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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줌인]'감독 선동열', '선수 선동열'은 못 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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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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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어쩌다 이렇게까지 추락하게 된걸까.

KIA는 19일 전격적으로 선동열 감독과 재계약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3년간 지휘봉을 맡겼던 선 감독을 재신임 한 것이다.

그러자 팬들의 비난이 봇물 쏟아지듯 터져 나왔다. KIA는 지난 3년간 단 한 차례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다. 직전해인 2010시즌엔 4강에 올랐지만 조범현 감독을 경질했던 팀이다. 그러나 이후 5위와 2년 연속 8위라는 부끄러운 성적표를 받았다.

매년 반복되는 부상 악령, 그리고 부실한 수비와 팀 워크. KIA는 지난 3년간 전형적 약팀의 행보를 보였다. 선 감독의 장기로 여겨졌던 투수 육성마저 뚜렷한 성과가 없었다.

선 감독이 재신임을 받은 것은 매우 높은 곳에서 결정된 것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정의선 구단주가 일찌감치 선 감독에게 좀 더 기회를 주기로 결정했다는 소문이 시즌 중 이미 야구계에 널리 퍼졌다. 정치권의 고위 인사가 선 감독을 후원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지금 중요한 건 소문의 진실 여부가 아니다. 그런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 야구인으로서 이 보다 더 심한 치욕은 없기 때문이다.

선동열이 누군가. 한국 야구의 상징과도 같은 불세출의 스타 플레이어 출신이다. 그 보다 뛰어난 기록을 가진 선수가 나올지는 몰라도 그 만큼의 포스를 보여줄 수 있는 투수는 앞으로도 나오기 힘들다는 것이 야구인들의 중론이다.

그는 천하무적의 투수였다. 선동열이 몸을 푸는 것 만으로도 상대 팀엔 압박이 됐다. “삼성이 뜻대로 하지 못한 것은 자동차와 선동열 뿐”이라는 우스갯 소리가 나왔을 정도다.

그런 그가 감독을, 그것도 고향 광주에서 하는 것이 이렇게나 어려워졌다. KIA 팬들의 분노는 글 몇자로 표현되기 어려울 정도다. 모 포털 사이트엔 감독 재신임 발표 직후 반대 청원이 올라왔고, 온라인 상에선 비난 댓글이 줄을 잇고 있다. 선동열이라는 이름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현상이다.

선 감독은 지도자로서 좋은 출발을 했다. 삼성 감독으로 취임해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당시 구축한 철벽 불펜의 유산은 지금도 삼성의 힘이 되고 있다.

그러나 감독 선동열은 민심을 읽는데 성공하지 못했다. 팬심을 충족시킬만한 성과도, 행보도 보여주지 못했다.

선수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에도 서툴렀다. 선 감독이 지도자로서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이런 단점이 더욱 도드라지게 드러났다.

선 감독과 한 팀에서 코치를 했던 한 야구인은 “감독님께 여러번 선수들에게 좀 더 다가가 달라고 진언을 했었다. 감독님도 노력을 한다고 했지만 거리감은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거리감은 그가 최고였다는 점에서 출발했다. 너무도 빼어났던 ‘선수 선동열’과 눈 높이를 맞출 수 있는 선수는 많지 않았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선 감독은 물러난 것이 아니라 다시 감독이라는 이름으로 유니폼을 입고 팬 앞에 나서야 한다. 어쩌다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는지를 파악하지 못한다면 더 큰 수모가 그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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