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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최대 1년까지 대박은 옛말… 신차의 ‘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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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풍 예고했던 현대 LF쏘나타

3개월 만에 판매량 ‘곤두박질’

수입 세단 베스트셀러 BMW 520d

출시 다음달 판매 1위 자리 내줘

현대자동차 LF쏘나타는 출시 첫달인 지난 4월 1만1904대가 팔렸다. 2012년 3월 1만59대가 팔린 아반떼MD 이후 25개월 만에 단일차종 월간 1만대 판매를 넘었지만, 영광은 오래가지 않았다. 출시 3개월 차에 접어들자 6925대로 뚝 떨어졌고, 8월에는 5596대로 하락했다. 29년간 ‘국민차’로 각광받은 쏘나타도 수입차 공세 등으로 예전만큼 ‘신차효과’를 누리지 못한 셈인데, 수입차 시장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수입 세단의 베스트셀러인 BMW 520d가 신차 출시 다음달 폴크스바겐 티구안에게 판매 1위 자리를 내준 게 대표적이다. 과거 최소 3개월에서 최대 1년 동안 지속한다던 신차효과는 왜 갈수록 흐릿해지는 걸까.

세계일보

LF소나타


◆쏘나타와 520d의 ‘굴욕’


20일 업계에 따르면 1985년 처음 출시된 현대차 쏘나타는 최근까지 650만대가 팔렸고, 국내에서는 12년 연속 베스트셀링카에 이름을 올렸다. 현대차그룹이 세계 5위 자동차 판매회사가 된 것을 두고 ‘쏘나타 신화’로 부를 만큼 대표 모델로 자리매김했다.

7세대 모델인 LF쏘나타는 사전계약 3일 만에 1만대를 넘어서면서 돌풍을 예고했다. 반년이 지난 지금의 성적표는 초라하다. 이전 모델인 YF쏘나타와 비교하면 신차효과 부재가 뚜렷이 드러난다. YF쏘나타의 올해 1∼8월 판매량(2만9656대) 중 LPG(액화석유가스) 모델은 71%인 2만965대다. 출시 6년째인 YF쏘나타는 초창기 일반 소비자에 치중하다 이제는 택시, 렌터카 업체 등 법인 대상 영업에 주력하고 있다. LF쏘나타는 같은 기간 판매량 4만1115대의 40%인 1만6526대가 LPG 모델이 차지했다. 업계에선 이를 두고 LF쏘나타의 신차효과가 급격히 떨어지자 현대차가 법인영업을 조기 강화한 결과로 보기도 한다.

세계일보

지난해 말 현재 국내 자동차시장의 12.1%를 점유한 수입차의 신차효과도 흐릿해지기는 마찬가지다. 국산과 수입차의 점유율만으로 계산하면 월 1200대가량을 팔면 ‘대박’일 것 같지만, 월 1000대 이상 판매된 신차가 사라진 지 오래다. 최근 몇년간 수입차 판매 1위 자리를 유지하던 BMW 520d는 지난해 9월 새 모델이 등장한 뒤 오히려 곤두박질쳤다. 회사는 월 1200대를 장담했지만, 작년 10월 555대가 팔리면서 폴크스바겐 티구안(736대)은 물론이고, 파사트(588대)에게도 밀리며 월간 판매 3위로 내려앉았다. 2012∼13년 가장 많이 팔린 수입차였던 520d는 올해 1∼9월 4713대가 팔려, 폴크스바겐 티구안(6255대), 메르세데스-벤츠 E220 CDI(4830)에 이어 3위다. 520d의 부진 등으로 BMW는 지난달 수입차 판매 1위 브랜드 자리를 메르세데스-벤츠에 넘겨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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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520d


◆“경쟁차 늘고, SUV로 무게이동”


업계도 최근 들어 뚜렷한 신차효과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분석에 이의가 없다. 한 관계자는 “예전 쏘나타였다면 월 1만대씩 1년은 갔을 텐데, 경쟁차인 한국GM의 말리부 디젤 등이 나왔고, 동급의 수입 세단도 수가 엄청나게 늘어나면서 시장을 나눠 갖게 됐다”고 분석했다.

한해 출시되는 국산차 숫자야 30∼40종으로 큰 변화가 없지만, 수입차 경쟁자는 매년 늘고 있다. 2010년 수입차 시장에 56종의 신차가 나왔는데, 2011년(70종)과 2012년(116종)을 거쳐, 2013년 163종으로 급증했고, 올해는 상반기까지 71종이 출시된 것으로 집계됐다.

요즘 나오는 신차가 ‘신차답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국산차 관계자는 “신차효과를 누리려면 새 차의 성능이나 연비를 월등히 향상시키거나, 디자인이 혁신적으로 변해야 한다”며 “이젠 평범한 변화로는 오히려 ‘겉모습 조금 바꾸고 차값만 올린다’는 지적만 쏟아지고 판매량은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 수요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이동하면서 일반적인 승용차인 세단이 누리던 신차효과가 반감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몇 년 새 세단 종류가 폭증했지만, 소비자 선택이 SUV로 몰리면서 전체 세단 판매량이 줄었다는 것. 실제 올해 상반기 SUV 점유율은 전체의 21.4%였는데, 지난달 SUV 점유율은 29.2%로 치솟았다.

한 수입차 관계자는 “최근 출시되는 수입차 상당수가 SUV”라며 “세단에만 집중하던 수입차들이 국산차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중·소형 SUV 시장을 본격 공략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국산차 관계자는 “기아자동차의 신형 쏘렌토와 카니발은 수출 물량과 겹쳐서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대기 수요가 상당할 정도로 인기”라며 “레저 열풍으로 비(非)세단의 신차 효과가 세단보다 오히려 오래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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