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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한국경제 디플레이션 가능성 경고음 점차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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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세계경제 회복 둔화에 따른 수요발 압력과 석유 등 원자재값 하락세 장기화에 따른 공급발 압력이 함께 겹치면서 한국경제의 디플레이션을 우려하는 경고음이 민간경제연구소를 중심으로 점차 커지고 있다. 원자재값 하락에 따른 낮은 물가는 그 자체로 경제에 좋은 현상이지만, 반면 저물가가 고착화되면 수요 침체와 생산·고용 위축으로 이어지는 고통스런 디플레이션에 빠져들게 된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0일 내놓은 ‘경제전망과 정책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 이후 2%대 중후반을 유지하던 생산자물가가 지난해 이후 현재까지 연평균 마이너스 증가율(-1.1%)을 기록했다. 특히 서비스를 제외한 상품 생산자물가지수의 경우 2012년 6월 이후 27개월 연속 하락하며 월평균 -1.9% 하락률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 이후 한국경제의 디플레이션 지수는 0.31~0.38로 보통단계(0.3~0.5)에 있으나, 성장률 하락과 민간소비 위축 그리고 에너지·원자재·곡물가격의 장기적인 하락국면 진입에 따라 최근 이 지수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어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디플레이션 가능성에 ‘노란불’이 켜졌다는 것이다. 연구원은 특히 지난해 4분기와 올 1분기에 이 지수가 0.31로 높아진 뒤 2분기에 0.38로 상승하는 등 우리나라 디플레이션 지수가, 일본이 ‘잃어버린 경제’에 빠져들기 시작한 1992년 이후의 수준 및 경로와 흡사한 궤적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디플레이션 진입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할 때라는 얘기다.

현대경제연구원도 이날 ‘국제 유가 하락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현재의 원유 수급여건을 고려할 때 국제 유가는 내년에 더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며 “국제유가 하락이 국내 경기회복에 도움을 주겠지만 저물가 현상 고착화를 유발한 우려도 존재한다”고 내다봤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디플레이션이 현실화하면 소비자들이 추가적인 제품 가격 하락을 예상하고 구매를 계속 뒤로 늦추면서 기업이 시장 수요 감퇴에 따라 어쩔수 없이 가격을 더 내려야 하는 쪽으로 끌려가는 상황으로 진행될 수 있다”며 “일본에서 90년대 중반 장기 디플레이션 도래를 정확히 예측한 건 몇몇 작은 민간경제연구소뿐이었다”고 말했다.

신민영 엘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수요 감소의 지속뿐 아니라 2000년대 이후 신흥국 중심의 생산설비 과잉이 상품가격 하락을 이끌면서 디플레이션 우려를 낳고 있다”며 “최근 한국은행도 생산자 및 소비자물가지수 하락 동향이 심상치 않다고 보고 당황하는 기색을 보이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최근 제시하고 있는 내년 공공부문 3.8% 임금인상이나 공공요금 인상도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지기 전에 물가를 적정 수준으로 높이려는 대응책의 일환 측면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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