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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취재파일] "죽으면 아군, 적군없어" 해결 요원한 야스쿠니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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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야스쿠니 신사는 1년에 두번, 4월 22일과 10월 18일 각각 대예제를 치릅니다. 가장 큰 행사입니다. 전국에서 일본 호국영령을 기리기 위해 모여듭니다. 일왕은 칙사를 보냅니다. 최근엔 이 날만 되면 일본 우익들이 모여듭니다.

보통 주말엔 관광객을 포함해 3~4천명이 찾습니다. 1월 1일에는 10만명 정도가 방문한다고 합니다. 패전일인 8월 15일엔 군국주의 신봉자 등 우익들의 집결이 한층 더 강해져서 20만명이 모여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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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스쿠니 신사 관계자는 "신사를 찾는 사람은 각료이든 재벌이든 모두 똑같은 대접을 한다"며 다만 美군정의 지시로 정교분리는 됐지만, 그 이전의 전통을 이어 "일왕이나 일왕의 칙사, 왕족들만은 특별하게 신사 앞까지 차로 들어올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제가 직접 방문했던 18일 오전, 신사 오른쪽에서 검은 승용차를 탄 정부 각료들이 방문하는데 대해선 "미디어들의 요청'에 따른 특별조치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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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 가장 큰 행사는 역시 일왕이 보낸 공물과 칙사를 따라 신관들이 야스쿠니 신사로 행진해 들어가는 장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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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중국에서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에 일본 총리와 각료들이 참배하는데 심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는 말에 신사 관계자는 잠시 따라오라며 신사 뒷쪽으로 안내했습니다. 자물쇠를 열고 들어가니 조그만 신사 2개가 나왔습니다. 하나는 낡고 다른 하나는 좀 새것 같은데 영락없는 쌍둥이 신사였습니다. 여기서 신사 관계자는 입을 열었습니다.

"일본 국민들은 죽고 나면 모든 영혼이 똑같다고 생각합니다. 아군과 적의 구분이 없어집니다. 우리는 그 모든 영혼을 모십니다. 야스쿠니 신사는 메이지 유신 때 막부군에 대항해 싸우다 숨진 일왕측 장병의 영혼을 모시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그들의 영혼이 이 곳 낡은 신사에 모셔져 있습니다. 옆에 있는 신사는 막부군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마련된 것입니다. 즉 야스쿠니는 왕군과 막부군의 영혼을 모두 모십니다."

'부관참시'의 문화가 있는 우리나라나 중국의 사고방식과는 전혀 다른 일본인의 사후관이라는 겁니다. A급전범을 분사하는 것은 어떠냐는 말에 이 관계자는 말을 이었습니다.

"이 곳은 유골 같은 것은 전혀 없습니다. 영혼만을 모십니다. 한번 합사된 영혼을 다시 빼서 분사하라는 것은 흐르는 강물에 커피 한 잔을 흘려 놓고, 나중에 커피를 다시 잔에 모으라는 것과 같은 요구입니다." 분사는 절대로 할 수도, 생각할 수도 없다는 주장의 반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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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는 야스쿠니 분사 문제에 대해 야스쿠니는 정부기관이 아닌 민간기관이기 때문에 정부에서 이래라 저래라 할 수는 없다는 입장입니다. 또 아베 총리가 지난해 말 야스쿠니를 방문한 뒤 총리 성명을 통해 호국영령을 기리기 위해 간 것이지 (14명의) A급 전범 때문에 간 것은 아니라고 분명히 밝혔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과 원칙' 논리와 야스쿠니 신사 측이 주장하는 일본인들의 '사후 세계관'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야스쿠니 문제는 '해결이 어려운, 아니 해결이 불가능한 문제'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물론 주변 피해국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A급 전범 분사'를 강행할 수는 있겠지만, 일본인들의 사고방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내부 반발은 물론 주변국들도 성의없는 '미봉책'이라고 비난할 수 있습니다.

정치인이라면, 외교를 하는 정치인이라면 주변국에 대해 성의있는 사죄의 뜻을 확실히 밝히고, '야스쿠니에 안가는 것'만이 지금으로선 '최선'일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홍순준 기자 kohsj@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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