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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급격히 기울어진 첨성대…"문화재 관리 엉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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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첨성대.


경주 첨성대가 최근 급격히 기울어져 이의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나 문화재 보호와 관리가 엉망인 것으로 나타났다.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관측 시설인 첨성대가 최근 수 개월 새에 피사의 사탑처럼 북쪽으로 약 8cm가량 급격히 기울어진 것으로 조사돼 시민들과 관광객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감사원은 이미 첨성대 기울어짐의 근본원인 분석과 대책 마련을 위해 관리방안 등을 관계기관에 통보했지만 이들 기관 등은 별다른 조치 없이 수년 째 방치하고 있어 먼 산만 바라보는 뒷북 행정이란 비난을 받고 있다.

30일 감사원에 따르면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지난 2009년 10월 첨성대가 북쪽으로 200㎜(상단부 기준) 기울어진 사실을 확인하고 관계 기관 등에 이의 복구를 통보했지만 방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또 첨성대 상부 석재가 탈락하거나 추락할 위험이 있는데도 문화재청이 긴급보수사업비를 지급하지 않았고 경주시는 안전조치 없이 방치해온 사실도 함께 적발했다.

경주시도 2009년 첨성대가 기울고 있다는 국립문화재연구소의 조사 결과를 확인했지만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뒤늦게 편성한 1억7000만 원의 예산 중 7000만원은 안내판을 정비하는데 사용한 걸로 드러나 이의 근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감사원은 문화재청과 경주시 등에 대한 감사를 실시해 첨성대가 매년 1㎜씩 기울고 있지만 지반상태조사는 물론 별다른 안전조치 없이 4년여 간 방치한 사실을 확인하고 지난 5월 감사결과를 두 기관에 통보했다.

이와 함께 첨성대 기울어짐의 근본원인 분석과 대책 마련을 위해 지내력 시험을 실시하는 등 관리방안을 마련할 것을 경주시장에게 통보했지만 첨성대가 기울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안 뒤에도 문화재청과 경주시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지난 50년 간 문화재청이 첨성대에 대한 정밀 보수 관리를 실시한 건 단 3차례 뿐 이었고 2010년부터 시작된 2차례의 정기조사는 조사자가 현장을 찾아 눈으로 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

특히 지난해 말에는 안전진단을 하면서 추가 침하 가능성과 침하 원인 등을 밝히는 데 필요한 지반상태 조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으며 이로 인해 일부에서는 최근 첨성대가 북쪽으로 23cm가량 기울었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태다.

감사원은 첨성대는 벽돌을 쌓아올려 만든 조적식(組積式) 석조문화재로 지반의 부등침하(不等沈下-지반이 부실한 곳에서 불균등하게 구조물의 기초 지반이 내려앉아 구조물도 불균등하게 침하를 일으키는 일)에 특히 취약해 지반조사 등의 정밀안전진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경주시 관계자는 "현재 감사원이 지적한 내용을 수행하기 위해 공사 계획을 짜는 등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문화재 위원을 비롯한 문화재청 및 관계자 현지조사와 정밀 조사 등을 통해 첨성대를 원형 그대로 보존할 수 있는 근본적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문화재청관계자도 "정밀구조안전진단 결과와 국립문화재연구소의 정기 모니터링 결과를 토대로 관계전문가와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첨성대의 보수보강 방안을 수립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경주=신계호기자 phf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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