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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승객과 대화 인터넷 방송 ‘아이유 택시기사’ 무죄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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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법 보완 필요성” 제기

동의없이 승객과의 대화를 인터넷으로 방송한 택시기사에게 ‘무죄’가 확정됐다. 네티즌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고 전문가들도 법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30일 서울 북부지법 제1형사부(부장판사 홍승철)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진 택시기사 A(43) 씨에 대한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자격정지 6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1일 밝혔다.

A 씨는 2012년 12월 자신의 택시에 설치한 캠 카메라로 승객 2명과 나눈 대화를 이들의 동의없이 인터넷으로 방송한 혐의로 기소됐다.

통신비밀보호법은 법률이 정하는 경우 외에는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 청취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위반해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 청취한 사람이나 이를 누설한 사람을 처벌하고 있다.

이와 같은 근거로 A 씨는 원심과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지만, 대법원은 지난 5월 “공개되지 않는 타인 간의 대화를 보호하도록 규정한 통신비밀보호법 3조의 취지는 대화에 참여하지 않은 제3자가 그 대화를 하는 타인의 발언을 녹음 또는 청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며 “3인 간의 대화에서 그중 한 사람이 상대의 발언을 녹음·청취한 것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 유죄 판결을 뒤집고 원심 재판부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승객들 몰래 이들과의 대화를 실시간 인터넷 중계를 하며 불특정 다수의 시청자에게 공개했다 하더라도 피해자들의 초상권 등의 부당한 침해로 인한 민사상의 손해배상책임을 질 수는 있을지언정, 이를 두고 피고인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무죄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방송 나가는 중이라고 (택시기사가)미리 양해를 구해야 하는 것 아니냐. 우리나라 법 참 이상하다”, “대화에 참여한 사람이 녹음하는건 죄가 안된다 해도 그것을 방송하는 건 상대방의 동의가 필요한것 아니냐”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법률 전문가들 역시 프라이버시 침해를 우려했다.

모 간부급 검찰은 “제3자의 대화인지, 택시기사도 대화에 참여한 건지 여부보다 ‘동의없는 방송’에 대해 유죄 판단이 그동안 나왔던 건데 대법원의 판단이 조금 달랐던 것 같다”며 “처벌을 내릴 법이 없다면 입법 과정에서 보완돼야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이인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법원도 이같은 판결을 내리는 데 고민이 많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비록 민사가 있긴 하지만 이런 행위에 과태료를 물릴 수 있도록 하는 등 법령을 추가해 이같이 동의없는 방송을 막을 행정적 규제가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한편 택시기사 A 씨는 2009년부터 택시에 캠 카메라와 무선인터넷 장치를 설치하고 승객을 상대로 고민상담을 해주는 장면을 인터넷 방송으로 중계해 인기를 끌었으며, 2010년에는 가수 아이유가 우연히 이 택시를 타 ‘아이유 택시’라 불리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배두헌 기자/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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