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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자살 기관사 송씨가 "아프다" 말 못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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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상후 스트레스 불구 회사 측 정신건강검진엔 '정상', 힐링센터도 무용지물]

머니투데이

지난 9월 18일 자택 지하주차장에서 우울증으로 자살한 지하철 7호선 기관사 송 모씨(45)가 지난해 서울도시철도공사의 정신건강검진에서 '정상' 진단을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우울증을 판정하는 5가지 지표 모두 정상범위였지만 송 씨는 불면을 비롯해 우울증 증세를 지인들에게 호소해왔다. 이 때문에 서울시가 지하철기관사 자살방지책으로 실행 중인 정신건강검진이나 힐링센터가 '수박 겉핥기'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근본적인 근무환경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한 제2, 제3의 송씨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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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이후 잇따라 자살한 서울도시철도 기관사 8명.


실제로 도시철도공사가 마련한 힐링센터는 기관사들이 인사상 불이익을 우려해 이용을 꺼리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도시철도 노조 관계자는 "익명성이 보장되지만 억압된 조직분위기 때문에 혹시라도 인사상 받게 될 불이익을 우려해 공황장애 등 문제가 있어도 혼자서 끙끙앓는 기관사들이 많다"고 말했다. 지하철 5호선의 한 기관사도 "예전보다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아프다고 편히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특히 송 씨는 지하철 선로에 뛰어든 시민의 사상사고까지 겪어 외상 후 스트레스가 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송씨가 맡았던 사내 축구동호회를 사측이 일방적으로 해체시키면서 억압적인 조직문화로 인한 스트레스도 컸다. 송 씨의 동료 기관사는 "(송 씨가) 운동을 좋아해 축구동호회 회장을 맡았는데 사측이 강제로 해체하라 했다. 당시 상당히 힘들어 했다"고 말했다.

1994년 공채 1기로 입사해 표창도 여러번 받은 모범 기관사였지만 승진에서도 차별을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동료 기관사는 "10명의 관리자들이 200명을 주관적으로 평가해 승진시키는 서울도시철도공사의 인사 시스템에도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송씨의 자살사고 이후 기관사들은 억압적인 조직문화 쇄신을 위한 고위급 인사혁신과 1인 승무, 4조 2교대로의 근무제 개선 등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주장하고 있다. 시는 기관사 자살에 대한 종합대책을 이미 지난 4월 마련했으나 예산 부족을 이유로 표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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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지난 4월 마련한 기관사 처우 개선 종합대책안. 단기, 중장기 대책을 포함한 소요 예산은 총 1851억원이다.


서울시는 2인 승무 개선에 드는 예산만 1341억원에 달해 서울도시철도 연간 영업손실이 2900억원 달하는 가운데 도입하기가 쉽지않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힐링프로그램과 3분명상 등 정신건강 관련 프로그램만 확정해 놓은 상황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달 송씨 자살사건 관련 시정질문에 "비극적 사건에 반성해야 한다"며 "여러차례 회의도 하고 용역도 실시해 종합대책을 만들었지만 철저히 못했던 측면이 있다"며 재점검하겠다고 밝혔다.

남형도기자 hum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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