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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김현주의 일상 톡톡] 호갱님, 호갱님…우리 호갱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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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1. 직장인 김모(33)씨는 해외 직접배송 사이트를 통해 식품을 구매해 섭취했으나, 유통기한이 지나있어 응급처치를 받게 됐다. 이후 판매자에게 연락을 취했으나 판매자는 연락이 두절됐다.

#2. 대학생 이모(23·여)씨는 해외 구매대행 사이트를 통해 제품을 주문했지만 배송된 제품을 개봉해보니 전혀 다른 제품이었다. 불만을 제기했지만 반품과 환불 모두 거절당했다.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을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인터넷을 통해 국경을 넘는 해외 직접 구매(직구)족들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정작 이들을 보호할 제도 마련은 더디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종훈 새누리당 의원이 최근 한국소비자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자상거래를 통한 물품수입 건수는 전년보다 40.4% 증가한 1116만건으로 집계됐다. 거래금액은 1조400억원 규모로 전년보다 47% 늘었다.

◆ 해외 직구 소비자 피해 상담 건수 ↑

하지만 소비자 피해 상담 건수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문의해 온 피해상담 사례를 품목별로 살펴보면 의류·섬유 용품이 가장 많았다. 이어 ▲정보통신서비스 ▲문화·오락서비스 ▲운수·보관·관리서비스 ▲정보통신기기 분야가 뒤를 이었다.

불만의 원인은 ▲품질 불만족 ▲청약 철회 ▲항변권 무시 ▲부당 행위 ▲계약 해제 ▲계약 불이행 등 가격 관련 내용이 다수를 이뤘다.

김 의원은 "공정위와 한국소비자원은 소비자 피해 예방을 위한 상시적인 감시, 대응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며 "특히 해외 직구로 피해를 입은 소비자에게 국가별, 사업자별 정확한 피해구제 절차를 안내하고 실제 피해구제를 도울 수 있는 시스템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마약·담배 등 밀수 급증한 이유

한편, 마약이나 담배·농수산물 등의 밀수가 급증해 관세국경에 빨간불이 켜졌다. 특히 해외 직구를 통해 마약류의 밀반입이 늘고 있어 마약 청정국 위상마저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세관 공무원들이 인원 부족으로 법정 근로시간보다 배 이상 근무하는 경우가 많아 자칫 위해물품 통관에 차질이 발생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담배 밀수 적발 규모는 올 상반기에만 664억3900만원으로 지난해 전체 적발액인 436억9000만원을 넘어섰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밀수 담배 적발액은 1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담배 밀수는 가격 인상 논란이 부각된 지난해부터 급증했다. 2011년 밀수 담배 적발액은 40억9200만원, 2012년 32억7500만원에 불과했다. 그러다 지난해 13배 이상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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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농수산물을 불법으로 유입하다가 세관에 적발되는 건수도 늘고 있다. 관세청의 올 상반기 농산물 적발 건수는 2만건으로 지난해 전체 적발 건수 3만5000건의 절반을 훌쩍 넘어섰다. 농수산물 적발 건수가 전체 여행자 휴대품 위반 적발건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2011년 농수산물 적발 건수는 1만5000건으로 전체 적발건수(24만건)의 6.3%를 차지했는데 2012년은 7.6%, 지난해는 11.9%로 커졌다. 올해는 상반기 기준 13.9%를 기록했다.

마약류는 해외 직구를 이용한 밀반입 증가로 적발 규모가 급증하고 있다. 올 상반기 세관에 적발된 마약류는 51.8㎏으로 금액으로 치면 1195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적발된 46.4㎏, 930억원을 넘어선 것이다. 특히 해외 직구 활성화로 국제우편과 특송화물을 이용한 마약류 반입이 늘고 있다. 올 7월까지 국제우편과 특송화물을 통해 국내로 반입하려다 적발된 마약류는 25.9㎏, 486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13.2㎏, 20억원에 비해 중량은 2배, 금액은 24배 늘었다.

◆ 밀수 늘지만 담당 인력 등 태부족

이처럼 갈수록 밀수 적발이 늘고 있지만 담당 인력 등은 3년째 제자리여서 격무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세청이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인천세관 211명 ▲부산세관 142명 ▲울산세관 53명 ▲인천세관 40명 등 17개 세관에서 일하는 604명의 직원은 24시간 2교대로 주당 평균 84시간(월평균 288시간) 근무하고 있다.

이는 근로기준법상 법정 기준치인 주당 40시간의 배가 넘는다. 또 2교대가 아니라 불규칙하게 근무하는 인천공항세관의 휴대품 검사 업무 담당 직원 257명도 주당 평균 근무시간이 60시간(월평균 255시간)으로 법정 기준치의 1.5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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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해외 직구 증가로 세관원의 업무가 급증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최근 해외 직구 동향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올 상반기 해외 직구 규모는 727만6000건, 7538억원에 달해 작년 동기보다 각각 50%가량 늘었다”며 “올 상반기 한국 경제의 민간소비(370조원) 중 0.2%에 해당한다”고 분석했다.

이에 세관원 1인당 특송물품 처리 건수가 2009년 하루 489건에서 지난해 571건, 올해 6월 기준 708건으로 급증했다. 심 의원은 “관세청은 세관 인력 보강 및 효율적 인력배치 등을 통해 통관검사를 제대로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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