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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유리천장 뚫은 박영선…계파천장에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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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세월호특별법 타결 이틀 만인 2일 전격 사퇴했다. 지난 5월 원내대표에 취임한 후 불과 148일 만이다. 7일 시작되는 국정감사를 비롯해 세월호특별법ㆍ정부조직법 등 원내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야당 원내사령탑이 공석이 되면서 향후 일정에 적잖은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박 원내대표는 2일 소속 당 의원 전원에게 보낸 이메일 서한에서 "책임이란 단어에 묶여 소신도 체면도 자존심도 다 버리고 걸어온 힘든 시간이었다"며 "원내대표직, 그 짐을 내려놓으려 한다"고 사퇴의 변을 밝혔다. 사퇴를 촉발한 세월호특별법 난항에 대해선 "세월호 참사 진상조사위원회는 가능한 한 빨리 출범해야 한다"며 "빠르게 사라져가는 증거들을 멈춰 세울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당내 계파주의와 일부 강경파에 대한 섭섭함도 털어놨다. 그는 "직업적 당 대표를 위해서라면 그 배의 평형수라도 빼버릴 것 같은 움직임과 일부 극단적 주장이 요동치고 있었던 것도 부인할 수 없다"며 "이런 일들이 반복되는 한 지금 우리 당이 겪고 있는 고통은 치유되기 힘들다는 것을 어렵사리 말씀드린다"고 토로했다. 마지막으로 "진상 규명이 가능한 법을 가능한 한 빨리 제정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끌고온 협상 과정에서 제가 받은 비난들 중 상당 부분에 대해 드릴 말씀도 많지만 그저 다시 한 번 용서를 구한다"고 심경을 밝혔다.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이날 오전 비상대책위원회 회의 중간에 박 원내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사퇴를 만류했으나 본인이 끝까지 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이날 비대위원회의에선 원내대표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하고 오는 9일 후임 원내대표를 선출하기로 확정했다. 선출 전까지는 김영록 원내수석부대표가 직무를 대행할 예정이다. 내년 5월까지인 박 원내대표 잔여 임기를 맡게 될 후임 원내대표로는 우윤근 정책위 의장을 합의추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정책위 의장으로서 그간 세월호특별법 협상을 이끌어온 만큼 우 의장이 원내대표직을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다만 계파 색이 옅기는 하지만 우 의장이 '범친노'로 분류된다는 점에서 합의 추대까지 이르는 과정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앞선 비대위 구성 과정에서 비노 진영이 배제된 데다 당 혁신실천위원장마저 범친노인 원혜영 의원이 맡자 이런 불만은 더욱 누적된 상태다. 여기에 친노 진영에서 원내대표마저 우 의장 합의 추대로 몰아간다면 비대위 출범 후 잠시 소강 상태인 계파 갈등이 다시 표면화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새정치민주연합 3선 의원은 "엿장수 마음대로 누가 누구를 추대한다는 거냐"라고 일축했다. 결국 합의 추대가 무산된다면 차기 원내대표 후보군으로는 우 의장과 3선의 유인태 의원을 포함해 비노 진영에서 이종걸(4선) 최재성(3선) 주승용(3선) 의원 등이 물망에 오른다.

이 의원은 이날 매일경제와 통화하면서 "현 비대위가 한쪽으로 기울어졌다는 지적이 많은데 원내대표가 당연직비대위원인 만큼 나보고 나서라는 말을 주변에서 많이 한다"며 출마를 시사했다. 최 의원도 "아직 검토 중이다. 이른 시일 내에 결정하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노영민 의원(3선)은 출마 뜻을 접은 것으로 전해졌다.

[우제윤 기자 / 장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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