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서 가장 빨리 이혼 가능한 곳"
이탈리아 부부들, 서류신청 몰려
179쌍 주소 똑같자 영 법원 "무효"
“영국에서 이혼하는데 비용이 적게 들고 빨라서”(BBC)였다. 이탈리아에선 정식으로 이혼하기 위해선 최소 3년의 별거 기간을 거쳐야 한다. 영국은 1년 이상 산 부부의 경우 배우자가 비합리적 행동을 보인다는 이유로도 이혼 신청을 할 수 있다. “도미니카공화국이나 미국 라스베이거스 정도를 빼곤 전 세계에서 가장 싸고 빨리 이혼할 수 있는 지역이 잉글랜드와 웨일스”(데일리메일)란 평판이 생길 정도다.
영국은 1527년 헨리 8세가 앤 불린과 결혼하기 위해 왕비 캐서린과 이혼하려다 교황청의 승인을 받지 못하자 가톨릭에서 독립해 영국국교회인 성공회를 설립 하기도 했다. 게다가 잉글랜드나 웨일스 어느 법원에나 신청할 수 있었고 법원끼리 크로스체크도 안 됐다. 영국의 이혼 결정은 이탈리아에서도 유효하다. 이탈리아인들이 ‘이혼 관광지’로 영국을 택한 이유였다.
영국 법원은 결국 지난달 29일 2010년 8월~2012년 2월의 이혼 신청을 무효화했다. 이혼 확정 판결이 난 것만 91건이었다. 가정고등법원의 제임스 먼비 판사는 “우편함의 크기를 보건 데 아무리 작은 사람이라도 그곳에서 거주할 수 없다는 게 명확하다”며 “이번 사건은 영국의 사법 절차를 악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위증과 위조 등으로 법원을 속인 만큼 이혼 판결은 모두 무효”라고 결정했다.
법원 차원에서 대책도 마련했다. 이혼 판결 법원을 20곳으로 확 줄였다. 먼비 판사는 그러나 “그것으로 사기를 막기엔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고정애 기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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