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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후지산 공포'… 日 지자체 첫 대비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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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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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최고 높이의 후지산(富士山ㆍ3,776m) 분화 가능성에 대비해 산을 끼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첫 합동훈련을 실시하기로 했다. 최근 온타케산(御嶽山) 폭발에 이어 이보다 수도권에 더 가까운 후지산 분화 위기감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후지산이 있는 중부 야마나시(山梨)현과 시즈오카(靜岡), 가나가와(神奈川)현은 19일 후지산 분화를 가정한 첫 합동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와 별도로 야마나시현은 7일 후지산 보전추진과, 현 경찰 등과 함께 후지산 등산객ㆍ관광객 대책 마련을 위한 긴급연락회의를 열기로 했다.

일본 내각부와 야마나시, 시즈오카, 가나가와현 등은 후지산이 분화할 경우 지역별 피해예측을 정리한 ‘재난 지도’를 작성해두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 2월에는 주로 지역 주민 피난처 등을 담은 계획을 마련했다. 문제는 대비 계획이 주민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지 후지산 등산ㆍ관광객은 제외돼 있다는 점이다. 후지산은 일본 국내외에서 등산이 허용되는 여름만 따져도 약 30만명이 찾는 대표적인 관광지 중 하나다. 현재의 재난 대응 계획에는 이들에 대해 “분화 조짐이 있을 경우 입산을 규제한다”고만 했지 어디로 피난시킬 것인지, 재해정보를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 등에 대해서는 아무 대비책이 없는 상태다.

후지산과학연구소 우치야마 다카시(內山高) 화산방재연구부장은 “후지산에서도 (온타케산처럼)돌발적인 수증기 분화는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후지산은 주변 약 40곳에 지진계나 경사계 등을 갖춘 관측지점이 있지만 “가장 최근의 분화 기록이 약 300년 전이어서 조짐을 알아채기가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일본 전문가들 중에서는 후지산 분화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고 일찌감치부터 경고해온 사람이 적지 않다. 대표적인 사람이 일본 화산분화예지(預知)연락회장 후지이 도시쓰구(藤井敏嗣) 도쿄대 명예교수다.

후지이 교수는 2년 전 도쿄신문 기고에서 후지산 분화에 대비해야 한다며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후지산은 1707년 이후 300년 이상 분화하지 않고 있다. 후지산은 지난 3,200년간 분화 횟수가 100차례를 넘어 평균 30년에 한번 꼴로 분화했다. 분화 간격을 보면 앞으로 언제 분화를 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 20세기 이후 발생한 규모 9 이상의 거대 지진은 세계에서 다섯 건밖에 없는데, 그 모든 경우 주변 화산이 지진 당일부터 수년 이내에 분화했다. 수백 년간 잠자고 있다가 분화한 화산의 경우 상대적으로 더 규모가 큰 폭발을 일으켰다. 이런 점에 비춰보면 후지산의 다음 분화는 300년 전 분화와 비슷하거나 그보다 더 큰 규모일 것으로 예상된다.

300년 전과 비슷한 폭발적인 분화가 일어날 경우 상공에 분출하는 화산재는 서풍을 타고 일본 수도권을 덮칠 것이다. 후지산에서 수십㎞ 이내 지역은 수십㎝ 이상의 화산재, 화산돌이 떨어져 쌓일 것이고, 도심부에도 수㎝의 화산재로 덮일 것이다. 수도권 고속도로는 통행불가 상태에 빠질 것이다. 신간센 역시 화산재로 운행할 수 없게 되고 화산재가 공중에 날리는 동안은 비행기 운항도 중지된다. 하네다, 나리타공항도 물론 기능할 수 없어져 수도권 교통이 거의 마비된다. 식료품의 고갈도 우려된다. 화산재를 제거하지 않는 한 어떤 공급도 불가능해질 수 있다. 후지이 교수는 “화산을 멈추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런 예상가능한 분화에 대비해 화산재 제거와 관련된 다양한 대응조치를 지금부터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온타케산은 30일 분화 가능성이 있어 인명 구조ㆍ수색 작업이 하루종일 중단됐다. 지금까지 사망자는 12명, 심폐정지로 확인된 사람은 24명이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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