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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디딤돌대출 받자"…혼인신고 미루는 신혼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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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조건 맞추려 배우자 이직시기도 조율…1주택자 형제간 명의신탁 등 불법행위도]

머니투데이

내집마련 '디딤돌대출'을 받기 위해 갖가지 방법이 동원되고 있다. 결혼식을 올린 신혼부부가 일부러 혼인신고를 미루거나 배우자 이직시기를 조율하기도 한다. 대부분 대출소득조건을 맞추기 위한 것으로, 일부에선 불법행위도 이뤄지고 있다.

내집마련 디딤돌대출은 국민주택기금에서 지원하던 기존 근로자서민대출과 생애최초대출, 주택금융공사의 우대형 보금자리론을 하나로 통합한 정책금융상품이다.

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도입된 내집마련 디딤돌대출 신청 실적이 8월 말 기준으로 5만9240건, 5조4283억원으로 집계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정책금융 상품인 디딤돌대출은 일반금융 상품보다 금리 등 대출조건이 좋아 이용자가 많다"며 "대출 소득조건을 맞추기 위해 혼인신고를 미루는 등의 방법을 이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대출 대상은 부부합산 총소득 연 6000만원(생애 최초 7000만원) 이하며 전용면적 85㎡ 이하, 집값 6억원 이하만 대출이 가능하다. 대출한도는 최대 2억원이다. 미혼인 단독 세대주는 혼자임에도 소득조건은 부부합산 소득 총액 기준을 그대로 적용받아 상대적으로 신혼부부보다 대출받기에 유리하다.

법률상 혼인신고의 경우 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다. 직장인 이상우씨(33)는 "혼인신고를 할 경우 부부합산 소득이 7000만원을 넘겨 디딤돌대출을 받을 수 없게 돼 혼인신고를 미루자고 예비신부에게 얘기했고 결혼 후 대출이 실행될 때까지 혼인신고를 미룰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대출을 신청하다 실행 전 조건 변동이 확인되면 신청을 새로 해야 한다. IBK기업은행 관계자는 "신청서류 미비 등을 이유로 서류를 재요구하는 과정에서 기존과 달리 혼인신고 사실이 밝혀지면 부부합산 소득조건으로 변동돼 신청을 새로 해야 한다"며 "대출 실행 직후 바로 혼인신고를 할 경우 은행에선 문제 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배우자가 무소득자가 될 경우 단독 세대주와 소득조건이 같아진다. 대출이 실행된 직후 바로 직장을 구해도 무방하며 이에 대한 제한은 없다. 통상 대출 실행기간이 1개월임을 감안, 이직시기를 조율하는 경우가 있다.

김현성씨(34)는 "배우자가 이직을 고려하는 상황에서 디딤돌대출을 받기 위해 바삐 움직였다"며 "배우자가 이직하려는 회사에 대출이 실행될 시점까지 출근 날짜를 미뤄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디딤돌대출을 받기 위한 불법행위도 발생한다. 1주택자도 디딤돌대출을 받을 수 있다. 다만 기존주택을 3개월 내에 처분해야 한다. 이들 중 일부는 형제간 거래를 통해 명의신탁한다.

하지만 거래대금 송금영수증 등의 증빙서류만 확인되면 문제가 없어 제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주택 처분시 형제간 거래를 허용하는데 송금영수증 등의 증빙서류 확인이 사실상 전부"라며 "명의신탁으로 불법매매하는 건 사실상 적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불법대출에 대한 징벌 강화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명의신탁한 게 적발되면 부동산실명제 위반으로 통상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면서도 "디딤돌대출이 정책금융 상품인 점을 감안, 강력히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현우기자 hwsh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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