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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재산분할에 이혼위자료까지! 지독한 짠돌이 남편의 최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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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분할에 이혼위자료까지! 지독한 짠돌이 남편의 최후!

'스크루지'는 찰스디킨스가 쓴 단편 소설 <크리스마스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지독한 짠돌이를 일컫는 명사가 될 정도로 유명한 가상인물이다. 스크루지는 어느 크리스마스이브, 꿈속에서 자신이 죽은 후의 모습을 보게 되고 구두쇠로 살아온 자신의 삶을 반성하고 다른 사람에게 베풀면서 사는 사람으로 변해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 이 이야기는 아무리 가진 것이 많다고 하더라도 베풀고 나누지 않는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만약에 아직 크리스마스의 악몽을 꿔보지 못한 ‘스크루지’가 만약 내 남편이라면 이혼하지 않고 살 수 있을까?

현대판 스크루지인 박 모 씨(80), 14억 원대의 많은 재산을 가졌지만 재혼한 아내 이 모 씨(65)에게 생활비로 지급하는 돈은 약 100만 원 가량이었다. 아내 이 씨는 만 원이 넘는 물품을 구입할 때면 일일이 박 씨에게 확인을 받은 후 결제해야 했다. 게다가 이 씨는 박 씨 친형과 장애 2급인 조카를 돌봐야 했고 박 씨 소유의 빌딩 청소와 관리까지 하며 박 씨의 첫 번째 아내와 형수의 제사까지 지내줘야 했다.

박 씨는 거의 외출을 하지 않아 아내가 하루 3끼 식사를 모두 차려줘야 했기 때문에 외출도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또 박 씨는 자신이 주는 생활비 중 일부가 아내 명의의 보험금으로 납부되는 것을 아깝게 여겨 보험을 해지할 것을 요구했고 이에 이 씨는 전 남편과 사이에서 둔 딸에게 보험비 납부를 부탁했다. 그러던 중 박 씨는 직장암 수술을 받게 되었고 간병인을 쓰는 돈이 아깝다며 간병인 조차 쓰지 않아 아내인 이 씨가 간병을 해야 했다. 박 씨를 간병으로 인해 이 씨의 건강은 급격히 악화 되었고 결국 1년 후 뇌수술을 받게 되었다. 하지만 남편의 눈치를 보느라 뇌 수술을 받은 이 씨는 간병인도 조차 쓸 수 없어 자신의 친구에게 간호를 받았다.

이 씨는 자신의 보험금으로 나온 금액 중 일부만 치료비로 남편에게 건넸고 나머지는 딸에게 주려 했으나 이를 알게 된 남편 박 씨가 사망 수익자가 자신이 아닌 아내의 딸로 되었다는 것을 알고 수익자를 자신으로 바꾸고 보험금 전액을 요구했으나 이 씨가 이를 완강히 거부하자 폭언을 일삼았다.

이후 두 사람을 별거에 들어갔고 이 씨는 이혼을 결심하고 위자료와 재산분할 청구소송을 냈다. 이혼소송재판과정 중 박 씨는 아내가 뇌수술 후 판단력이 미약한 상태에서 딸의 사주를 받아 자신의 재산을 노리고 이혼청구를 한다며 아내를 비난했다. 하지만 법원은 아내의 편을 들어주었다. 재판부는 “박 씨가 가부장적이고 권위적인 태도로 아내를 통제하고, 금전에만 집착하는 인색한 태도로 갈등을 일으켰으며 보험금 문제로 폭언해 아내에게 상처를 준 점 등을 고려하면 혼인관계 파탄의 근본적이고 주된 책임은 박 씨에게 있다”라고 판결했다.

박 씨는 자신의 재산이 이 씨와 혼인하기 전에 형성된 것이기 때문에 재산 분할을 할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 씨가 고령의 나이에도 가사를 전담하고, 박 씨를 간병하다 건강 악화에 이른 점 등을 참작해 박 씨는 이 씨에게 위자료 2000만 원과 재산분할금 3억3000만 원을 지급한 뒤 이혼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시티라이프

결혼 생활을 이어나가는데 있어 가정의 경제적인 문제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며 이혼을 하게 되는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최근 서울시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혼 사유 중 경제 문제는 전체 사유 중에 2위로 1위인 성격 차이의 뒤를 이었으며 매년 이혼 부부 중 12~14% 가량이 경제문제로 이혼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혼전문법률사무소 해피엔드의 조숙현 이혼전문변호사는 “경제적으로 풍요하지 못한 것만이 가정경제의 문제는 아니며 부부가 재산을 모으고 지키는데 있어서 서로의 의견을 일치하지 못하고 금전적인 문제로 다툼이 잦거나 재산 사용 부분에 대해 일방적인 강요가 심하고 그것으로 인해 혼인을 유지 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게 된다면 충분히 이혼 사유가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부부가 함께 재산을 지키고 모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따른 목적이 분명해야 하며 단순히 재산을 모으는 것이 목적이 된다면 가정을 꾸려나가는데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만약 부부 중 어느 한쪽이 재산을 지키는 데만 집착한다면 그 원인을 분석하고 재산을 모으는 의미에 대해서 서로 의견을 나누는 등 대화를 통해 문제를 지혜롭게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화를 통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의견이 좁혀지지 않는다면 이혼 소송을 통해 이혼을 고려 할 수 있으며 본인이 직접 경제활동을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가사노동과 내조로 재산 형성에 기여한 부분을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혼 전문 변호사와 무료 상담을 통해 재산분할과 위자료를 합당하게 받을 수 있도록 소송을 철저하게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크루지’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존재해왔는데 중국에는 죽림칠현 중 수전로로 유명한 왕융이라는 이가 있었다. 오래 전 시집간 딸이 왕융을 찾아왔으나 왕융은 몇 년 만에 만나는 딸을 반기지 않았는데 이유는 사위가 꿔간 돈 때문이었다. 딸이 빌린 돈을 갚자 그제야 왕융이 딸을 웃으며 반겨주었다. 왕융은 딸이 갚은 돈으로 웃을 수 있었겠지만 그 딸이 받았을 상처는 돈 몇 푼으로 치유될 수 없는 평생의 한이 되었으리라 짐작이 간다. 가진 것이 아무리 많다 해도 가정이 행복하지 않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 어떤 값비싼 보물이라 하더라도 내 가족의 행복보다 의미 있지 않으며 가족에게조차 베풀지 않으려는 마음 씀씀이는 결국 거액의 재산분할과 위자료로 마무리 지어 질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박두원 기획취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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