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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연애의 발견 14회 "야, 한여름! 어휴 이 나쁜 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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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어쩌면 그것이 키워드일 수 있을 것이다. 한여름(정유미 분)이 무심코 강태하(문정혁 분)에게 내뱉은 '아버지'라는 단어. 갑작스런 아버지의 자살과 죽기 전 강태하에게 했던 말, 그리고 한여름의 어머니 신윤희(김혜옥 분)가 찾아가 살피는 어떤 아이. 어떤 경우에도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놓아서는 안된다. 배신해서는 안된다.

헤어지는 많은 연인들이 지나왔고, 지나가고 있고, 또는 지나야 할 과정일 것이다. 사랑해야 한다는 의무감과 사랑할 수 없을 것 같다는 불안감, 사랑했던 이유가 사랑할 수 없는 이유가 되어 간다. 확신이 사라졌을 때 남는 것이 의지라면, 그 의지를 흔드는 것이 불현듯 떠오르는 지난 기억들이다. 무심코 지나쳤거나, 아무렇지 않다며 넘어갔거나, 스스로 이해하고 납득했다고 여긴 일들이. 사랑이 끝나가는 순간 단지 사랑으로 덮었을 뿐인 상처들이 묵은 이자까지 더해 휩쓸고 지난다. 그리고 잔해처럼 남는 것은 미련과 집착 뿐.

인정하고 싶지 않다.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 사랑이 끝났다는 것을. 더 이상 서로를 사랑하지 않는 현실을. 그래서 불과 얼마전까지 헤어지고 나서도 한참이 지났음에도 완전히 이별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억지로 붙잡고 놓지 않는다. 놓지 못한다. 부서지고 헤어져 더 이상 놓을 것조차 남지 않을 때까지. 더 이상 놓는다는 의미마저 사라진다. 아무 감정 없이 단지 습관에 기대어 유지되는 관계란 얼마나 서럽고 시린가. 그래도 그렇게 되기 전에 한여름이 먼저 이별을 통보하며 선을 긋는다. 이쯤에서 헤어지는 것이 서로를 위해서도 좋겠다.

의심하고, 불안해하고, 그래서 더 집착하고, 그래서 더 서로를 상처입히게 된다. 징벌이다. 자신을 불안하게 만든 것에 대한. 확인이다. 상대가 자신의 소유라고 하는. 몇 시간을 더구나 하이힐을 신은 채 거리를 헤매고서도 감히 이유조차 묻지 못한다. 오히려 더 불안해하고 더 두려워하며 자신의 말 한 마디 행동 하나에 신경을 곤두세운다. 전에 없이 순종적인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의도적으로 가해지는 상처들을 감당하기에는 한여름은 자기를 너무 사랑하고 있다. 이미 남하진(성준 분)은 자기보다 더 소중하지 않다. 그 끝을 안다. 서로를 상처주고, 서로 상처입고, 그러면서 끝내 피투성이가 되어 널브러질 그 마지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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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발견 포스터 ⓒ제이에스픽쳐스


자신감이 생겼다. 모두 끝났다고 생각했다. 한여름에게는 남하진 밖에 없다고. 자기가 머물 공간은 더 이상 없다고. 한여름이 자기를 보며 흘린 눈물 그것이 전부였다고. 그래서 포기하려 했다. 마음을 정리하려 했다. 자신이 없었다. 더 이상 한여름을 사랑할 자신이. 한여름을 향한 자신의 마음을 언젠가는 돌려받을 수 있으리라는 그런 확신이. 한여름은 더 이상 자신을 사랑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아닐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이 생겨났다. 분명 한여름은 흔들리고 있었다. 오히려 관계가 역전된다. 당당하고 자신만만하던 남하진과 잔뜩 주눅들어 움츠러 있던 강태하의 모습이 바뀌게 된다. 남하진이 먼저 강태하를 공격한 것은 그만큼 남하진이 막다른 궁지로 몰렸기 때문이다. 겁먹은 개가 더 사납다.

완전히 망가진다. 완전히 엉클어져 버린다. 더 이상 포기하지 않아도 되었다. 가능성에 기대 봐도 좋았다. 어쩌면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 한여름을 놓아보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지키려 했다. 어떻게든 악착같이 지키려 했다. 그 끝을 본다. 바닥까지 내려간 서로의 모습을 확인한다. 더 이상 남하진과 자신의 사이에 남은 감정은 사랑이란 달콤한 이름이 아니다. 행복한 결말을 꿈꾸는 희망찬 무엇이 아니다. 그대로 모른 척 넘어갔으면 좋았을 것을. 드라마란 우연을 좋아한다. 우연히 몰라도 되었을 사실들을 강태하나 남하진이나 너무 빨리 알아 버린다. 마음을 정리하기 전 한여름은 결정을 강요당한다. 어쩌면 다른 결말이 있었을지도 모르는 것을. 그렇게 한여름은 마음을 정리하고 나시 남하진과의 관계를 만들어간다. 영원한 사랑이란 하나의 감정을 마지막까지 가지고 가는 것이 아닌 매순간 새로운 감정을 쌓아가는 것이다.

'나쁜 년'이라 불린다. 오랜 친구인 도준호(윤현민 분)에게서. 잔인하게 남하진을 차버렸다. 냉정하게 남하진과의 관계를 먼저 끝내 버렸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 사랑하지 않는데 사랑하는 사이로 남는 것은 서로에 대한 기만이다. 그렇다고 사랑하지 않는데 사랑하는 것도 모순이다. 사람의 감정이란 항상 마음먹은대로 되지 않는다. 예정에 없이 사랑하고 다시 예정에 없이 사랑이 식는다. 그리고 헤어진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도 서로 싫어지고 헤어진다. 아무것도 잘못한 것이 없는데도 어느새 사랑은 끝나 버린다. 그것이 죄다. 남하진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아직 한여름에게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다.

"연애는 누구한테 배우셨어요, 한여름씨?"

"강태하한테 배웠어. 됐니?"

해서는 안될 말을 했다. 순간 한여름이 미워지려 했다. 그것은 결코 연인 사이에 해서는 안되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더 이상 연인이 아니었다. 최소한 한여름에게는 그랬다. 그 사실을 확신시켜준다. 가장 난폭하고 잔인한 방법으로. 일방적으로 나쁜 여자가 된다. 나쁜 여자가 되어야만 한다. 사랑하는 사이에 먼저 사랑이 식었다면 그것이 나쁜 것이다. 사랑을 놓아버리려 한다면 그보다 나쁜 것은 없다. 다만 두 사람 사이의 일이다. 다른 누군가의 비난은 거부하려 한다. 어쩌면 언젠가 한여름이 아닌 남하진 자신이 했어야 할 선택이기도 하다.

당사자의 일이다.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사랑을 하고, 그래서 좋아 죽다가 어느 순간 사랑이 식어 서로 헤어진다. 좋게 헤어지면 좋지만 한 쪽이라도 감정이 남았다면, 혹은 그 사실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면 그 과정은 시끄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주위사람들 역시 당사자일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엮이게 된다. 어쩌면 그것이 한여름이 무심코 내뱉은 '아버지'라는 단어의 뜻일 것이다. 아버지와도 화해할 수 있을까? 아버지의 사정을. 아버지의 진심을. 그리고 아버지를 향한 자신의 마음들을. 이해하고 또 용서하고. 그리고 아마도 무언가 한여름에게 남겨지는 것이 있을 것이다. 그녀의 진심이다.

숨쉴 틈도 주지 않고 빠르게 몰아친다. 물러설 때는 여유를 부리다가 한 번 몰아치기 시작하니 사나울 정도로 거침없다. 행복하게 끝날 것 같던 연인이 불과 한 주만에 최악의 상황에 서로 헤어지고 만다. 강태하는 다시 혼란에 빠져든다. 그렇다고 한여름이 쉽게 강태하에게로 돌아갈 것이라 기대하기는 힘들다. 한여름 자신이 선택해야 한다. 가장 어려운 숙제다.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결말이란 어쩌면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윤솔(김슬기 분)과 도준호의 뻔한 사랑 역시 슬슬 결론을 내릴 때가 되었다. 남은 한 주가 더없이 기다려진다.

그깟 사랑이 별 건가. 그래도 제법 잘나가는 건설회사 사장이다. 무려 성형외과 병원 원장이다. 그런데도 동네 건달처럼 술집에서 치고받고 싸운다. 멍투성이가 되어 술집 바닥을 뒹굴고 경찰 조사까지 받는다. 한여름은 오랜 친구로부터 '나쁜 년'이라는 욕까지 듣는다. 그런데 그깟 사랑이 이리도 서럽고 아프다. 별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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