도 극적으로 엇갈렸습니다. 스포츠서울은 올 시즌을 달려왔던 9개 프로구단의 결산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각 구단 담당기자가 한 시즌을 전담취재하면서 직접 보고 느낀 점을 가감없이 벗겨내 독자들에게 전달하겠습니다. 결산 시리즈는 정규시즌 역순으로 시작하며 최하위에 머문 ‘2014 한화를 벗긴다’를 시작으로 각 구단 별로 3회씩 연재됩니다. 비판할 것은 비판하고, 재조명할 것은 재조명하고, 내년 시즌을 위해 제언할 것은 제언하겠습니다. 프로야구팬의 많은 기대를 바랍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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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와 FA계약체결로 화제가 됐던 이용규와 정근우가 27일 서울에서 입단식을 갖고 한화에서의 첫날을 열었다. 이용규와 정근우가 선수대표 고동진과 최진행, 김태균의 축하를 받고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이용규의 배번은 1번이고 정근우는 8번이 배정됐다.2013.11.27. 플라자호텔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2013년 정규시즌을 최하위로 마감한 한화는 스토브리그에서 무섭게 돈을 풀기 시작했다. ‘투자에 인색한 팀’이라는 이미지를 버리고 시설과 선수, 훈련환경에 엄청난 돈을 쏟아부었다. 프리에이전트(FA) 정근우와 이용규를 영입했고, 수준 높은 외국인 선수 영입에 돈을 아끼지 않았다. 정근우와 이용규에게 FA 총액으로 각각 70억원과 67억원을 안겼다. 실제로는 발표 금액보다 수 억원 이상의 높은 금액을 지불한 것으로 알려진 외국인 선수들의 면면도 과거와 달랐다. 앤드류 앨버스(29)와 케일럽 클레이(26)는 그동안 한화가 뽑아오던 ‘그저 그런 외국인 선수’가 아니었다. 앨버스는 한화 입단 직전 년도에 메이저리그 미네소타에서 완봉승을 거둔 투수였고, 클레이는 빅리그 경험은 없지만 싱싱한 어깨를 갖고 있는 젊은 투수였다. 새 외국인타자 펠릭스 피에(29)는 미국매체 ‘베이스볼 아메리카’의 마이너리그 유망주 랭킹 5년 연속 ‘탑 100’ 안에 든 뛰어난 유망주였다. 서산 2군 구장 건립과 세 차례에 걸친 대전구장 리모델링 등도 최근 수 년간 수백억원의 돈을 쏟아부은 한화의 ‘화룡점정’이었다. 겉으로 보기엔 분명 그랬다.

하지만 한화의 전력 보강은 결국 ‘70점짜리’였다. 당초 김응룡 감독은 투수와 포수 자원의 영입을 원했다. 팀내 가장 취약한 포지션인 배터리가 안정되면 한 시즌을 꾸려볼만 하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하지만 구단의 선수 영입은 김 감독의 바람과는 다르게 진행됐다. 특히 이용규는 어깨 고관절 수술을 받아 복귀 일정도 답보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그럼에도 김 감독은 별다른 말을 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 현실적으로 한화가 잡을 수 있는 FA선수들이 한정돼 있다는 것을 이미 알았기 때문이다. 삼성 류중일 감독이 임창용의 복귀로 “천군만마를 얻은 듯하다”고 밝힐 때, 김응룡 감독은 그저 “이제 해볼만하다”는 표현을 썼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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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와 FA계약체결로 화제가 됐던 이용규와 정근우가 27일 서울에서 입단식을 갖고 한화에서의 첫날을 열었다. 이용규와 정근우가 김응룡 감독과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이용규의 배번은 1번이고 정근우는 8번이 배정됐다.2013.11.27. 플라자호텔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타선에만 편중된 전력 보강은 비이상적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한화는 자연스럽게 두 외국인 투수에게 모든 것을 걸 수밖에 없었다. 두 투수의 성적에 따라 한화의 2014 시즌이 ‘쪽박’이 될 수도, ‘대박’이 될 수도 있었다는 뜻이다. 마치 ‘도박’같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두 투수를 직접 본 김 감독은 크게 실망했다. 앨버스는 허리부상으로 제대로 공을 던질 수 없는 상태였고, 클레이는 스트라이크 존 등 투구 환경에 따라 기복이 있는 민감한 성격의 투수였다. 김 감독은 외국인투수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한숨을 숨기지 못했다. 클레이는 스프링캠프 SK와의 첫 연습경기 등판 때 제구력이 흔들리며 난타를 당했는데, 그는 “마운드가 무르다”며 투구 환경 탓을 했다(클레이는 정규시즌 중반 짐을 싸 미국으로 돌아갔고 이후 두 달만에 메이저리그에 승격했다). 외야수 펠릭스 피에는 손가락 부상을 이유로 훈련 및 연습 경기 출전을 하지 못했다.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2013년 한화 사령탑으로 부임해 개막 후 13연패라는 충격적인 출발을 경험한 김 감독으로선 마음이 급해질 수 밖에 없었다. 더군다가 올 시즌이 계약 마지막 해였기 때문에, 김 감독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김 감독은 어깨 회전근 수술을 받아 재활중이던 이용규를 시범경기부터 만지작 거렸다. 의료진은 5월 이후 정상적인 출전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보냈지만, 이용규는 개막전인 3월 30일 사직 롯데전부터 선발 1번 지명타자로 출전해야 했다. 한화는 개막전 승리를 한 뒤 근 일주일 정도 달라진 전력을 드러냈지만, 속은 이미 곪고 있었다. 코칭스태프의 우왕자왕한 모습에 선수단은 초반부터 흔들렸다. 불완전한 몸으로 경기출전을 강행했던 이용규는 시즌 초반 반짝 활약을 한 뒤 6월 이후 슬럼프에 빠졌다. 그렇게 한화의 올 시즌이 시작됐다.

김경윤기자 bicycl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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