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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저소득 부모들, 어쩔 수 없이 ‘밤까지 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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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국 노동자 4명중 1명은 저임금

피겨 꿈 키워주려 언어치료 해주려

‘투잡’에 초과근로에 ‘장시간 노동’



초등학교 5학년 첫째와 2학년 둘째, 돌이 갓 지난 셋째까지. 다둥이 아빠 박창민(45·가명)씨는 저녁 시간에 ‘투잡’을 뛴다. 조경회사 현장감독으로 일하면서 받는 월급 200만원은 다섯 식구 살림에 턱없이 부족하다. 오전 6시40분부터 오후 5시까지 일한 뒤 밤 9시부터 자정까지 대리운전을 한다. 그렇게 하루 15시간을 일하고 집에서는 잠만 잔다. 그는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대리운전 수입이 월 100만원에서 반토막이 났다. 피겨 선수가 되고 싶다는 첫째의 꿈은 못 이뤄줄 것 같다”고 했다.

턱없이 낮은 임금을 받는 저소득 부모들은 어쩔 수 없이 다른 일을 병행하거나 초과근로를 하며 장시간 노동에 내몰린다. 장시간 노동에서 벗어나려면 ‘임금 현실화’부터 해결해야 하는 셈이다.

한국전력 직원들 중에는 초과근로를 통해 추가 소득을 올릴 수 있는 단전원으로 업무를 바꾸는 아빠들이 적지 않다. 송태수(45·가명)씨는 6년 전 전기요금 고지서 발송과 전기계량기 검침 업무를 하다가 전기를 끊는 단전 업무로 갈아탔다. 송씨는 일주일에 두 차례 밤 11시까지 초과근로를 하고 많게는 월 100여만원을 더 받는다. 그는 “월 200만원으로는 먹고 살 수만 있지 큰아이 언어치료 비용을 댈 수가 없었다”고 했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내놓은 고용전망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저임금 노동자(전일제 노동자 임금 중간값의 3분의 2 이하) 비율은 전체 노동자의 25.1%로 미국과 함께 가장 높다.

서울디지털산업단지 노동자 3717명을 조사한 ‘노동환경실태 결과 보고서’(2013)를 보면, 이들의 평균 임금은 196.5만원에 불과하다. 박준도 노동자운동연구소 기획실장은 보고서에서 “월 180만원을 받으려면 일주일에 20시간 이상 연장근로를 해야 한다. 200만원을 벌기 위해선 밤늦게까지, 휴일에도 일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 조사에서 하루 평균 10시간 이상 일한다고 답한 노동자는 10.5%(265명)에 달했다.

김효진 기자 ju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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