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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광화문]천문학적인 빚만 떠안긴 MB의 '자원외교 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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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권 5년간 4대 에너지 공기업 56조 증가…반드시 책임 물어야]

'李대통령, 자원외교 연타석 홈런' '자주개발률 15%로 높인 UAE유전 확보 개가, MB외교리더십 빛났다' 'MB, 꼬일때 마다 직접 전화… 유전개발 협상 해결사로' '공격적 자원외교, 승전보 계속된다' '볼리비아 리튬 확보, 자원외교 전범 삼길'….

불과 3~4년 전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던 기사와 사설 제목들이다. 당시에도 언론들의 '과찬'에 미덥지 않은 면이 없는 건 아니었으나 새삼 돌이켜보니 얼굴이 화끈거린다. 위에서 언급한 제목들 중 현재 어느 것 하나 성공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아니, 실패라는 말로는 이 사태를 표현하기엔 부족하다. '재앙'이다. 이른바 MB표 '자원외교'는 '4대강 사업'과 함께 국민들에게'재앙'을 안겼다.

처음엔 설마 했다. 이 대통령과 측근 인사들이 해외에 나가서 유전이네, 리튬이네, 다이아몬드네 뭔가를 계약하고, 수주하고, 여기에다 '단군 최대의 성과'라는 수식어를 붙여 홍보할 때 조금은 믿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경제대통령'을 자처했으니 '747 공약'같은 무리한 목표는 실패해도 그 정도는 잘 해낼 거라 생각했다. 이후 간간히 부정적인 보도들이 나와도 '일하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라고 넘어갔다. 그런데 지금 남은 건 '또 속았다, 또 당했다'는 배신감뿐이다.

머니투데이

대통령의 통치 전략 가운데 '해외로 눈 돌리기'라는 것이 있다. 안에서 인기가 별로 없는 정권이 밖으로 관심을 돌리는 전략이다. MB정권은 자원외교를 하겠다며 돌아다니기도 참 많이 돌아다녔다. 북미, 중남미, 중동, 동남아, 아프리카 등등 지구촌 구석구석 안 간 곳이 없다. 그 때마다 MB 측근들이 사장으로 있던 4대 에너지 공기업들이 선봉장에 섰다.

돈도 많이 썼다. 5년간 무려 43조원을 투자했다. 고기영 한신대 교수가 언론에 기고한 글에 따르면 1977년부터 우리나라가 해외자원 개발 총 투자금액의 75%가 MB정권 때 집중됐다. 대통령 순방 귀국길마다 '선물 보따리'가 요란하게 풀어졌다.

MB정권이 들어선 후 에너지 관련 양해각서(MOU) 체결은 총 71건이다. 그러나 이 가운데 정식 계약으로 이어진 건 단 1건이다. 외화를 빌려 투자하는 바람에 MB정권 5년간 석유공사의 부채규모는 4.7배, 가스공사 3.7배, 광물공사 6배, 한국전력 2.5배 늘었다. 이 기간 늘어난 빚을 합치면 무려 56조원이란다. 우리 국민들이 갚아야 할 돈이다. 4대강 사업에 22조원의 혈세를 쓰고도 모자라 이토록 많은 빚을 남겨줬다.

일례로 캐나다 정부가 1986년에 민간기업에 단돈 1달러 받고 팔아버린 부실 정유시설을 우리 석유공사는 1조320억원에 사들였다. 단 한 차례의 현장실사도 없었다. 대통령과 정권 핵심 인사들이 너도나도 "에너지 자급"을 외쳐대니 앞뒤 안 재고 추진하다 벌어진 일이다.

자원외교 과정에서 MB정권 창출 공신들이 여기저기 개입하며 '빚 불리기'에 지대한 공헌을 세운 건 말할 것도 없다. 당시 우리나라는 자원 좀 있는 나라들과 해외 에너지 기업들에겐 '봉'이었다. 그렇게 '국격'은 만들어졌다.

이것은 '빚 내서 안팎으로 생색 내고 치적도 쌓아보기'라는 이름의 참사다. 엄청난 돈이 들어간 'MB쇼'였다. 덕분에 가계 빚에 허덕이는 국민들이 나라 빚까지 떠안게 됐다. 이제 국민들은 세금 더 내고 각종 생활요금 인상을 견뎌야 할 판이다. 순진하게 쇼를 지켜본 대가 치고는 너무 크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그때 그 주역들이 어떤 책임을 졌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다. 제대로 된 '사과' 한 마디 들은 적이 없다. '방 빼버리면 그만'이라는 심보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이들에게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통치 행위의 일부'라고 넘어가기엔 그 후유증이 너무 크다. 이런 재앙과 참사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 규명과 단죄마저 없다면 역사는 한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 이렇게라도 해야 국민을 힘들게 하는 이런 정권이 다시는 태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절실한 마음에서 하는 말이다.

이승형사회부장 sean120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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