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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천문학자들은 왜 '혜성'에 열광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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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계 초기와 생명기원 비밀 담은 타임캡슐

[CBS노컷뉴스 감일근 기자]

노컷뉴스

허블 우주망원경이 촬영한 혜성 '사이딩 스프링'. 이 혜성은 현재 화성 근처를 지나고 있다.



첨단 천체 관측 장비들이 일생에 한번 보기가 어려운 세기의 우주 쇼를 관측하기 위해 20일부터 화성을 겨냥하고 있다.

‘사이딩 스프링’으로 불리는 ‘C/2013 A1 혜성’이 붉은 행성 화성에 초 근접 비행하는 장면을 관측하기 위해서다.

이 혜성은 이날 화성에 불과 13만 9,500km까지 접근했다. 이는 지구와 달 사이 거리의 절반에 불과하고, 지구를 지나는 가장 가까운 혜성보다도 10분의 1 이상 짧다.

보통 혜성은 크기가 15km 이하인 핵과 핵을 둘러싼 코마, 긴 꼬리의 세부분으로 이뤄져 있다. 코마는 150만km, 꼬리는 긴것의 경우 1억5천만km에 이른다.

핵은 얼음, 암석, 먼지입자, 코마는 물, 시안, 이산화탄소로 이뤄져 있고 긴 꼬리는 코마의 물질이 태양에서 나오는 입자에 의해 뒤로 밀려나 생긴 것이다.

혜성은 긴꼬리를 가진 독특한 모습 때문에 과거부터 관심을 받아왔지만 천문학자들이 혜성 탐사에 열광하는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혜성은 태양계의 ‘타임탭슐’로 불린다. 46억년전 태양계가 처음 만들어질 때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혜성을 연구하면 태양계 생성의 비밀을 풀어줄 것으로 과학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태양계 탄생의 가장 유력한 이론은 성운설이다. 원반 형태로 회전하는 먼지와 가스 구름이 중력으로 붕괴돼 뭉치게 되고, 온도와 밀도가 높아진 중심이 핵융합 반응을 일으켜 태양이 탄생했으며 남은 구름은 행성과 위성, 소행성 등이 됐다는 이론이다.

남은 구름 가운데 행성과 위성이 되지 못하고 지금까지 당시 상태 그대로 머물러 있는 물질이 있는데 태양계 외부를 싸고 있는 ‘오르트 구름’이다.

'오르트 구름'은 태양계 바깥쪽에서 둥근 띠 모양을 하고 있는 먼지와 얼음 조각 지대로 추정되는 가상의 천체지만 그 존재가 거의 확실해 지고 있다. 1950년 네덜란드의 천문학자 얀 오르트(Jan Hendrik Oort)가 이곳을 혜성의 근원지로 지목했고, 태양으로부터 약 5천 천문단위(AU: 1AU는 태양과 지구 사이의 거리로 약 1억5천만km)에서 10만AU사이에 존재할 것으로 추정된다.

오르트 구름은 태양의 중력과 태양계 밖의 중력이 평형을 이루는 지역으로 이곳에 있는 먼지와 얼음조각들은 중력의 균형 때문에 태양계의 행성이나 위성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또 우주로 벗어나지도 못한 채 태양계 생성 초기의 모습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혜성은 이 오르트 구름에 있던 얼음과 암석으로 된 작은 천제가 태양계 내외부외 갑작스런 어떤 중력 변화로 인해 오르트 지역을 이탈, 태양계로 진입하는 것이다.

혜성이 타입캡슐로 불리는 것은 이처럼 오르트 구름에서 초기 태양계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혜성을 연구하면 태양계 생성 초기의 물질들이 어떤 성분을 함유하고 있고,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의 태양계가 탄생하고 진화해 왔는지 등에 대한 매우 유익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혜성은 또 지구 생명의 기원을 밝히는 것과도 관련을 맺고 있다. 혜성에 의한 생명체 기원론을 주장하는 과학자들은 혜성에 물과 암모니아, 메탄, 이산화탄소 등의 물질이 풍부하고, 초기 지구에 혜성과 운석이 다량으로 떨어지면서 이들 물질이 운반돼 생명의 기초가 되는 아미노산과 핵염기 등이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1월 처음 발견된 사이드 스프링은 태양계 생성 초기부터 수십억년 동안 오르트구름에 존재하다 태양계로 첫 나들이에 나섰다는 점에서 태양계 형성 비밀을 밝혀줄 특히 귀중한 자료가 될 것으로 천문학계는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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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성 ISON이 태양을 근접 비행하는 모습. ISON이 사진의 오른쪽 아래의 궤적으로 태양에 접근한 뒤 오른쪽 위로 빠져나가고 있다. NASA의 소호 태양 관측 위성과 태양역학 관측위성이 2013년 11월 촬영한 장면 (사진 출처=NASA)



핵의 너비가 0.8~8km로 추정되는 이 혜성은 단 한 번도 태양에 접근한 적이 없기 때문에 태양열에 의한 성분 변화가 없는 상태로 46억년전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 같은 혜성을 첨단 관측 장비를 이용해 근접 관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혜성은 가스와 암석, 먼지로 이뤄진 조그만 도시 크기의 눈덩어리이지만 태양에 접근하면 가열되면서 먼지와 가스를 분출, 웬만한 행성보다 더 커진다.

한편, 유럽우주국(ESA)이 쏘아올린 로제타 우주선이 혜성 67P/추류모프-게라시멘코( 67P/C-G; Churyumov-Gerasimenko)에 도착해 현재 근접비행 하고 있다. 특히 로제타는 다음달 11일 역사적으로 착륙선을 혜성에 직접 착륙시킬 예정이다.

성공한다면 혜성의 성분을 보다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게 돼 혜성 연구에 있어 또 하나의 기원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 유명한 공상과학 소설은 사람이 혜성을 타고 행성 간 여행을 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로제타의 착륙 계획이 성공한다면 머지않은 미래에 인간은 아니더라도 탐사 로봇이 혜성을 타고 매우 빠른 속도(사이딩 스프링은 초속 약 56km)로 성간 여행을 하며 우주 탐사작업을 벌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stephano@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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