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기자수첩] 개인정보 11만건 유출에도 '놀랍지 않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자신의 전화번호와 아이디, 비밀번호가 중국 어딘가로 빠져나갔단 소식에도 이용자들은 무덤덤하다. 어차피 다 털린 정보 또 가져가봐야 크게 달라질 것 없다는 생각이다.

지난주 동영상 공유사이트 판도라TV 회원 개인정보가 약 11만건 유출됐다는 소식에 대한 이용자들 반응이 그랬다. 개인정보 유출사고에 이골이 난 모습이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4년간 개인정보 유출사고 현황'에 따르면 최근 4년간 방송통신위원회 소관(금융기관, 공공기관 제외 정보통신망에 따른 유출) 민간기업의 개인정보 유출은 1억620만건에 이른다. 올초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카드사의 개인정보 유출 건수 등과 합쳐지면 그 수는 셀 수가 없다. 특히 이번 사고 원인으로 지목되는 웹서버 취약점은 아주 기본적인 보안 수칙이라는 점에서 기막히다.

이만하면 올해의 키워드로 '안전 불감증'과 함께 '보안 불감증'도 꼽을만 하다. 문제는 개인정보 유출사고에 대해 공공기관와 기업은 물론 시민들까지도 후진국형 안전 사고만큼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골이 난 탓도 있지만, 당장의 큰 피해가 없다는 생각에 여전히 관심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번 판도라TV 유출사고에 대해 해당 업체조차도 '주민등록번호'는 빠져나가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공지 내용에는 직접적 피해가 없을 것라는 내용까지 담겨있다.

사실 전화번호, 이메일주소, 아이디, 비밀번호 등이 새어 나간 것만해도 큰 일이다. 비슷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여러 웹사이트에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유출된 정보는 충분히 다른 클라우드 서비스 등에서 더욱 민감한 개인정보를 빼돌리는 열쇠가 될 수도 있다. 이만하면 개인정보 11만건 유출 소식에도 놀라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에 '놀랄 수 밖에' 없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일은 결국 시민의 힘이다. 경주 리조트 참사, 세월호 참사 등에 분노한 시민의 목소리가 모여 국회에서 법안이 나오고 국정감사에서도 안전 관련 이야기가 논의되고 있다. 정보 유출 사고도 마찬가지다. 기업과 기관 등에 더 강력한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무덤덤해지기 보다는 강력한 감시와 질타가 필요한 시기다.

진달래기자 aza@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