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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본능적으로' 뺑소니車 잡아 용감한 시민상 받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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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현대제철 당진공장 제강2부 주달훈 사원…'착하게 살아라. 남 도와라' 부모님 가르침 실천]

머니투데이

현대제철 당진공장 제강2부 주달훈 사원


"다른 차를 들이받고 뺑소니하는 차량을 보는 순간 '본능적으로' 뒤쫓아갔습니다."

'착하게 살아라. 남을 도와라'는 부모님의 평범한 가르침을 실천해 용감한 시민상을 받은 주달훈(27) 현대제철 당진공장 제강2부 사원을 만났다. 주씨는 지난 3월 지인을 만나러 수원에 갔다가 자정이 넘은 시각 다른 승용차를 들이받아 파손한 채로 뺑소니하는 마티즈 차량을 목격했다.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뺑소니 차량을 뒤쫓아갔다. 범인(凡人)이라면 '내 일도 아닌데...'하며 그냥 지나쳤을지 모르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그는 빠른 속도로 차선을 넘나들며 뺑소니하는 차량을 뒤쫓아가 그 차량이 주차한 카센터 주차장까지 따라갔고, 이어 달려온 택시기사와 함께 뺑소니 차량 주인을 경찰 대신 붙잡았다.

택시 기사는 다른 승용차 파손에 앞서 뺑소니 차량과 시비가 붙었던 참이었다. 주 사원은 경찰 업무를 도운 공을 인정받아 수원 서부경찰서에서는 처음으로 '용감한 시민상' 감사장을 지난 3월 21일 받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뺑소니 차량의 주인은 심한 음주운전 중이었고, 파손된 차량의 주인은 다행히 많이 다치지 않았다.

이후 부모님, 친구, 회사 선후배·동료로부터 "쫓아갈 생각을 어떻게 했느냐. 네 차는 어떡할 뻔했냐. 그냥 신고만 하지 그랬냐"는 걱정 섞인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하지만 그는 "도주하는 차량을 보는 순간 다른 생각은 안했다"면서 "뺑소니 차량을 잡은 다음에야 무섭다는 생각이 처음 들었다"고 털어놨다.

주씨는 한국폴리텍5대학 광주캠퍼스를 졸업했다. '두루두루 쓰일 곳이 많다'는 실용적인 이유에서 전공은 기계학으로 선택했다. 그의 아버지는 전남 영암에 있는 현대삼호중공업 조선소를 평생직장으로 삼았다. 기술을 익혀 우리나라 산업현장의 역군이 되는 것이 아버지-아들 대를 이은 것이다.

그는 현대제철이 첫 직장은 아니다. 고교 졸업 후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직업훈련생으로 5개월간 일했고 '사람은 역시 기술이 있어야한다'는 점을 체감해 고향인 광주로 가 한국폴리텍5대학 광주캠퍼스에서 기계학을 공부한 후 산업기사 2급 자격증을 취득했다.

2010년부터 현대제철만을 목표로 삼아 자격증 취득과 헬스 트레이닝에 힘쓰며 입사에 필요한 조건들을 하나하나 갖춰갔고 1년반 전 현대제철 입사에 성공했다.

주씨는 "이곳 당진공장 사람들과는 앞으로 쭉 가도 되겠다고 생각한다"며 "'제철소의 꽃'으로 불리는 전로 부서에 있으면서 핵심기술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전로는 고로에서 나오는 불순물이 섞인 쇳물에 산소를 넣어 불순물을 태우고 순수한 철로 거듭나도록 만드는 과정이다. 그는 "기존에 계시던 분들이 텃세가 없다"면서 "다 같이 정년까지 가야할 일터이니 한 단계씩 천천히 성장하도록 돕고 이끄는 분위기가 좋다"며 웃었다.

황시영기자 apple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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