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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홧김에 일가족·부모 살해' 분노 조절 못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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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광주=뉴시스】배동민 기자 = 최근 무시한다는 이유 등으로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해 일가족을 살해하고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르거나 부모까지 살해하는 사건 등이 잇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분노 조절능력을 잃어가는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간 관계 형성에 있어 개인은 물론 사회적인 노력과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광주 서부경찰서는 1일 일가족 3명을 살해한 혐의(살인)로 김모(34)씨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김씨는 지난달 29일 오후 6시부터 오후 8시20분 사이 광주 서구 치평동 한 아파트에서 권모(41·여)씨와 권씨의 여중생 딸(13), 권씨의 어머니(68)를 흉기 등을 사용해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3년 전부터 권씨와 만남을 가져온 김씨는 지난달 29일 오후 6시께 꽃다발을 들고 권씨의 집을 찾았다가 자신을 무시하는데 화가 나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경찰에서 "후회한다"며 눈물을 흘렸지만 이미 일가족 3명의 처참한 죽음은 돌이 킬 수 없게 됐다.

지난달 13일에는 오후 11시53분께 광주 서구 쌍촌동 한 아파트 12층 A(48)씨의 집에서 불이 나 A씨와 A씨의 아내(41)가 3도 화상을 입었다.

숨진 사람은 없었지만 A씨의 아들(12)과 아파트 주민 10명이 부상을 입고 자칫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도 있던 화재였다.

불은 A씨 부부의 싸움에서 비롯됐다. 함께 술을 마시던 아내가 "똑같은 말을 반복한다"며 안방에 들어간 뒤 문을 걸어 잠그자 A씨가 신발장에 있던 잡초제거기의 휘발유를 거실에 뿌리고 불을 붙인 것이다.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해 자칫 자신과 아내는 물론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의 어린 생명까지 앗아갈 뻔 했던 선택이었다.

지난 7월29일 전남 순천에서는 용돈을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신의 어머니를 때려 숨지게 한 최모(44)씨가 존속상해치사 혐의로 구속됐다.

최씨가 40년 넘게 홀로 자신을 돌본 70대 노모를 때려 숨지게 한 이유 역시 술에 취해 화를 참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지난 3월에는 불성실한 근무 태도를 지적한 상사에게 흉기를 휘두른 스물한 살 공익근무요원이 입건됐다.

지난해 3월에는 '자신의 부모를 무시한다'며 김모(19)군이 친척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작은 아버지가 숨지고 친척 7명이 다치기도 했다. 김군도 당시 "살해할 마음은 없었다"며 뒤늦은 후회의 눈물을 흘렸다.

온 국민을 경악하게 한 윤일병의 폭행 사망 사건이나 층간 소음 문제 때문에 발생하는 살인 사건 역시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문제를 드러내는 사례로 꼽히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우발적 범죄가 날이 갈수록 개인적인 성향이 강해지고 충동을 조절하는 능력이 약해져 늘어난다고 보고 있다.

박태진 전남대 심리학과 교수는 "우리는 분노를 조절하는 방법을 가정과 학교에서 제대로 배우지 않았다"며 "무한 경쟁을 강요하는 사회 속에서 남들과 비교하면서 스스로 감정을 추스르기보다 상대적 박탈감에 쉽게 화를 내곤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 사람들이 어떤 경우에 분노가 폭발 하는지를 조사해 본 뒤 사회적 교육을 통해 개인들의 감정 조절 능력을 키워줘야 한다"며 "갈등을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을 구축해 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또 "사람들이 억울하다고 느끼지 않도록 사회 환경을 조성하는 게 필요하다"며 "다른 나라와의 비료·분석을 통해 사회 시스템과 문화의 차이에 따른 미흡한 점을 찾아 불필요한 분노를 줄일 수 있도록 개인과 사회, 지자체와 시민사회단체 등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gugg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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